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바스티안 젤츠너 ETH 취리히대학교 KOF 경제연구소 교수는 18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학자대회에서 '전염성 있는 스테이블코인'을 주제로 한 '디지털화폐' 세션에서 "스테이블코인 발행자들이 경쟁적으로 이자를 지급하면 시장 불안정성, 전염효과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며 "상호 경쟁 속에서도 모든 코인이 무이자 체제로 설계되도록 규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스테이블코인은 통화나 자산 대비 가격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도록 설계된 분산원장기술 기반의 가상자산이다. 통상 발행액에 상응하는 현금성 자산을 준비자산(reserve)으로 비축해 약속한 교환 비율을 이행한다. 미국 달러에 1:1로 연동하며 미국 단기국채, 예금 등으로 준비자산을 운용하는 테더(USDT)와 유에스디코인(USDC)이 대표적이다.
젤츠너 교수의 주장은 발행사들이 시장 선점을 위해 고금리 이자·리워드 경쟁에 나서면 준비자산 운용에서 고위험 최단기물 위주의 자산 편입 유인이 커지며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지는 만큼 이자 지급을 금지해야 한다는 의미다. 젤츠너 교수는 "여러 발행자 간 경쟁 환경에서는 한 발행자가 이자를 주기 시작하면 어떤 발행자도 주지 않을 수 없지 않으냐"며 "효율적인 배분은 규제로 인해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이자 지급이 금지될 때만 실현된다"고 말했다.

자유은행은 최소 자본만 갖추면 누구나 은행을 세워 담보자산 예치를 조건으로 화폐를 발행하도록 허용하는 제도를 말한다. 최근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도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규제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현재 상황을 과거 이 시대에 비유했다. 그는 "이자 지급 금지와 같은 규제는 시스템 위험을 막고 결제·저축 수단으로서 스테이블코인 역할을 확보하는 데 중요한 조건"이라고 밝혔다.
이자 지급 의무 조항은 현재 우리나라에서도 논의가 활발하다. 최근 안도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법안은 스테이블코인의 역할을 지급결제 수단으로 한정하고, 이자 지급을 명확히 금지한다. 반면 김은혜 의원 안은 이자 지급 금지 조항이 없어 스테이블코인이 미래에 수익형 금융상품으로 발전할 가능성을 열어뒀다.
해당 세션에선 스테이블코인 준비자산의 투명성과 고유동성 자산 구성 필요성에 대한 제언도 나왔다. 스테이블코인의 페그(법정화폐로 상시 교환 가능성)를 보장하기 위해 발행자가 보유하는 다양한 준비금(현금·증권·예금 등)의 투명성·변동성이 페그 안전성 유지에 관건이라는 설명이다.
이냐키 알다소로 국제결제은행(BIS) 수석이코노미스트는 ''공적 정보와 스테이블코인 런' 보고서를 발표하며 "뱅크런 위험은 투자자들이 스테이블코인을 뒷받침하는 준비금의 품질 및 변동성에 대해 어떻게 인식하느냐, 그 준비금 정보의 투명성에 크게 좌우된다"고 평가했다. 투명성이 증가하면 시장 신뢰가 강할 때는 안정화 효과를 내지만 신뢰가 약할 때는 뱅크런을 유발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알다소로 이코노미스트는 "뱅크런은 보통 준비금 가치에 대한 큰 부정적 충격에 의해 촉발되며 작은 충격은 회복력을 키운다"며 "전염 현상도 확인돼 한 스테이블코인에서 뱅크런이 발생하면 그와 노출 관계에 있는 다른 스테이블코인으로 확산되는 것도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2023년 3월 스테이블코인 USDC가 실리콘밸리은행(SVB)에 준비금 33억 달러가 있다고 공개하자 USDC 가치가 상당 폭 떨어진 사건을 대표적 사례로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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