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3 비상계엄 사태와 관련해 내란·외환 혐의로 재판을 받는 노상원 전 국군 정보사령관이 과거 우리 군에게 자폭조끼를 입혀 폭사(爆死)시키는 구체적인 계획도 세웠던 것으로 확인됐다.
14일 아주경제 취재를 종합하면 제보자 A씨는 노 전 사령관이 계엄 당시 윤석열 전 대통령과 악연이 있는 정치권 인사 등 수십 명을 없앤 뒤 작전에 투입된 요원까지 제거해버릴 수 있는 장비와 작동 방안이 있었다고 증언했다.
제보자 A씨는 수십 년간 우리 군에 위성 장비를 납품해 온 사람이다. 그는 노 전 사령관이 현직에 있던 2016년 정보사가 원격 폭파 장치 수 개를 군 장비업체로부터 납품받았다고 설명했다. A씨는 "정보사에서 어느 날 위성을 사용한 원격 폭파에 대해 기술적으로 가능한지 문의했다. 북의 대량살상무기(WMD) 등에 대한 성공적 작전에 쓰이는 걸로 당시에는 상상했다"고 회상했다.
A씨 생각은 이내 바뀌었다. A씨는 "(정보사가) 최대한 작게 라이터 크기 정도로 만들어달라고 했다"며 "도대체 이렇게 작은 배터리 용량으로 무엇을 할지 의문이 들었다"고 했다.
A씨는 작년 12월 3일 계엄 이후 방송에서 노 전 사령관에 대해 증언하는 현직 장군들의 폭로가 이어지면서 잊고 있었던 의문의 조각이 맞춰지자 이 사건에 대한 제보를 결심했다고 취재진에게 털어놨다.
지난 2월 4일 국회 내란 국조특위 2차 청문회에서는 육군 제2군단 부군단장인 박민우 준장이 참석해 2016년 노 전 사령관이 대북 임무를 끝내고 돌아온 요원들에게 원격 폭파 조끼를 입혀 '폭사'시키라는 명령을 했다고 폭로했다. 당시에 대북 특수임무가 실행되지 않아 노 전 사령관의 폭사 계획은 실행되지 않았다.
A씨는 이런 증언을 접하고 자신이 개발에 참여한 위성통신을 통한 자폭장치가 WMD용이 아닌 방탄조끼를 입은 우리 군이 적용 대상이었으며 계엄 당시 쓰였을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A씨는 "생각해 보면 '노상원 자폭조끼'의 기술적 문제점이 컸다. 자폭 시 제어의 정확성을 위해 대기 상태 이후 준비 단계 다음으로 자폭 또는 취소 절차가 없었다. 최종 결정된 방식은 위성전화기로 전화를 걸면 무조건 터지는 것과 같은 단순 방식이 적용됐다"고 했다.
그는 "누군가 이 작전에 사용된 전화번호를 안다면 공중전화에서도 아군을 자폭시킬 수 있는 잔악한 방식"이라며 "아군을 소모품으로 여겨 1회성 작전용 개발을 지시하는 노 전 사령관의 의도도 엿보이는 대목"이라고 덧붙였다.

A씨에 따르면 계엄군이 방탄조끼에 지참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위성 장비는 '이리듐 9555 위성전화기'이며 노 전 사령관 시기는 물론 지금도 군에서 사용되는 제품이다. 원래 군에서 작전 수행 시 요원과 사령관 사이 긴급 통화를 하는 장비다. 노 전 사령관이 보관해온 일명 '노상원 수첩'에는 계엄 수거 대상과 처리 방법 중 사후조치 시 관리(토사구팽)와 함께 작전 요원들에게 '휴대폰을 지급'한다고 적혀 있다.
특수부대는 작전 시 무기와 탄창을 장착하는 조끼 등 특수복을 착용하는데 이때 위성전화기와 연결된 폭약(예를 들면 C4 Composition)을 지니면 노 전 사령관의 작전과 같이 원격 폭파 시 특수부대 요원에게 치명적인 해를 끼칠 수 있다. A씨는 위성 전화기와 폭약을 연결하는 배터리만 한 기폭장치(폭파제어기)를 제작하기도 했다.
A씨는 "계엄군에 포함된 HID(북파공작원 특수부대)가 윤 전 대통령에게 반대하는 이들을 '수거'하고, 배에 태워 외딴 지점에서 '처리'하고 이 임무를 수행한 요원이 임무 완수를 보고하면, 노 전 사령관 같은 이가 위성전화기에 특정한 신호를 발사해 폭탄을 터뜨리게 하는 완전범죄를 꿈꾼 제품"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노 전 사령관 측 변호인단은 아주경제와의 통화에서 본지보도와 관련해 "허위사실"이라는 짤막한 입장만을 전했다.
한편 개인정보보호법 위반과 알선수재 등 혐의가 추가된 노 전 사령관은 도주와 증거 인멸 등의 우려로 구속이 연장됐다. 노 전 사령관은 지난 1월 10일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에 의해 내란 중요임무 종사와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등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
내란 특검(조은석 특별검사)은 노상원 수첩에 기록된 '수거' 및 '북한 공격 유도' 등의 메모 내용을 토대로, 계엄법에 의거해 정치권 인사 등을 체포하고 북의 도발을 유도, 무력 충돌을 일으키려 했다는 의혹 등에 대한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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