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전도 아닌데 영토 양보 불가"...푸틴 협상안에 우크라 분노

  • 젤렌스키, 18일 워싱턴 담판....의회·여론 "영토양보는 패착"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사진AFP·연합뉴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사진=AFP·연합뉴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을 양보하라는 조건을 평화협상안에 담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우크라이나에서 거센 반발이 일고 있다. 전쟁에서 패하지 않았는데 사실상 항복을 요구받을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일부는 푸틴 대통령의 요구에 명분을 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비판했다.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의회의 할냐 얀첸코 무소속 의원은 17일(현지시간) “단지 푸틴이 원한다는 이유로 싸우지도 않고 영토를 양보하라는 건 애초부터 터무니없다”고 일축했다.
 
러시아는 2014년 크림반도를 강제 점령한 뒤 우크라이나 돈바스 지역(도네츠크+루한스크) 장악을 노려왔다. 2022년 전면 침공 이후 루한스크 대부분을 차지했지만, 침공 3년 반이 지난 지금도 도네츠크주 일부는 장악하지 못한 상태다.
 
푸틴 대통령은 15일 알래스카 미·러 정상회담에서 우크라이나가 크라마토르스크, 슬로비안스크 등 도네츠크 주요 도시를 내주면 종전에 합의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현지 반발은 거세다. 크라마토르스크 출신 한 시민은 “러시아가 이 도시를 포함해 나머지 도네츠크 지역을 가져간다는 것은 (우크라이나의) 전쟁 패배를 의미한다. 이는 사회 분열을 가져올 것”이라고 가디언에 말했다.
 
그는 “젤렌스키가 이런 문제를 일방적으로 해결할 권한은 없다. 영토 포기는 정부의 정치적 자살행위”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3개월 전 도네츠크 최전방에서 싸우던 아버지가 전사했다는 한 대학생은 미국 CNN방송에 “동부 우크라이나와 크림반도의 모든 국경선을 온전히 지키는 것이 아버지의 꿈이었다. 그게 나의 꿈이었고 아버지의 꿈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목숨을 걸고 국경선을 사수하는 군인들을 가리켜 “용감한 사람들이 매우 많다. 우크라이나에서 가장 훌륭한 사람들이다. 그런 사람들이 우크라이나 땅을 지키고 있다. 그런 땅을 푸틴에게 준다는 데에 동의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한 키이우 시민은 CNN에 “당장 내일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른다. 우리는 푸틴을 믿지 않는다”며 푸틴 대통령에 대한 불신을 표출했다.
 
그는 “우리 (젤렌스키) 대통령이 영토에 대한 확고한 입장을 보여줄 것으로 알고 있다. 우린 자유로운 우리나라, 온전한 우리나라에서 살고 싶다”면서 푸틴 대통령을 ‘테러리스트’로 칭하며 “우크라이나는 테러리스트에게 절대 영토를 내주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18일 미국 백악관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러시아가 제안한 평화협상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유럽 정상들도 같은날 백악관을 찾아 논의에 참여할 예정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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