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초대석] 정석호 한국의결권자문 대표 "상법 개정으로 회사-주주 이해충돌 가능성↑…불필요한 분쟁 막는 예방적 자문 필수"

정석호 한국의결권자문 대표가 아주경제와의 인터뷰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정석호 한국의결권자문 대표가 아주경제와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올해 국내 주식시장엔 이슈가 많다. 특히 상법 개정은 기업뿐 아니라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어모으고 있다. 상법 개정 내용 하나하나에 주가가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이다. 1·2차 상법개정에 이어 하반기엔 3차 개정까지 이뤄질 예정이다. 상법 개정과 관련해 최근 존재감이 커진 곳이 있다. 바로 의결권 자문사다. 의결권 자문사는 주주총회 안건을 분석해 기관투자자들이 어떤 방향으로 의결권을 행사할지 권고 의견을 제시하는 역할을 한다.  

ISS, 글래스루이스 등이 전 세계적으로 알려진 의결권 자문사들이다. 국내에서는 한국ESG기준원(구 한국기업지배구조원), 서스틴베스트, 대신지배구조연구소 등이 있다. 이런 가운데 의결권 자문사가 또 하나 국내에 등장했다. 올해 2월 닻을 올린 '한국의결권자문'이다. 정석호 한국의결권자문 대표를 최근 서울 성수동 사무실에서 만났다. 정 대표는 "해외 유력 자문사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국내 대표 자문사를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상법 개정…'예방적 소통' 필요
한국의결권자문은 정석호 대표와 장윤제 부대표가 함께 설립한 독립적인 의결권 자문사다. 정석호 대표는 한국거래소 본부장과 한국IR협의회 회장을 지내면서 기업가치 제고에 관심을 가져왔다. 장윤제 부대표는 한국ESG기준원 선임연구원 출신으로 법무법인 세종 ESG연구소장을 맡으며 약 10년 동안 기업의 ESG 자문 업무를 해왔다. 

정 대표는 "기업과 주주의 소통은 이제 예방적인 차원에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미 상법 개정이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 되어가고 있는 가운데 기업들이 변화된 환경에 적응해 어떻게 경영하는 것이 발전적일지 고민해야 할 시기라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해 이사 충실의무 대상을 '회사'에서 '회사 및 주주'로 확대하는 1차 상법 개정안은 지난 7월 3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어 8월 25일에는 집중투표제 의무화와 감사위원 분리선출 수를 증원하는 내용이 담긴 2차 상법 개정안이 국회 문턱을 넘었다. 정부와 여당은 자사주 소각 의무화 등의 내용을 담은 추가 상법 개정안을 추진 중이다.

상법 개정으로 의결권 자문사의 역할은 더 커질 전망이다. 주주 간 이해충돌 가능성이 높아진 상황에서 경영 판단과 관련된 갈등을 사전적으로 관리해야 하기 때문이다. 정 대표는 "기업의 독단적인 판단으로 사후에 문제가 생길 가능성을 방지하고 사전적으로 개입해 기업 가치 향상에 부합하는 의사 결정을 돕는 역할을 자문사들이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박병준 한국의결권자문 기업거버넌스팀장은 "기업이 아무리 좋은 경영 전략을 갖고 있어도 주주들과 소통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에 놓이게 됐다"며 "평소 이해관계자와 소통해 놓지 않으면 행동주의의 위험에 더 크게 노출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특히 상법 개정안의 구체적인 사례가 나오지 않은 지금 상황에서 법무법인 중심의 보수적인 법률 해석보다는 기업의 경영 판단 측면을 고려한 종합적인 자문이 필요하다고 정 대표는 설명한다. 그는 "기업에 최선의 이익이 되는 의사 결정이 무엇인지 종합적인 자문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전문가들의 집단 자문이 우리 회사의 장점"이라고 말했다. 
 
