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율 명지대 교수]
제21대 대한민국 대통령으로 이재명 후보가 당선되었다. 그는 앞으로 만만치 않은 현실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그의 앞에 놓인 과제들이 무엇인지 궁금하다.
새로운 대통령에게 기대하는 바를 떠올릴 때 가장 먼저 연상되는 단어는 아마도 '통합' 혹은 '화합'일 것이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화합'과 '통합'은 현실 세계에서 완전히 구현되기 어려운 개념들이다. 전 세계 모든 국가에서 사회적 문제는 필연적으로 존재하며, '소외'와 '고립'도 불가피하게 나타난다. 심지어 가족 간에도 갈등은 존재한다. 이러한 이유로 '통합'과 '화합'을 이루기보다는, '통합'과 '화합'을 위해 '노력한다'라는 것이 보다 정확한 표현일 것이다. 비록 완전한 통합은 어려울지라도, 그것을 향한 진지한 노력이야말로 정치의 본령이라 할 수 있다.
21대와 22대 국회는 '단독 처리'와 '거부권 행사'가 반복되며, 협상과 타협은 자취를 감추었고, 그 자리를 증오와 투쟁, 대립이 채웠다. 이처럼 정치가 실종된 상황에서는, 서로 다른 입장과 생각을 가진 상대를 단지 타도와 제거의 대상으로 인식하게 된다. 21대 국회와 현재의 22대 국회가 바로 그러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이재명 대통령은 이제라도 정치의 복원에 앞장서야 한다. 단순히 수적 우위로 밀어붙이는 것은 민주주의의 근본 가치에 반하는 일이다. 민주주의의 핵심은 소수의 의견도 소외되지 않도록 제도적으로 반영하려는 데 있다. 그런데 국민의힘은 결코 소수 정당이라고 볼 수 없다. 제22대 총선 당시 254개 지역구에서 양당이 획득한 득표율 차이는 불과 5.4%에 불과했으나, 의석수는 1.8배 차이가 났다. 즉, 의석수의 현격한 차이에도 불구하고 국민의힘에 표를 던진 유권자 수는 민주당 유권자 수와 큰 차이가 없기 때문에, 이들을 소수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는 말이다. 의석수만으로 판단하는 것은 결과 중심적 사고이며, 이는 민주적 사고방식과는 거리가 멀다. 민주주의에서 중요한 것은 과정이기 때문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러한 민주적 사고와 민주주의의 근본 가치를 회복하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이는 민주주의의 회복을 넘어서 정치의 복원을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하다. 이러한 노력이 지속된다면 상대를 적이 아닌 협력 파트너로 인식하게 되고, 완전한 '통합'은 아니더라도 서로를 '인정'하는 수준에는 다다를 수 있다. 이를 위해 대통령이 동시에 추진해야 할 또 하나의 과제가 있다. 바로 '내란 청산'이다.
우리나라는 전통적으로 '정치의 인격화' 현상이 강하게 나타난다. 이는 정치를 제도나 시스템으로 파악하기보다는, 인물 중심으로 인식하는 경향을 의미한다. 이러한 정치 문화 속에서는 탕평 인사의 효과가 더욱 크게 나타날 수 있다. 각료 인사 등에서 상대 진영 인물을 포용하면 정치·사회적 안정을 보다 빠르게 실현할 수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자신을 '중도 보수'라고 자주 언급한 바 있다. 이 발언을 실천으로 옮기기 위해서라도 보수 진영 인사를 폭넓게 기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렇게 해야만 '통합을 향한 노력' 또한 더욱 빛을 발할 수 있을 것이다.
경제와 관련해서도 이재명 대통령은 중요한 과제를 안고 있다. 현재 세계 각국이 직면한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및 방위비 문제 해결이 그중 하나다. 이재명 대통령의 그간 행보를 보면 실용주의적 성향이 강하게 나타난다. 이러한 실용주의는 미국과의 민감한 사안들을 해결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이념을 넘어서 실용주의적 성과를 달성할 수 있다면, 이는 통합을 위한 또 하나의 노력으로 국민의 지지를 받을 수 있다.
마지막으로, 한 가지 더 바란다면 세계적으로 '전례가 없는 정책'을 시행할 때에는 신중을 기했으면 한다. 과거 문재인 정권 시절에 시행되었던 '소득주도성장'과 같은 실험적인 정책으로 인해, 생계에 큰 타격을 입은 영세 자영업자나 아르바이트 노동자들이 적지 않았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러한 점들을 반면교사로 삼아 신중하게 정책을 추진하길 바란다.
이러한 과제들을 하나씩 해결해 나간다면, 이재명 대통령은 대한민국 근현대사에서 가장 뛰어난 대통령 중 한 사람으로 기록될 수 있을 것이다. 역사의 평가를 의식하기보다는 지금 이 순간 국민의 평가에 집중한다면 충분히 그런 업적을 이룰 수 있으리라 본다. 그는 매우 실용적인 인물로 알려져 있다. 그의 실용주의가 진가를 발휘해 우리 경제를 다시금 살렸으면 좋겠다. 이번 대선은, 비상계엄에 대한 국민적 분노가 어느 정도인지를 보여줬다고 평가할 수 있다는 부분도 중요하다. ‘분노 투표’만큼 투표율을 끌어올리는 요소는 없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런 분노를 해소하고 국민들을 편안하게 만들어 주었으면 좋겠다.
필자 주요 이력
▷프라이부르크대학교 정치학 박사 ▷한국국제정치학회 부회장 ▷전 통일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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