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UPI·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자신의 금리 인하 요구에 부응하지 않는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의 사임을 바라는 속내를 드러냈다. 트럼프 대통령이 파월 의장 사퇴를 압박하는 상황에서 월가의 대형 은행 최고경영자(CEO)들은 파월의 호위무사로 나섰다.
16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공개된 뉴스 사이트 ‘리얼아메리카스보이스’와의 인터뷰에서 파월 의장이 사임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와 동시에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이 파월 의장(내년 5월 퇴임 예정)을 해임할 경우 시장에 혼란을 초래할 것이라는 세간의 목소리가 있다고 소개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워싱턴 DC 백악관 집무실에서 바레인 총리와 회담하는 자리에서 파월 의장 해임을 고려하는 지에 대해 “어떤 것도 배제하지 않는다”며 “그러나 그가 (연준 건물 보수를 둘러싼) 사기로 물러나야 하는 상황이 아니라면 (해임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밝혔다.
연준이 파월 의장 재임 중 건물을 보수하면서 옥상 정원과 인공 폭포, 귀빈(VIP)용 엘리베이터, 대리석 장식 등을 설치한 탓에 공사 비용이 초기 계획보다 7억 달러 늘어난 25억 달러(약 3조5000억원)나 들었다는 것이 백악관과 공화당 일각의 주장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파월 의장을 해임할 계획이 있느냐는 거듭된 질문에 “아니다”라며 “우리는 어떤 것도 계획하고 있지 않다”고 했다. 하지만 미 뉴욕타임스(NYT)는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이 전날 저녁 백악관에서 공화당 하원의원들을 만나 파월 의장 해임 서한 초안을 꺼내 보여줬다고 보도했다.
이런 가운데 미국의 대형 은행 CEO들은 한목소리로 연준의 독립성을 지지하고 나섰다. 데이비드 솔로몬 골드만삭스 CEO와 브라이언 모이니한 뱅크오브아메리카(BofA) CEO, 제인 프레이저 시티그룹 CEO는 이날 한목소리로 중앙은행인 연준 독립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솔로몬 CEO는 미 CNBC와 인터뷰에서 “미국에서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중앙은행의 독립성은 우리에게 놀랍도록 잘 기여했다”며 “중앙은행의 독립성과 연준의 독립성은 매우 중요하며, 우리가 보존하기 위해 싸워야 할 뭔가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프레이저 CEO는 성명을 내고 “독립성이 연준의 신뢰를 이끈다”며 “독립성은 우리 자본 시장의 효율성과 미국의 경쟁력에 핵심적”이라고 밝혔다. 모이니한 CEO도 블룸버그TV와 인터뷰에서 연준은 “독립적이게끔 설립됐다”고 힘줘 말했다.
미국 최대 은행인 JP모건체이스의 제이미 다이먼 회장은 전날 “중앙은행의 독립성은 절대적으로 중요하다”며 “연준을 갖고 장난치는 것은 역효과를 낳을 수 있으며, 기대했던 것과는 정반대의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연준에 기준 금리를 낮추라고 압박하고, 연준 의장의 해임을 논의하는 이례적인 상황에 직면한 은행 경영진이 논란에 뛰어든 것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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