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중국·일본을 대표하는 외식 브랜드들이 앞다퉈 한국 시장 진출에 나서고 있다. 트렌드에 민감한 소비자층과 온라인 확산력, 치열한 시장 경쟁 환경이 어우러지며 한국이 '글로벌 외식 실험 무대'로 부상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일본 프리미엄 간식 브랜드 이모야킨지로는 서울 압구정에 국내 1호점 개점을 준비 중이다. 고구마스틱으로 유명한 이모야킨지로는 일본에 10개 안팎의 직영점을 운영하고 있으며, 특히 한국 관광객이 많이 찾는 후쿠오카점은 입소문을 타고 필수 코스로 떠올랐다.
지하철 3호선 압구정역 4번 출구에서 도보 1분 거리의 이모야킨지로 국내 1호점은 오픈 준비로 한창이었다. 건물 유리벽에 부착된 일본어 브랜드명과 함께 'SINCE 1952'가 붙어 있는 로고가 먼저 눈에 들어왔다. 매장 외부 간판은 이미 설치가 끝난 상태였고, 내부 역시 인테리어 공사가 막바지에 접어든 모습이었다. 안쪽에는 '바삭하고 깊은 맛의 고구마 켄피'라는 문구가 적힌 외부용 입간판도 보관돼 있었다. 이모야킨지로 국내 매장의 정식 개점은 9월 중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 Z세대 최애 브랜드'로 통하는 미국의 치폴레 멕시칸 그릴 역시 아시아 진출 첫 관문으로 한국을 선택했다. 치폴레 멕시칸 그릴은 부리토·타코·샐러드 등을 소비자가 직접 조합할 수 있는 외식 프랜차이즈로, 지난해 미국 10대들이 가장 선호하는 브랜드 2위에 올랐을 만큼 현지에서 인기를 누리고 있다.
치폴레의 국내 도입은 SPC그룹이 주도하고 있다. SPC 관계사인 빅바이트컴퍼니가 치폴레 본사와 라이선스 계약 또는 합작법인 설립 방식으로 사업을 추진 중으로, 내년 상반기 서울 주요 상권에 1호점 개점을 목표로 하고 있다. SPC 관계자는 "현재 빅바이트컴퍼니와 치폴레 본사 간 협의가 진행 중이지만, 세부 사항은 최종 조율 단계라 구체적으로 밝히긴 어렵다"고 말했다
중국에서 6000여개 매장을 운영하고 프리미엄 밀크티 브랜드 패왕차희(霸王茶姬·CHAGEE)는 연내 1호점 개점을 목표로 국내 진출 준비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 7월 '차지코리아 유한회사'라는 이름의 한국 법인을 설립한 데 이어, 최근에는 CJ제일제당·맥도날드·유니레버 등에서 경력을 쌓은 소비재 마케팅 전문가 김정희씨를 한국 최고마케팅책임자(CMO)로 영입했다. 현재 국내 유통 대기업·프랜차이즈 본사들과 합작법인(JV) 설립을 위한 협상이 막바지 단계에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미·중·일 주요 외식 브랜드가 앞다퉈 한국을 택하는 배경으로 소비자 특성을 강조한다. 한국 소비자들은 새로운 제품과 브랜드에 대한 호기심이 크고, 경험을 곧바로 온라인과 SNS에 공유하는 데 익숙하다는 것이다. 이런 문화는 반응을 단기간에 확산시키고 시장의 성패를 빠르게 가르는 구조를 만드는데, 외식업체 입장에서는 브랜드 실험과 테스트를 진행하기에 최적의 환경이 되는 셈이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한국 소비자들은 트렌드에 민감하고 새로운 것을 적극적으로 경험하며, SNS를 통해 자발적으로 확산시키는 성향이 강하다"며 "한국에서 성공하면 아시아 시장 확장에도 자신감을 얻을 수 있다는 점에서 주요 기업들이 한국을 테스트베드로 삼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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