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기고] 미국발 관세 무역 전쟁, 해운 시황 침체기 재진입 가능성 크다

  • 구교훈 한국국제물류사협회장 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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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교훈 한국국제물류사협회장 [사진=아주경제DB]

트럼프 정부의 상호관세 부과에 따라 최근 중국발 컨테이너 화물이 급감하고 있다. 미국은 기존 미국 소비자들의 전자상거래 수입 시 적용해 온 소액면세 기준인 미화 800달러 한도를 다음 달 2일부터 폐지하고 중국산 소포에 대해 120% 고율 관세를 적용한다고 발표했다. 알테쉬로 일컬어지는 중국 전자상거래 물품이 작년만 해도 무려 650억 달러어치나 미국에 수입되었는데 면세 한도 폐지와 고율 관세 부과로 인해 급격한 대미 수출 감소로 이어질 가능성이 매우 크다. 이는 결국 컨테이너 물동량 중심 해상운송량의 급격한 감소로 이어질 것이다. 미국이 모든 수입 자동차에 25% 관세를 부과하기로 한 것은 자동차운반선(PCTC)의 해상운송량의 감소를 일으킬 전망이다. 지난해 PCTC 부족으로 난리를 쳤던 것과는 완전 반전의 국면이 된다.

트럼프 정부의 강력한 상호관세와 비관세장벽에 대한 조치로 인해 다자간 자유무역협정(FTA)은 무너지기 시작했고 세계무역기구(WTO) 해체마저 우려된다. 트럼프 정부는 1기 때부터 국제 경제 질서의 규범을 따르기보다는 미국 우선주의 경제 질서를 강요해 왔다. WTO에 규정한 최혜국대우(MFN)를 정면으로 위반하는 조치를 함으로써 WTO를 탈퇴하려는 의도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강력한 대중 제재와 대미 무역 흑자국에 대한 상호관세 부과에 따라 세계 무역량은 감소할 수밖에 없다. 특히 컨테이너 화물의 해상운송 수요가 대폭 감소할 가능성이 크다. 문제는 글로벌 컨테이너 화물의 수요는 감소하는데 컨테이너 선대(선복량)의 공급은 계속 증가하고 있어서 향후 컨테이너 운임은 하락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팬데믹 직후 글로벌 공급망 붕괴를 경험한 해운사들은 상품 수요의 급증에 따른 컨테이너 해상물동량 수요 급증에 대응해 지속적으로 컨테이너선 발주에 나섰다. 이로 인해 매년 약 7%씩 선복량이 증가했다. 하지만 컨테이너 화물의 해상수송 수요 증가는 매년 약 3%에 그치다 보니 지금도 이미 선복 과잉 상태다. 현재 전 세계 컨테이너 선대는 약 3110만TEU(20피트 컨테이너)이며, 공급 초과 상태인데도 발주 잔량은 무려 896만TEU에 달한다. 이를 합산하면 4000만TEU가 되는 만큼 매년 순차적으로 컨테이너선이 해운사로 인도되면 완전 공급 초과 상황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선사들은 이미 SCFI(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가 급락했던 2023년부터 운임 하락을 막기 위해 운항 10% 취소, 블랭크 세일링(임시결항), 저속운항, GRI(운임일괄인상) 시행 등 다양한 상응 조치를 해왔다. 하지만 이러한 해운사의 조치는 자본주의 시장경제 가격을 결정하는 '수요·공급의 원칙'에 어긋나는 만큼 그 지속성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벌크선은 미국 상호관세 조치로 인해 전 세계 벌크화물의 최대 수입국인 중국의 곡물·에너지 수입 제한에 직면할 가능성이 크다. 글로벌 벌크화물 운송이 급감할 것으로 우려되며 벌크선의 공급과잉으로 인해 향후 BDI(건화물운임지수) 하락도 예상된다. 컨테이너와 벌크화물 모두 수요 부족과 공급 초과로 인해 시황이 침체기로 접어들 가능성이 매우 크다.

미·중 패권 경쟁으로 인해 한국은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지는 상황에 직면하게 됐다. 트럼프 정부가 꿈꾸는 미국 러스트 벨트(쇠락한 공장지대) 부활은 동아시아에서 미국행 컨테이너 선박과 자동차운반선(PCTC)의 수송량을 감소시켜 한국 해운의 부활에 찬물을 끼얹는 요인이 될 수 있다.
 
따라서 한국 해운사는 중국 규제에 따른 반사이익을 기대하기보다는 미국의 세계 경제 질서 재정립 시도에 민첩하게 대응하는 데 주력해야 한다. 대미 물동량에 치중했던 해상운송 영업을 아시아, 중동, 중남미, 아프리카 등 신흥 공업국과 신 소비시장으로 분산해 리스크를 최소화해야 한다. 향후 세계 해운 시황이 컨테이너 기준 침체기로 접어들 가능성이 있는 만큼 활발한 인수합병(M&A)과 글로벌 물류 네트워크 및 자원 확보에 대한 재무적 투자를 지속해 기업 몸집을 키워야 한다. 머스크, DHL과 같은 '엔드 투 엔드' 물류 서비스를 제공하는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할 수 있도록 고도의 자동화와 무인화, 탈탄소화 등에 대한 명확한 목표 설정과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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