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란봉투법’이 국회를 통과했음에도 불구하고 논란은 계속이다. 그 본명은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이며 이 법 2·3조 개정이 본질이다. 노동자의 권한 강화가 입안자의 의지인데 설왕설래의 핵심은 △사용자 범위 확대 △쟁의 행위 대상 확대 △손해 배상 책임 제한 등으로 요약된다.
노조와 기업의 반응은 극과 극이다.
노동권이 강화되고 고용이 안정된다. 노동자 소득이 증대된다. 노사 간에 성실 교섭이 이루어진다. 파업 기간이 단축될 수 있다. 노조가 주장하는 바다.
기업의 생각은 다르다. 기업 활동이 위축된다. 교섭 범위 남용으로 잦은 불법 파업이 우려된다. 사유재산권 침해로 헌법 위반 소지도 있다. 해외 투자자가 한국을 떠난다.
최고 의사결정권자인 대통령의 고민이 적지 않았을 듯하다. 국가의 성장 전략을 우선할 것인지, 노동조합에서 받은 은혜를 먼저 갚아야 할 것인지, 공공의 이익보다는 ‘의리’를 선택했다. 그럴지라도 꼭 지금이었어야 할까. 이렇게 힘으로 급하게 밀어붙여야만 했을까 하는 문제는 여전하다. 1년간 유예해 달라는 기업의 읍소(泣訴)는 걷어차였고 중앙노동위원회 의견은 무시당했다.
트럼프발(發) 관세의 저주가 기업의 목을 옥죄고 있는 작금이다. 기업은 큰 위기를 맞았다. 최대한의, 다각도의 유연함을 발휘해야 그나마 면피가 가능하다. 경제적 전망은 긍정이 부정보다 열세다. 노동자 소득이 향상돼 연간 9000억원대의 소비 진작 효과가 예측된다. 긍정적 기대감이다.
파업이 20% 증가하고 외국 투자가 15% 이상 감소한다. 경제성장률은 0.5%포인트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일자리는 27만개 감소한다. 연간 15조원대 GDP 손실액이 발생한다. 부정적 예상이다.
노란봉투법이 전체 노동자가 아니라 대기업 노동자, 귀족 노조만을 위한 ‘기득권 법’이라는 비난을 받는 이유다. 잘나가는 대기업 노동자는 더 잘나갈 준비 완료다. 기득권의 ‘철옹성 쌓기’일 뿐이다. 한국의 노동시장은 경직됐다. 지구상 최강이라 한다. 여기에 노란봉투법까지 만들어 줬다는 것은 잘 물어뜯는 맹견에게 쇠꼬챙이 목줄을 달아준 격이다. 기업은 설상가상이요, 노조는 금상첨화다.
AI가 대세다. 피해 갈 수 없다. ‘피한다’는 의미는 세계사적으로 도태를 뜻한다. 많은 부분 인간의 노동이 필요 없는 시대가 눈앞이다. 한껏 경직된 노동시장과 양껏 강화된 귀족 노조, 기득권 노조의 권한이 ‘성장의 미래’로 가는 길에 걸림돌이 되지 않을까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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