정석호 한국의결권자문 대표왼쪽와 박병준 한국의결권자문 기업거버넌스팀 팀장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정석호 한국의결권자문 대표(왼쪽)와 박병준 한국의결권자문 기업거버넌스팀장[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기업 성장 고려한 '전략적 자문'
정석호 대표는 한국의결권자문의 차별 포인트로 '전략적 자문'이라는 키워드를 꼽았다. 정해진 가이드라인에 얽매여 기계적으로 찬반 의견을 제시하기보다 기업 가치를 제고하는 방향성을 가지고 자문을 하겠다는 의미다. 여기에는 주주와 소통하는 것뿐만 아니라 우호지분 확보나 이사회 구성과 같은 전략적인 판단도 포함된다.

정 대표는 "기업 발전이나 주주가치 제고, 가치판단에 대해 설명하고 기업 성장을 돕는 자문을 하는 것이 목표"라며 "내부적으로 경영 전반에 대한 이해가 선행된 인력을 갖추고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한국의결권자문은 2개 팀으로 조직되어 있다. 의안분석팀과 기업거버넌스팀이다. 의안분석팀은 주주총회가 있을 때 의안분석을 하는 전통적인 자문사의 업무를 담당한다. 기업거버넌스팀은 최근 화두로 떠오른 기업 지배구조(거버넌스)와 관련된 업무 전반을 담당한다. 편의상 팀을 나눴지만 실질적으로 업무를 할 때는 유기적인 협업이 이뤄진다.

정 대표는 전체 주주의 이익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회사 발전을 도모하면서도 주주가치를 제고할 수 있도록 해 회사의 이익과 주주의 이익을 균형 있게 고려한다는 취지다. 한국의결권자문의 슬로건인 'Keeping all shareholders happy(모든 주주가 행복한 기업이 되도록)'에도 이 같은 비전을 담았다. 

또 정석호 대표가 중시하는 것은 '신뢰성'이다. 자문과 관련된 이슈가 많아진 만큼 의결권 자문사의 신뢰도가 점점 더 중요한 문제가 되고 있다는 생각에서다. 이를 위해 자문위원회와 상시적으로 소통한다. 정 대표는 "통상 의결권 자문사들이 하는 방식처럼 현안이 있을 때에만 자문위원회가 활동하면 자문 내용이나 깊이 면에서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며 "이를 탈피해 회사 방침에 대해 상시적으로 의견을 나누며 회사 발전을 도모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고 설명했다. 

한국의결권자문 자문위원회 위원장은 신현한 연세대 경영대학 교수가 맡고 있다. 예금보험기금 성과평가위원회, 국민연금 의결권 전문위원회, 코스닥 기업심사위원회, 기재부 공공기관 자산운용평가위원회 등에서 활동했고 20년 넘게 다양한 주요 기업 사외이사를 역임했다. 
 
IR 중요성도 확대…자문에 녹여낼 것
또 다른 차별화 포인트는 IR(Investor Relations)이다. IR은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기업의 실적 및 전망, 비전 등을 설명해 투자를 유치하는 활동을 의미한다. 성공적인 IR 활동을 펼치면 투자자 신뢰를 확보해 기업가치를 인정받는 데 큰 도움이 되지만 필요한 비용과 인력이 만만치 않다는 이유로 대기업의 전유물로 여겨지고 있다. 

정석호 대표는 지난해 5월부터 올해 4월까지 한국IR협의회 회장직을 수행하며 IR의 중요성을 더욱 절감했다고 전했다. 정 대표는 "IR은 기업 가치를 제대로 알리기 위해 필수적인 요소"라며 "성공적인 IR은 적대적 M&A 상황에서도 방어수단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기업이 IR을 진행한다는 것은 주주를 염두에 두고 경영상 판단을 하겠다는 회사의 의지 표명인 셈"이라고 덧붙였다. 

정 대표는 "상법 개정에 대해 우려하는 기업들이라면 더더욱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IR을 적극적으로 해야 한다"고 말했다. 주주와 소통할 때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만큼 IR에서 기업이 진정성을 보이면 의사 결정 과정에서 질적으로 큰 차이를 일으킬 수 있다는 설명이다. 주주들이 기업을 신뢰하면 우호 지분을 수월하게 확보할 수 있고 경영상 분쟁에서도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다. 

정석호 대표는 "지금까지 기업들이 IR에 소극적이었을지라도 앞으로는 중요성을 인지하고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곳이 늘어날 것"이라며 "그 과정에서 우리 회사가 도움이 될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댓글0
0 / 300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