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 뷰] 착시와 기만의 정치, 이재명 리더십의 실체

  • '호텔경제학'이 드러낸 위험한 경제관

  • 유권자와 진실 사이, 누구를 믿을 것인가

김두일 정치사회부 선임기자
김두일 정치사회부 선임기자
 

이번 대선판은 여느 대선판 보다 기이할 만큼 조용하다. 이른바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분위기가 팽배하기 때문이리라. 이재명 후보의 지지율은 계속 상승세를 타고 있고, 반면 김문수, 이준석 후보의 지지율은 정체되어 있다. 그러나 우리는 과연 지금 무엇을 보고, 누구를 선택하고 있는가. 단순한 인기 경쟁에 그치지 않고, 대한민국의 미래를 걸고 투표해야 하는 이 시점에, 한 충청도 택시기사의 말이 떠오른다. "나는 정직한 사람을 찍을 거요" 간명하지만, 이 말은 유권자가 최후에 기댈 수 있는 유일한 나침반이다. 그런데 지금 과연 누가 정직한 사람인가. 그리고 누가 그렇지 않은가. 냉정히 묻자. 

최근 이재명 후보가 꺼내든 '호텔경제학'은 그런 점에서 아찔하다. 그는 빈 호텔방을 공짜로라도 채우면 청소·세탁·식사가 돌아가고, 경제가 선순환된다고 주장한다. 겉보기엔 참신해 보이지만, 실체를 뜯어보면 실소를 금할 수 없다. 대통령이 되겠다는 사람이 국가 경제를 이토록 단순한 수요 창출 논리로 접근한다는 것 자체가 위태롭다.

이재명 후보는 이를 '유휴자산의 활용'이라는 말로 포장했다. 그러나 본질은 경제의 기본 원리를 무시한 아마추어적 해석이다. 시장경제에서는 수요와 공급, 가격 신호라는 질서가 작동한다. 정부가 인위적으로 수요를 만들어 잠시 활황처럼 보이게 할 수는 있다. 그러나 그것은 곧 반동을 일으키는 착시 효과에 불과하다. 실체 없는 수요는 지속되지 않는다. 성장으로 포장된 착시는 결국 국민 경제에 되레 부담으로 돌아올 뿐이다.

이준석 후보가 이 개념을 "경제적 착시효과"라고 지적한 것은 매우 정확하다. 그런데 이재명 후보는 그런 비판조차 정치 공세로 치부하며 귀를 닫고 있다. 문제는 이재명 후보의 경제관이 단순히 미숙한 수준을 넘어서, 유권자를 너무 가볍게 여긴다는 인상을 준다는 것이다. 국민을 설득하려는 것이 아니라, 그저 말발과 감정 호소로 밀어붙이려 한다는 점이 불길하다.

이재명 후보의 말과 태도는 종종 그런 착각과 기시감을 준다. 정치적 위기를 돌파할 때마다 그는 '미꾸라지 화법'과 애매한 해명으로 여론을 선도하려 든다. 그러나 그 방식은 갈수록 신뢰를 갉아먹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과거 형수에게 욕설을 퍼부은 사건이다. 그는 "형과 갈등이 있었을 뿐"이라며 축소했지만, 실제 녹취록은 듣는 이의 귀를 의심하게 만든다. 개인적 일이라며 선을 그으려 하지만, 공직 후보자의 언행은 사적 범주에 머물 수 없다.

또한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에서도 그는 "나는 단 1원도 받지 않았다"고 단언했지만, 그의 측근들은 줄줄이 구속되고 재판에 넘겨졌다. 물론 아직 직접 연루 여부는 법적으로 확정되지 않았지만, 유권자가 기대하는 것은 '법망을 피한 무죄'가 아니라 '정무적 책임'이다. 그는 늘 한 발짝 물러나 본인의 책임을 최소화하는 데 익숙하다. 법인카드 사적 유용 의혹도 배우자를 핑게로 빠져나가려 했다. 정황상 수사와 언론 보도로 상당한 문제가 드러났음에도, 그는 이를 '공격 프레임'으로 치부하며 넘어가려 한다.

이 후보의 정치는 단언과 회피, 프레임 전환의 반복이다. 문제의 본질을 직면하기보다는 말장난과 언어의 전환으로 돌파해온 것이다. 그는 여론을 조작하듯 몰고 가고, 국민을 설득하기보다 몰입하게 만든다. 그러나 그 설득은 감동이 아니라 일방적 몰입이고, 공감이 아니라 착각이다.

이러한 정치 방식은 위기 상황에서 더욱 큰 위험이 된다. 지금 대한민국은 저성장, 고물가, 글로벌 충돌, 청년 실업, 노인 빈곤이라는 5중 고통에 직면해 있다. 이럴 때일수록 지도자는 정직하고 냉철해야 한다. 국민을 존중해야 하고, 복잡한 문제를 ‘공짜 방 채우기’ 같은 구호로 덮어서는 안 된다. 문제를 쉬운 언어로 설명하는 것과 현실을 단순화하는 것은 다르다.

이재명 후보는 지금까지도 수차례 고비마다 위태롭게 그 책임을 피해왔다. 그러나 지도자란, 말 한마디로 운명을 바꿀 수 있는 자리에 서는 사람이다. 그가 반복해온 모호한 해명, '법적으로는 문제없다'는 식의 대응, 감성에 호소하는 언변은 모두 지도자 자질의 불확실성을 보여준다. 더군다나 유권자와의 신뢰가 무너지기 시작하면, 정치 전체가 휘청인다. 정치는 국민을 감동시키기 이전에, 국민을 두려워해야 한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댓글0
0 / 300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