
김택환 전 경기대 교수
올 초 미국 로스앤젤레스(LA) 산불을 시작으로 전 세계가 화염에 휩싸이고 있다. 이웃나라 일본뿐만 아니라 우리 금수강산에도 최악의 화마가 덮쳤다. 수많은 인명 피해뿐만 아니라 재산·자연 파괴까지 발생했다. 국가재난상황이다. 이를 계기로 대형 산불의 원인과 산림선진국 대응전략을 파악해 우리 산림정책 패러다임 대전환을 도모할 기회다.
왜 산불이 더욱 거세지고 있는가?
대형 산불의 가장 큰 원인으로 전문가들은 ‘기후위기’를 꼽고 있다. 미국 산림전문가들은 지난 1월 미국 LA 대형 산불 원인을 “기후위기로 인한 3가지 이상 현상”이라고 분석했다. ‘3 핫스폿’(hotspot)인 홍수, 극심한 가뭄, 그리고 태풍급 돌풍이다. 미국에서 또 ‘수중기후 채찍’(hydroclimate whiplash)이라는 용어까지 등장했다. 폭우와 극심한 건조 현상이 연이어 일어나 산불 피해를 가중시키는 현상이다. 2023년 LA는 홍수에 시달렸다. 하루 강수량이 1년치 양에 맞먹을 정도로 퍼부었다. 이후 잡목과 덤불이 사방에 우거졌다. 하지만 2024년 8개월 동안 비가 내리지 않아 잡목들은 잘 준비된 불쏘시개가 되었다. 인재인 방화로 불이 났고, 계절풍이 덮치면서 순식간 불쏘시개는 활활 타면서 국토를 불태우고 큰 피해를 입혔다.
이번 영남(산청·의성)에서 발생한 산불 역시 LA와 비슷한 조건·유형으로 볼 수 있다. 산림청 이용권 산림재난통제관은 “고온 건조한 날씨로 전국에서 산불이 동시다발로 발생했다”면서 “작은 부주의가 강풍으로 대형 산불로 확산됐다”고 현장경험을 토로했다. 미국·한국 역시 숲을 잘 가꾸지 못해 잡목이 우거지고, 가뭄으로 건조해진 환경에 ‘실화’로 산불이 일어났고 ‘괴물’ 강풍으로 순식간에 확산됐다. 의성에서 안동으로 불길이 번지면서 국가문화유산 ‘오류헌’을 지켜낸 김상돈 대표는 “전쟁터처럼 하늘에서 불꽃이 끊임없이 날아오고 아내와 물을 퍼 나르면서 밤새 사투했다”고 말했다. 석유·석탄 등 화석연료의 과다한 사용으로 지구가 점점 더 더워지면서 산불은 더욱 대형화·상시화·세계화될 수밖에 없다.
국내외적으로 각기 다른 두 시각이 충돌하고 있다. 먼저 미국에서 환경주의자 vs 숲나무활용론자의 충돌이다. 전자는 숲 보존론자라면, 후자는 숲을 보존할 것을 보존하면서 숲 가꾸기를 통해 경제적 활용을 강조한다. 전자가 민주당과 환경론자들이고, 후자가 공화당 트럼프 대통령과 산주·임업관계자들이다.
“숲나무는 국가 안보다. 따라서 외국산 나무에 관세 25%를 부과한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행정명령을 발표하면서 언급한 내용이다. 2021년 미국은 임산물 46%를 캐나다에서, 13%를 중국에서 수입해 100억 달러 이상 외화를 지출했다. 트럼프는 “이전 민주당 정부의 ‘부실한’ 산림정책 때문에 충분한 목재공급을 개발하지 못했고, 주택·건설비용을 증가시키며, 국가안보를 위협한다”고 비판했다. 트럼프는 또 농림·내무부 장관과 관료들에게 “산림규제를 간소화하고 목재생산·산림관리 비용을 절감할 방법을 찾으라”고 지시했다. 트럼프식 ‘산림국부론’ 전략이다.
미국목재협회 하이디 브론 회장은 “경제성장과 환경관리 사이의 균형이 우리 숲을 미래 세대에게 잘 관리되는 자원으로 넘겨주는 데 매우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트럼프는 숲가꾸기가 산불 예방과 산불 확산 방지에 도움이 된다는 시각이다. 그는 지난 LA 산불 현장에 방문해 민주당 소속 주지사에 책임을 전가하면서 "숲나무를 가꾸고 벌채하지 않고 방치한 결과 대형 산불로 이어졌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환경단체들은 “벌목의 증가가 숲을 파괴하고, 공기와 물을 오염시키며, 야생동물 서식지를 황폐화시킬 것”이라고 뉴욕타임스가 보도했다.
미국의 대형 산불에 대한 논쟁 모습이 우리와 유사한 측면이 있다. 우리 일부 환경주의자들은 “숲에 나무 한 그루도 베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아직 박정희 전 대통령의 산림보호 인식 수준에 머물고 있다. 일부 환경단체는 또 “임도가 산불확산의 원인”이라고 주장했다. 임도에 대해 '산불진압 vs 산불확산'이라는 극단적인 시각 차이를 보인다. 하지만 대형 산불이 잘 나지 않은 임업최강국 독일의 임도는 헥타르(ha)당 54m가 넘어 우리 4m보다 약 13배가 넓다. 우리는 국토 63%, 독일은 32%가 산이다. 산불 진압에 참여한 산림청 이미나 차장은 “지리산 구곡산에 임도가 없고 낙엽층으로 진화에 어려움을 겪었다”고 설명한다.
