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금리 인하되자 마자 예금금리 '뚝'…대출금리는?

  • 우리·NH농협·카뱅 등 수신금리 인하 본격화

  • 가계대출 관리 압박에 대출금리 오름세

서울 시내의 ATM 모습 사진연합뉴스
서울 시내의 ATM 모습 [사진=연합뉴스]
기준금리가 지속적으로 떨어지고 있지만 은행권의 예금과 대출 금리 엇박자는 계속되고 있다. 집값 불안을 의식한 은행권은 대출금리 인하에는 제동을 걸면서 예금 금리는 잇따라 낮추고 있다. 다음 달 스트레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규제가 시행되면 은행 간 가계대출 경쟁이 줄어들며 대출금리 인하 속도가 더뎌질 수 있다는 예측이 나온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이달 2일부로 1년 만기 '우리 적금' 상품 금리를 기존 3.40~3.60%에서 0.30%포인트 인하하기로 했다.  금리는 3.10~3.30%로 조정됐다. 경남은행은 이달부터 '마니마니 정기예금' 상품의 금리를 0.20%포인트 낮추면서 연 금리는 1.65~2.10%를 나타냈다. 주요 은행들은 지난달 기준금리 인하를 반영해 본격적으로 예·적금 금리를 내리는 분위기다. NH농협은행은 거치식·적립식 예금 금리를 0.25∼0.30%포인트, SC제일은행은 최대 0.8%포인트 인하했다. 

카카오뱅크, 케이뱅크, 토스뱅크 등 인터넷전문은행 3사도 한은 기준금리 인하 직후 예금 금리를 최대 0.30%포인트 낮췄다. 이달 들어서는 연리 3%대 예금 상품도 자취를 감췄다. 은행연합회 소비자 포털에 따르면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2일 기준 정기예금 상품의 최고 금리는 연 2.55∼2.85%로 전월(연 2.58∼3.10%)과 비교하면 3%대 상품은 전무하다.

반면 대출금리는 오히려 인상되고 있다. 변동금리 상품이 많은 대출은 기준금리 변화를 빠르게 반영해야 하지만 최근 추세는 이런 시장 원리와는 상반된다. 국민은행은 4일부터 비대면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0.17%포인트 인상했다. 연 금리는 3.70%에서 3.87%로 조정됐다. 이에 앞서 변동금리형 주담대 금리는 0.04%포인트 올린 4.09~5.49%로 책정했다. 우리은행도 변동금리형 주담대 금리를 0.06%포인트 인상하며 최저 금리가 3%에서 4%대로 높아졌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은행들이 예대금리차 확대를 위해 예금금리만 서둘러 내리는 반면 대출금리는 되레 인상하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기준금리 인하 이후 은행이 이익을 위해 대출금리와 예금금리를 임의로 조정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은행권은 억울하다는 반응이다. 가계대출이 급증하면서 대출금리를 쉽게 내릴 수 없는 상황인데도 이를 은행 측 '꼼수'로 보는 것은 무리라는 주장이다. 실제로 5대 시중은행 가계대출 잔액은 지난달 말 기준 748조812억원으로 전월 대비 4조9964억원 증가했다. 은행들이 대출 금리 인상을 통해 대출 총량을 조절하고 있다는 점에서 일정 부분 설명할 수 있는 근거가 된다. 하지만 가계대출 총량에 여유가 있는 신한은행은 4일부터 주택담보대출 최장 만기를 30년에서 40년으로 연장하는 등 비가격 정책을 통해 대출 문턱을 낮추고 있어 은행권 전체가 대출 조이기에 나섰다고 보기도 어렵다.

이 때문에 은행들이 불필요한 오해를 줄이기 위해서는 기준금리 변동에 따라 대출금리와 예금금리를 동시에 조절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다만 예금금리와 대출금리는 형성 조건이나 반영 시기 등이 모두 다르기 때문에 이를 일괄적으로 조정하는 데는 현실적인 한계가 있다는 반론도 있다. 이민환 인하대 교수는 “7월 3단계 DSR 시행 이후에는 대출 총량이 제한되기 때문에 은행들이 금리를 낮추며 경쟁할 유인이 없다”며 “대출금리는 시차를 두고 점진적으로 하락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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