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도 모자라 금융권 출연까지…배드뱅크 '도덕적 해이' 우려

  • 금융위, 1.5조 규모 채무조정안 마련…추경안 1.1조 반영

  • 채무조정기구 설립·새출발기금 개편…금융권 출연 불가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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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뉴스]
정부가 추가경정예산(추경) 1조1000억원을 투입해 배드뱅크를 설립하는 등 금융 취약계층 대상 채무조정에 나서기로 했다. 빚을 갚을 능력을 상실한 사람들에게 재기의 기회를 제공하겠다는 취지다. 다만 필요 재원이 1조5000억원이므로 추경을 제외한 금액은 금융권에 손을 벌릴 수밖에 없다. 반복되는 채무조정이 도덕적 해이를 유발할 수 있다는 우려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금융위원회는 2차 추경안에 장기 연체채권 채무조정 프로그램(4000억원), 새출발기금 개선(7000억원) 등을 반영했다고 19일 밝혔다.

장기 연체채권 채무조정은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가 출자해 일종의 배드뱅크를 만들고 대상 채권을 한번에 매입해 소각·조정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배드뱅크는 금융기관이 보유한 부실자산이나 채권을 매입해 이를 처리하는 기관을 의미한다. 이번에 설치되는 배드뱅크는 개인 또는 개인사업자가 7년 이상 연체한 5000만원 이하 무담보채권을 매입해 처리할 예정이다.

이에 더해 새출발기금을 개편해 채무조정 규모와 대상을 확대한다. 지금까지는 상환능력에 따라 대상을 선정해 원금의 60~80%를 감면하고 나머지는 최대 10년간 분할상환을 지원했다. 그러나 앞으로는 채무 규모가 1억원 이하이면서 중위소득 60% 이하인 저소득 소상공인의 무담보 채무의 원금 90%를 감면하고 나머지도 최대 20년간 분할상환이 가능해진다. 지원 대상도 확대돼 작년 12월 이후 신규 창업한 차주도 새출발기금을 신청할 수 있다.

금융위는 배드뱅크 운영을 통해 113만4000명이 보유한 16조4000억원 규모의 채권을 매입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새출발기금 개선을 통한 수혜 대상은 10만1000명이 보유한 채무 6조2000억원 규모로 전망된다.

문제는 이번 채무조정을 위해 반영된 예산만으로는 배드뱅크를 통한 채무매입을 감당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정부 추산대로면 채무매입에 4000억원 정도 재원이 더 필요해 금융권 출연으로 채울 수밖에 없다. 금융권은 최근 고금리·저성장 국면에서 대규모 상생금융을 실행했지만 추가 자금을 투입해야 하는 상황에 놓일 것으로 보인다.

이에 더해 그간 성실하게 빚을 상환해온 사람들의 상대적 박탈감도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채무조정이 반복되면 향후 채무자들이 성실하게 상환하지 않는 등 도덕적 해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과거 2003년 카드대란 당시 정부가 채무조정 방안을 발표한 이후 사회적 혼란이 야기됐다. 당시 카드사 연체율이 3개월 사이에 11.7%에서 15.2%로 급등했는데 도덕적 해이 때문이라는 해석도 나왔다.

이와 관련해 정태호 국정기획위원회 경제1분과장은 “코로나19 사회적 거리두기에 기인한 채무라는 점과 장기간 채무상환 압박에 놓인 소상공인의 입장을 고려하면 (채무조정은) 마땅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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