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이 멕시코산 제품에 관세를 부과하기로 하면서 현지 생산기지를 보유한 한국을 겨냥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돼 업계의 대책 마련이 요구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당초 관세 면제 대상이던 멕시코에 최대 30% 상호 관세를 부과하면서 삼성전자, LG전자 등 국내 전자업계는 긴장 모드다.
14일 재계에 따르면 멕시코에 생산기지를 운영 중인 삼성전자와 LG전자는 대응전략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관세가 부과되면 멕시코에서 생산한 TV, 가전 등 전자제품이 미국으로 수출될 때 가격 경쟁력이 크게 악화된다.
현재 두 회사는 멕시코 공장을 통해 미국에 수백만 대의 제품을 수출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멕시코 케레타로(Queretaro) 공장에서 냉장고, 세탁기, 건조기 등 가전 제품을 일 평균 1만6000대 이상 생산하고 있으며, 티후아나(Tijuana) 공장에서는 TV를 생산 중이다.
LG전자는 현지에서 더 다양한 공장을 운영 중이다. 레이노사(Reynosa), 타마울리파스(Tamaulipas) 공장에서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TV 및 TV 조립 라인이 돌아가고 있으며, 몬테레이 공장에서 냉난방공조기(HVAC) 용 스크롤 컴프레서(Scroll Compressor)를 생산하고 있다. 코아우일라(Coahuila), 라모스 아리사페(Ramos Arizpe) 공장에서는 시스템, 내비게이션, 오디오 및 비디오 장치) 등 자동차용 모빌리티 부품(Telematics)을 만들고 있다.
전자업계가 멕시코에 생산기지를 둔 이유는 저렴한 인건비로 미국 수출 물류비용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멕시코는 미국·멕시코·캐나다 무역협정(USMCA)의 적용을 받고 있어 관세가 없었다. 업계는 이번 관세 부과 방침이 USMCA 규정을 준수한 제품에도 일괄 적용되는지 명확하지 않아 확인 중에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관세가 실제 발효되면 타격이 불가피하다. 삼성전자는 미국 시장용 TV 대부분을 멕시코에서 생산하고 있고, LG전자도 TV, 냉장고, 세탁기 등이 미국에서 인기다. 해당 제품들의 가격 상승이 불가피해 경쟁력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
업계로선 생산시설 이전을 검토할 수도 있다. 이슈가 터지기 전부터 삼성전자는 건조기 생산 시설 일부를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 공장으로, LG전자는 냉장고 생산 라인 일부를 테네시 공장으로 옮기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삼성전기는 이번 관세 리스크때문에 멕시코에 자동차 전장(전자장치)용 카메라 모듈 공장을 건설하는 계획을 백지화하고 현지 생산법인 업무를 중단했다.
다만 이번 미국의 조치가 다른 국가에 대한 관세와 달리 멕시코에 대한 협상력 강화 목적의 엄포라는 시각도 존재한다. 올 하반기 개시될 것으로 예고된 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USMCA) 이행사항 재검토 등 일련의 논의 과정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려는 포석이 깔려 있다는 의견이다.
업계 관계자는 "(최악의 경우) 멕시코에 대한 관세 면제 조치가 해제되는 경우까지 고려해 시나리오에 따른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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