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 국가들이 무역 전쟁을 선포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공세에 대응해 기존의 수출 주력 시장이었던 미국을 대체할 새로운 시장 찾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1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NYT는 아시아 국가들이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하기 위해 미국산 제품 구매 확대와 제도 개혁을 약속하며 특사를 파견하는 등 총력 대응에 나서고 있지만, 여전히 관세 위협이 이어지고 있어 대체 시장을 확보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각국은 대안 마련에 속도를 내고 있다. 안와르 이브라힘 말레이시아 총리는 지난주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정상회의에서 “외부 압력 속에서는 내부 기반을 강화해야 한다”며 “우리끼리 무역을 하고, 상호 투자해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 와중에 인도는 브라질과 양국 간 무역을 70% 증가시키기로 합의했고, 인도네시아는 유럽연합(EU)과 자유무역협정(FTA) 진전을 위한 정치적 합의에 도달했다. 한국도 주요 파트너 국가와의 외교 접촉을 확대 중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기존에 특사를 보내기로 했던 미국·일본·중국·EU에 더해 호주와 독일에도 특사 파견을 결정했다. 베트남은 다른 국가들과의 무역 협정을 통해 대미수출 의존도를 줄이겠다는 계획이다.
웬디 커틀러 아시아소사이어티정책연구소(ASPI) 부회장은 “미국의 요구를 만족시키기가 어려워지고 있기 때문에 다른 국가들과 협력하려는 움직임이 강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주요 무역 파트너와 마찰이 빚어졌을 때 대안을 찾아 나선 사례는 과거에도 존재했다. 트럼프 집권 1기 당시 중국은 미국과의 무역 갈등이 격화되자 미국산 대두 수입을 줄이고 브라질산으로 대체했다. 이에 현재 브라질은 중국의 최대 대두 공급국으로 올라섰다. 한국 역시 2017년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 문제로 중국의 보복을 받은 뒤, 인도네시아·말레이시아·베트남 등 동남아 국가들과의 경제 협력을 적극 확대했다.
NYT는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압박에 직면한 국가들이 공동 대응에 나서는 것이 유리할 수 있지만 지금까지는 각국이 개별적으로 유리한 대우를 확보하려는 데 집중해 왔다고 짚었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직접적인 위협을 받았던 브릭스(BRICS)조차도 최근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열린 정상회의에서 미국 관세에 공동 대응하는 조치를 내놓지 않았다.
다만, 미국의 관세 위협으로 인한 불안정한 상황이 지속될 경우 각국이 공동 대응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호주 멜버른대 아시아연구소의 알렉산더 하인드 교수는 “지금까지는 동남아 국가들이 하나로 뭉쳐 공동 전선을 형성하려는 움직임은 보이지 않지만 지금과 같은 격변이 계속된다면 상황은 달라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미국은 스스로 구축한 무역 시스템을 빠르게 해체하려고 하고 있다"며 "이 때문에 많은 사람이 놀란 상태”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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