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월 우원식 국회의장이 시진핑 중국 주석을 만났을 때 시 주석이 '내 안에 너 있고, 너 안에 나 있다'(我中有你·你中有我)라는 표현을 썼다. 드라마에나 나올 법한 말이 아닌가. 세계 무역질서나 공급망 네트워크에서 한국과 중국이 밀접한 관계에 있다는 것을 나타내는 발언이었다."
박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7일 아주경제와의 인터뷰에서 해당 일화를 전하며 "중국이 윤석열 정부 3년간 소원해진 한중 관계를 발전시키려는 마음이 크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밝혔다. 박 의원은 최근 중국 전승절 행사에 방중 대표단으로 참석한 것을 포함해 한 달간 총 4차례 중국을 방문했다.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한·중 관계 흐름을 직접 목격해 온 박 의원은 중국이 최근 외교 무대에서 한국에 우호적인 신호를 여러 차례 보냈다고 평가했다.
다음은 박 의원과의 일문 일답.
-이번 전승절 기간 동안 시진핑 주석이 한국 대표단을 대하는 현장 분위기는 어떠했나.
"중국은 그동안 한국과 중국 사이를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를 강조하는 '이사 갈 수 없는 가까운 이웃'(搬不走的永久近邻)이라 표현했다. 그런데 이번에 '내 안에 너 있고, 너 안에 나 있다'로 한 발 더 발전한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중국은 윤석열 정권 3년 동안 소원해진 한·중 관계를 발전시키고자 하는 마음이 크다는 느낌을 받았다. 라오러지 전인대 상무위원장이나 딩쉐샹 부총리와의 만남에서도 한·중관계 회복과 경제협력에 대한 다양한 논의들이 있었고 분위기는 한국에 대해 상당히 우호적이었다고 느꼈다."
-앞으로 한한령 해제 등 중국과의 구체적인 협력이나 교류 발전이 있을 것으로 보나.
"이번 방중 대표단은 자오러지 전인대 상무위원장, 딩쉐샹 부총리 등과 만나 인적·문화교류 확대, FTA 추가 협상 진전, 핵심 광물 협력, AI 등 신산업 분야 협력, 기후변화 대응 등에 대해 폭넓은 공감대를 형성했다. 특히 우 의장이 자오러지 위원장에게 중국에 진출한 우리 기업들의 애로사항을 정리한 문서를 직접 전달해 예측 가능한 기업환경 조성을 요청하기도했다. 이에 대해 자오러지 위원장은 '공평한 법률적 환경 마련 등을 위해 관심을 갖겠다'고 답했다. 앞으로 시진핑 주석이 APEC에 참석하고 한·중 정상회담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적극적인 한·중 협력이 이뤄질 것으로 전망한다."

-전승절에서 우 의장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꽤 길게 대화를 한 장면도 눈에 띈다.
"리셉션장에서 푸틴 대통령과 우 의장이 얘기를 나눴는데 상당히 호의적이었다. 러시아가 우리 측에 우호적 대응을 한 이유는 한 가지라고 생각한다. 러·우 전쟁이 마무리되면 한반도는 전 세계의 유일한 잠재적 분쟁 지역으로 남을 것이다. 그래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한반도 문제에 큰 관심을 갖고 지켜보고 있다. 북·미 관계가 발전해 한반도 문제 해결까지 연결될 경우 그 파급력은 상당히 큰데 러시아도 한반도 문제 해결에 한 발 담그려는 의도에서 비롯된 행동이라 생각한다."
-전승절 현장을 지켜보며 북·중·러 정상이 '반서방 연대'를 구축하는 것처럼 느껴지진 않았나.
"중국은 전승절 행사에 일본, 미국을 비롯한 모든 서방 국가에 초대장을 보냈는데 서방 국가 정상들이 참석을 하지 않고 북한과 러시아를 비롯한 26개 정상만 참석한 것으로 알고 있다. 처음부터 그런 의도가 있었다면 서방 국가에 초청장을 안 보내지 않았겠나. 따라서 북·중·러 정상 간 만남을 신냉전 시대의 반미, 반서방 동맹으로 단순히 치환할 수는 없다. 또한 중국은 미·중 패권 구도의 하나의 축으로서 중국 자체가 냉전이나 전쟁보다는 평화를 지향한다는 기조이다. 그렇기 때문에 세계적으로 문제를 일으키고 있는 러시아와 북한과의 삼각동맹을 원하지 않고 있다. 만약 반미 연대, 반서방 연대를 목적으로 했다면 이번 전승절 기념식을 계기로 북·중·러 정상회담이 이뤄졌을 것이다. 그런 점을 보더라도 이번 북·중·러 정상 회담을 반서방 연대로 보는 것은 무리가 있다."
-중국이 이번 전승절 행사에서 김 국무위원장에게 단독 만찬을 주선하며 극진한 대접을 했다. 중국과 북한의 관계가 다시 가까워질수록 한국의 외교적 공간이 축소될 가능성은 없나.
"한반도 문제는 남한과 북한만의 문제가 아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트럼트 대통령에게 '피스 메이커, 페이스 메이커'라고 한 배경에도 한반도 문제가 우리의 힘만으로 해결할 수 없다는 실용주의 노선이 있다. 북한이 남북 대화보다는 북·미대화를 우선으로 생각하는 순간 우리의 외교적 공간은 이미 좁아졌다. 그러나 지금은 우리의 외교적 공간을 생각할 때가 아니다. 미국과 중국, 러시아를 활용해 북한을 국제 무대에 등장시키고 중단된 남북 대화를 복원할 때다. 그것이 한반도 평화 번영의 길을 위한 페이스 메이커의 역할이다. 또한 중국과 북한 모두 트럼프와의 정상회담을 앞두고 있다. 이 시점에서 양국이 힘을 모으는 모습을 대내외적으로 보여줌으로써, 트럼프와의 회담에 있어 주도권을 잡고 가겠다는 의미도 깔려 있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중국과 북한의 관계 회복은 북한을 국제 외교 무대로 다시 불러오는 계기가 될 것이고 이는 곧 한반도 문제를 외교 무대에 다시 세우는 결과를 낳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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