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마장을 찾은 관중들이 출전표를 펼쳐들면, 눈길을 사로잡는 이름이 있다.
‘에펠탑’. 프랑스를 대표하는 건축물의 이름을 지닌 이 경주마는 실제로 렛츠런파크 서울의 경주로를 질주하고 있다.
이 경주마는 체중 약 500kg의 체격과 힘 있는 주행으로 지난 4월 27일 제10경주에서 우승했다. 이 승리는 기수 이동하에게 통산 200번째 승리를 안겨주기도 했다. 이름처럼 우뚝 솟는 존재감을 보여준 셈이다.
이처럼 이색적인 이름을 지닌 경주마는 관중의 기억에 오래 남는다. 경마 중계에서 “에펠탑이 선두로 나섭니다!”라는 외침은 경주의 몰입도를 높이는 역할도 한다.
하지만 경주마의 이름은 아무렇게나 지을 수 없다. 마주가 이름을 정하지만, 마사회가 정한 '마명 등록 규정'에 따라 심사를 거쳐야 한다.
정치인이나 유명인의 이름, 기업·상품명, 비속어 등은 등록이 금지되며, 한글 기준 글자 수는 2~6자, 외산마는 8자까지다. 과거 외국산 마필 ‘BOOM’은 ‘부움’으로 등록된 바 있다. 한 글자 마명은 허용되지 않기 때문이다.
마명은 원칙적으로 변경이 불가능하며, 첫 출전 전에 단 한 번, 심사를 통해 변경이 허용된다. 이름 하나에 마주의 철학, 전략, 상징성이 담긴다. ‘에펠탑’이라는 이름도 단순한 상징을 넘어 관중과 교감하고, 경마의 흥미를 더하는 장치로 작용한다.
‘에펠탑’이 단순한 이름 이상으로 관객의 기억에 오래 남는 이유다.
이름은 남는다. 경주마도 예외는 아니다. 호랑이가 죽어 가죽을 남기듯, 경주마는 달리고 은퇴한 뒤에도 그 이름 하나로 사람들 사이에 오래도록 회자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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