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계천 판잣집' 출신인 김동연 더불어민주당 대선 예비후보는 "'5대 빅딜'로 '경제대연정'을 성사시켜 청년들에게 더 많은 기회, 더 고른 기회, 더 나은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부모보다 가난한 첫 청년 세대를 위해서는 "국가가 먼저 허리띠를 졸라매야 할 때"라는 것이다.
김 후보는 22일 아주경제와의 인터뷰에서 '감세'와 '건전 재정'을 강조하는 최근 정치권의 흐름과 달리 "재정의 적극적 역할"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국가채무비율을 5%포인트(p) 높여 200조원을 추가로 투입하자"는 대규모 재정 정책 구상을 내놨다. 이른바 '세금-재정' 빅딜이다.
이 밖에도 김 후보가 제시한 기회 경제·지역 균형·기후 경제·돌봄 경제·세금-재정 '5대 빅딜'은 경제 시스템 근본 자체를 바꾸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대기업·정부·노동자 3각 빅딜부터 '서울공화국 해체', '간병 국가책임제' 등 대개 국가의 투자와 책임을 키우는 정책들이다.
3각 빅딜은 대기업은 미래 전략 산업과 청년 일자리에 투자하고, 노동자는 노동 유연화와 정년 연장, 정부는 규제 혁신과 사회 안전망을 강화하는 내용이 담겼다. 지역 균형과 관련해서는 "일본 도요타시 같은 10개 대기업 도시 건설과 10개 서울대 만들기로 지역 자생력을 키우겠다"며 '서울공화국 해체'라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기후도지사'라는 별명답게 기후 산업에 최소 400조원의 투자 계획도 밝혔다. 김 후보는 "기후가 미래 먹거리가 될 것"이라며 "기후 산업에 국민기후펀드 100조원, 공공출자 100조원, 기후보증 100조원, 그리고 임대형 민간투자사업(BTL) 방식의 전력망 민자 유치 100조원 등 최소 400조원을 투자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재벌 개혁은 필요하지만 대기업 역할은 확대해야 한다", "세출 구조조정을 전제로 해야 하지만, 필요하면 증세도 해야 한다"는 과감한 발언도 내놓았다.
다음은 김 후보와 일문일답한 내용.
-이재명 민주당 예비후보와 차별화된 정책으로 '기회소득'을 내세웠다. 2023년부터 시행된 해당 정책을 두고 일각에서는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오히려 기회소득은 한시적, 소액 지원이어서 실효성이 높고 장기적 지속 가능성이 있다. 이 후보의 기본소득은 누구에게나 무차별적으로, 정기적으로 현금을 주는 것이어서 포퓰리즘으로 볼 수 있다. 재원도 아주 많이 소요되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실현 불가능하다. 그러나 기회소득은 누구에게나 무조건 주는 것이 아니다. 우리 사회에 가치를 창출하는데도 불구하고 시장으로부터 제대로된 보상을 받지 못하는 부분을 채워주는 것이다. 대상은 장애인·돌봄 종사자·예술인·체육인 등으로 제한적이며, 지원 기간도 대부분 한시적이다. 이들이 창출한 가치가 시장으로부터 충분히 보상받을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하는 것이다. 경기도가 시행 중인 기회소득 정책은 실효성이 충분히 검증된 만큼 전국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일부 중도층과 비(非)이재명 성향 지지자들 사이에서는 "이재명의 대안이 될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온다. 기대를 현실로 만들기 위한 전략이 있다면 무엇인가.
"국민만 믿고 뚜벅뚜벅 걸으려고 한다. 진정성을 가지고 만든 비전과 정책을 국민께 설명 드리고 지지를 호소할 뿐이다. 지지를 얻기 위해 조직을 동원할 생각은 애시당초 없었고, 동원할 조직도 없다. 국민이 나의 계파이자, 조직이다."
-나경원, 홍준표 등 국민의힘 예비후보들에 대한 평가도 듣고 싶다. 이들 중 가장 경계해야 할 후보는 누구라고 보는가.
"국민의힘은 이번 대선에 후보를 내지 않아야 한다. 내란을 일으켜 파면된 대통령을 배출한 정당이 파면으로 인해 치르게 된 선거에 또다시 후보를 내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더구나 탄핵에 적극 반대했거나 탄핵 찬성에 미온적이었던 사람들마저 대통령이 되겠다고 나서는 것을 국민이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설령 지금 거론되고 있는 국민의힘의 후보 중 누가 당 후보로 되더라도 본선에서 김동연을 이길 수 없다."
-'유쾌한 선거', '단기필마'를 내세우고 있지만, 실제 정치 현실은 조직 기반의 선거다. 특히 이번 경선에서는 당원 투표 비중이 높아졌는데 이런 구조 속에서 승산이 있다고 보는가.
"선거에 나서면서 '3무3유'(三無三有) 원칙을 강조했다. 네거티브·매머드 선거대책위원회·조직이 없는 대신에 비전·정책·후보 중심으로 선거운동을 하겠다고 다짐했다. 대규모 조직을 동원하는 구(舊)정치는 애초부터 생각하지 않았다. 국민이 나의 계파이자 조직이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1등을 목표로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겠다."
-많은 이들이 ‘시대정신’으로 국민통합을 언급하고 있다. 그러나 양극화된 정치 환경에서 실제 통합을 이루는 일은 쉽지 않아 보인다. 통합을 위한 본인만의 비전과 방법이 있다면 무엇인가.
"나는 소년 시절을 판잣집과 천막에서 보낸 '흙수저' 출신이다. 정치적 계파도, 조직도 없다. 나라와 경제를 걱정하는 국민이 저의 계파이자, 조직이다. 그래서 국민통합에 더욱 적합한 후보라고 자부한다. 국민통합을 이뤄내기 위해서는 국정을 원칙에 맞게, 정직하고 반듯하게 운영하는 것이 기본이다. 그 반대의 예를 들자면 윤석열 정부의 경우 독립운동가를 폄훼함으로써 국민을 분열시키고 국론을 두 동강 내버렸다. 하지 말아야 할 일을 하고, 해야 할 일을 등한시하는 어처구니 없는 사태가 반복됐다. 이것을 타산지석으로 삼으면 국민통합을 이뤄낼 수 있다. 캠프의 선거 모토 '모두의 나라, 내 삶의 선진국'이 표방하듯이 국민통합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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