또한 일각에서 소나무가 산불 확산의 주범이고 식목을 산림청이 장려한다는 ‘페이크’ 뉴스를 확산하고 있다. 소나무에 송진이 있어 산불에 취약한 단점은 있다. 산림청장을 지낸 남성현 국민대 석좌교수는 “우리 강산에 소나무가 4분의1이며, 인공조림 소나무가 6%, 나머지 94%는 솔씨가 날아가서 자연발생적으로 조성된 숲”이라면서 “우리 기후와 토양, 지형여건에 맞는 고유자생수종”이라고 설명한다. UN 산하기관들도 외래종이 아닌 ‘지역고유수종’ 식목을 권하고 있다.
의성 현장에서 산불 진압에 참여한 민주당 김현권 전 의원은 페이스북에 “소나무 마녀사냥을 그만두라”면서 “낙엽송의 낙엽층이 산불진화에 어려웠다”고 말했다. 그는 또 “임도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임도가 산불진화에 5배나 도움을 주기 때문. 경북에 산재한 소나무의 경우 일부 용재가치가 약하지만 송이버섯 터전으로 지역경제에 기여하고, 금강송은 고급 산업용재다. 숲 가꾸기와 산림 현장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이다.
산림최강국 독일·오스트리아·스위스의 산림 정책과 산불 대응 전략은 어떠한가?
기후위기에 대응하면서 산림경제와 산림복지에 방점을 둔다. 독일 바이에른주 산림청 헤르베르트 보르헤르트 박사는 필자에게 “산림경제를 자동차경제에 비교한다”면서 “약 100만명이 근무하고 250조원 매출액을 올린다”고 설명한다. 오스트리아는 목재자급률이 100%에 이르나 우리는 17%에 불과하다. 유럽 국가들은 또 콘크리트아파트보다 친환경인 목재아파트를 선호한다. 오스트리아는 집·아파트 25%가 목재이나 우리는 4%에 불과하다. 독일 함부르크의 ‘루츠(Roots)’ 등 유럽에서 목재빌딩과 목재아파트들이 랜드마크로 선호되고 있다. 스위스에선 100m 높이의 목재아파트가 건설 중이다. 독일·스위스·오스트리아 등 유럽 산림최강국들은 정부가 공공건물을 목재건축물로 짓도록 재정지원 등 적극 장려한다. 또한 독일·스위스 등 알프스산에 산악열차·케이블카로 가족 3대(조부·부모·손주)가 함께 힐링하고 향유할 산림복지에 최선을 다한다. 스위스 전체에 2840개, 독일 알프스의 추크슈피체 산에만 160개 케이블카·산악열차가 있다. 독일 환경단체는 “케이블카·산악열차가 가족친화적이고 친환경”이라고 말한다.
또한 산림최강국 독일·스위스·오스트리아에서는 산불이 발생해도 대형 산불로 이어지지 않는다. 지난 200년 동안 지속적으로 숲 가꾸기를 했고, 임도와 산불진압장비가 발전되어 있기 때문. 알프스산 기슭에 위치한 스위스 베른 산림청의 로저 슈미트 소장은 필자에게 “산불이 나도 숲 가꾸기로 인해 불이 잘 옮겨 붙지 않는다”고 설명한다. 숲이 물을 많이 머금고 있기 때문. 숲 가꾸기와 임도건설은 산불예방·확산방지에 도움이 되고 목재활용으로 건강·국민경제에 이바지한다. 고향지킴이인 의성 다인면 신현동 회장은 “이번을 전화위복의 계기로 잡목을 정리 조림해 40~50년 후 독일처럼 원목 수출 고장으로 발전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대형화되고 동시다발로 일어나는 산불을 우리는 어떻게 대처하면 좋을까?
임상섭 산림청장은 종합적으로 “헬기 등 산불진화장비 고도화, 전문인력 양성, 임도건설, 지속적인 숲 가꾸기”를 말한다. 경북 이철우 지사는 AI를 활용해 “야간 산불진화가 가능한 헬기와 산악지형에 특화된 전용소방차 개발”을 강조한다. 산림전략 대전환을 위해 3가지를 제안하면, 먼저 ’예산폭탄‘ 투입이다. 여야가 정쟁하지 말고 예산을 더 많이 투입해 숲의 공익적 가치(259조원)를 고려해 숲 가꾸기와 산불진압 장비를 고도화하는 것이다. 이어 산림청의 위상 제고로 ‘숲자원부’ 승격이다. 국토 63%인 숲 가꾸기와 산불·산사태의 예방·진화에 더 많은 권한을 부여하는 것이다. 민주당 어기구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장은 “산림경영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다”면서 “유럽 산림최강국처럼 ‘돈 되는 보물산’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김택환 작가
국가비전전략가와 독일전문가로 활동. '넥스트 코리아' 등 넥스트 시리즈 8권을 포함 20권 이상 집필한 작가. 독일 본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국회·지자체·상공회의소·삼성전자 등 350회 이상 특강한 유명강사로 미래전환정책연구원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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