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연방 법원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상호관세에 또다시 제동을 걸고 나섰음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 정책의 정당성을 강조하고 나섰다. 트럼프 행정부도 주요 무역상대국과 협상을 이어가겠다며 관세 정책 강행 의지를 나타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자신 소유의 소셜미디어(SNS) 트루스소셜에 “관세, 그리고 우리가 이미 거둬들인 수조 달러가 없었다면, 우리나라는 완전히 파괴되고 군사력은 즉시 소멸됐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급진 좌파 판사들 집단은 7대 4의 의견으로 개의치 않았지만, (전 대통령 버락) 오바마가 임명한 한 명의 민주당원은 실제 우리나라를 구하기 위해 투표했다”며 “그의 용기에 감사한다. 그는 미국을 사랑하고 존경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판결 당일인 지난 29일에도 재판부를 향해 “정치 편향적”이라며 “이들 관세가 사라지면 국가에 총체적 재앙이 될 것”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아울러 그는 연방 대법원 상고 방침을 밝혔다.
피터 나바로 백악관 무역·제조업 고문 역시 이날 폭스뉴스에서 “대통령의 전방위적 관세가 최종적으로 연방대법원에서 막히게 된다면, 그것은 미국의 종말이 될 것”이라며 “이것은 최악의 무기화된 당파적 불의였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트럼프 행정부는 상호관세 무효 판결 이후에도 무역 협상을 이어가고 있다며 관세 정책 강행 의지를 시사했다.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이날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우리의 무역 파트너들은 (무역) 협상과 관련해 우리와 계속해서 매우 긴밀하게 협의 중”이라며 “사람들은 중간에 법원이 뭐라고 판단하든지 상관없이 각자의 협상을 계속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구체적인 협상국은 밝히지 않았지만 전날에도 한 무역 담당 장관과 통화했다고 전했다.
앞서 워싱턴DC 연방순회항소법원은 지난 29일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가 대통령에게 관세 부과 권한을 부여하지 않았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상호관세에 대해 7대 4로 무효 판결을 내렸다. 다만 이번 결정은 10월 14일까지 효력이 발생하지 않으며, 행정부가 상고하면 최종 판단은 연방대법원으로 넘어가게 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날 대법원 상고심 결과에 따라 트럼프 대통령의 상호 관세 정책의 운명이 결정될 것이라고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대법원은 2022년 조 바이든 행정부 시절 ‘중대 문제 원칙’을 확립했다. 당시 존 로버츠 대법원장은 “연방 의회가 명확하게 위임하지 않는 한 대통령이 중대한 경제·정치적 의미를 지닌 정책을 독자적으로 시행할 수 없다”라며 행정명령의 한계를 설정했다. 이에 따라 오바마 행정부의 온실가스 배출 제한, 바이든 행정부의 학생대출 탕감과 퇴거유예 조치 등이 잇따라 무산됐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건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의 상호관세 정책에 같은 원칙이 적용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마크 그래이버 메릴랜드대 로스쿨 교수는 “의회가 명확한 입장을 가지고 있는데도 트럼프 대통령이 이를 무시한 경우네느 대법원이 제동을 걸곤 했다”고 설명했다.
반면 대통령의 관세 부과 권한에 대한 판례가 부족하다는 점에서 트럼프 행정부의 손을 들어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시각도 있다. 실제로 항소법원에서도 소수의견을 통해 “IEEPA는 대통령이 다양한 규제 수단을 활용하도록 설계됐으며, 관세를 배제했다는 근거는 설득력이 없다”고 지적했다.
나바로 고문도 “아주 훌륭한 반대 의견이 대법원이 우리에게 유리하게 판결할 수 있는 길잡이가 되고 있다. 우리는 매우 낙관적이다”라고 말했다.
현재 대법원은 보수 6명, 진보 3명으로 구성돼 있어 상고심 결과에 관심이 쏠린다.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대법원은 연방 공무원 해임, 불법체류자 추방, 연방자금 지원 보류 등에서 보수 성향의 판결을 내려왔다.
관세 상고심 구두 변론은 이르면 올겨울이나 내년 초봄에 열릴 것으로 예상된다. 최종 판결은 그 이후 수주에서 수개월이 걸릴 수 있으며, 그때까지는 트럼프 행정부의 상호관세 조치가 유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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