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G AI연구원이 국내 최초로 하이브리드 인공지능(AI) 모델 ‘엑사원(EXAONE) 4.0’을 공개하며 글로벌 AI 기술 경쟁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엑사원 4.0’은 자연어 이해·생성과 지식 기반 질의응답에 강점을 지닌 대규모 언어모델(LLM)과, 스스로 가설을 세우고 검증할 수 있는 추론 AI를 결합한 통합형 모델이다. 하이브리드 AI 모델을 공개한 사례는 미국 앤스로픽의 ‘클로드’, 중국 알리바바의 ‘큐원’ 정도로, 국내에선 이번이 처음이다.
LG AI연구원은 지난 3월 국내 최초의 추론형 AI 모델 ‘엑사원 딥(EXAONE Deep)’을 선보인 데 이어, 4개월 만에 통합형 하이브리드 모델까지 공개하며 기술 고도화 속도를 높이고 있다.

엑사원 4.0은 성능 평가에서도 세계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AI의 지식과 문제 해결 능력을 측정하는 MMLU-Redux와 MMLU-Pro에서 각각 92.3점, 81.8점을 기록했다. 또 코딩 능력 평가(LiveCodeBench v6)은 66.7점, 과학 문제 해결력(GPQA-Diamond) 75.4점, 수학 문제 해결력(AIME 2025) 85.3점을 받았다. 이는 미국과 중국, 프랑스의 대표 오픈 웨이트 모델들을 앞선 결과라고 LG AI연구원은 설명했다.
LG AI연구원은 이번 모델을 연구·학술·교육용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글로벌 오픈소스 플랫폼 허깅페이스(Hugging Face)에 오픈 웨이트(Open Weight) 형태로 공개했다. 오픈 웨이트는 학습 데이터나 설계도는 비공개지만, AI의 가중치 정보는 공유돼 활용과 재배포가 가능한 방식이다. 현재 오픈 웨이트 방식으로 공개된 대표 모델은 구글 ‘젬마(Gemma)’, 메타 ‘라마(LLaMA)’, 마이크로소프트 ‘파이(Phi)’, 알리바바 ‘큐원(Qwen)’, 프랑스 미스트랄 ‘미스트랄(Mistral)’ 등이 있다.
엑사원 4.0은 두 가지 모델로 구성됐다. 하나는 320억 개 파라미터(32B)의 전문가용 모델, 다른 하나는 12억 개 파라미터(1.2B)의 온디바이스(On-device) 모델이다.
전문가 모델은 의사, 치과의사, 한약사, 관세사, 감정평가사, 손해사정사 등 6개 국가공인 전문가 자격시험의 필기평가를 통과할 정도의 높은 전문성과 정확도를 갖췄다. LG AI연구원은 엑사원이 고난도 지식이 요구되는 산업에서도 실제 활용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온디바이스 모델은 스마트폰, 가전, 자동차 전장 시스템, 로봇 등 다양한 전자기기 내에서 외부 서버 연결 없이 작동하는 경량형 AI다. 기존 엑사원 3.5의 2.4B 모델보다 크기를 절반으로 줄인 동시에, 수학·코딩·과학 등 전문 평가 지표에서는 오픈AI의 GPT-4o mini보다 높은 성능을 기록했다. LG는 온디바이스 AI 시장의 주도권 확보에 자신감을 내비쳤다.
LG AI연구원은 엑사원 4.0의 상용 API 서비스도 시작했다. 허깅페이스의 공식 파트너사인 프렌들리AI와 협력해, GPU 없이도 누구나 엑사원을 활용하거나 서비스에 쉽게 연동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이를 통해 기업뿐 아니라 개인 개발자까지 폭넓은 사용자층 확보가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생태계 확대도 가속화한다. LG AI연구원은 15일 ‘엑사원 파트너스 데이’를 열고 국내 22개 협력사와 함께 엑사원 기반의 AI 생태계 조성 방안을 논의했다. 오는 22일에는 서울 마곡 LG사이언스파크에서 ‘LG AI 토크 콘서트 2025’를 열고, 엑사원 4.0을 비롯한 최신 AI 연구성과와 향후 전략을 발표할 예정이다.
이진식 LG AI연구원 엑사원랩장은 “엑사원이 한국을 대표하는 프론티어 모델이 될 수 있도록 연구개발을 지속해 세계 시장에서 경쟁력을 증명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한편, 구광모 LG 대표는 올해 신년사에서 “AI 같은 첨단 기술을 일상에서 쉽게 사용할 수 있게 함으로써, 소중한 시간을 더 즐겁고 의미 있게 만들겠다”고 밝힌 바 있다. LG는 엑사원을 기반으로 한 AI 기술 상용화와 생활 밀착형 AI 확대에 더욱 속도를 낼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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