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럽연합(EU)이 러시아 침공 이후 우크라이나 수입품에 적용하던 무관세 합의가 종료하고, 우크라이나에 관세를 부과할 가능성이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복수의 외교 소식통을 인용해 1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FT에 따르면 이번 결정은 EU 회원국 중 특히 폴란드의 요구가 강하게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폴란드를 비롯한 일부 EU 회원국들은 우크라이나 수출품이 자국 농업에 피해를 준다고 주장해 왔다.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도입된 특별무역합의는 우크라이나산 가금류, 밀, 설탕 등 주요 품목에 대해 EU로의 무관세 수출을 허용했다. 이들 대부분은 EU 국가들을 통해 아프리카와 아시아로 향했다. 그러나 폴란드와 프랑스 등 일부 국가는 우크라이나산 농산물이 자국 내 가격을 하락시킨다며 지속적으로 문제를 제기했다.
특히 폴란드 정부는 EU 규정을 위반하면서도 우크라이나산 곡물의 수입을 반복적으로 금지해 왔고, 오는 18일 대선을 앞두고는 우파 야당을 견제하기 위해 EU 집행위원회에 우크라이나와의 무역 협의를 연기할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EU 집행위원회 대변인은 현재 EU와 우크라이나간의 자유무역협정(FTA) 검토 작업이 진행 중이기 때문에 협정은 갱신되지 않을 것이라며, 위원회에서는 협상이 6월 6일까지 마무리되지 않을 경우를 대비해 가능한 과도적 조치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과도적 조치에는 협의를 계속하면서 연간 무관세 할당량을 월별로 나누고 우크라이나산 수입품 물량을 줄이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고 외교 소식통들이 FT에 전했다. 이는 우크라이나 전시 경제에 심각한 타격을 줄 전망이다.
농업대국인 우크라이나에서 EU로의 무관세 수출은 농업계뿐만 아니라 정부 예산에도 생명줄이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합의가 없었던 전쟁 이전으로 돌아갈 경우 연간 35억 유로(5조5000억원) 규모의 수입 감소가 발생할 것이라고 추산하고 있다.
특히 옥수수, 설탕, 꿀, 가금류의 수출이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옥수수의 경우 연간 470만톤에서 65만톤으로, 가금류는 5만7000톤에서 4만톤으로, 설탕은 10만9000t에서 4만7000t으로 EU 수출량이 급감할 것으로 예상된다.
베른트 랑게 유럽의회 무역위원장은 이와 관련해 "우크라이나에 아주 나쁜 신호"라면서 "해결점을 찾으려면 적어도 10월은 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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