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SJ "美에 대한 신뢰 약화…한국, 자체 핵무장 추진 가능성"

  • WSJ 전 발행인 기고…"한국인 사이 자체 핵무장 해법론 확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오른쪽이 2019년 2월 28일 하노이 소피텔 레전드 메트로폴 호텔에서 열린 제2차 미·북 정상회담 중 양자 회담을 하고 있다 사진AF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오른쪽)이 2019년 2월 28일 하노이 소피텔 레전드 메트로폴 호텔에서 열린 제2차 미·북 정상회담 중 양자 회담을 하고 있다. [사진=AFP·연합뉴스]

북한의 핵능력 고도화와 미국 안보공약에 대한 불신이 겹치면서 한국이 자체 핵무장을 추진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이 제기됐다.

월스트리트저널(WSJ) 전 발행인인 미국 원로 언론인 캐런 엘리엇 하우스는 9일(현지시간) ‘한국이 자체 핵무장을 원할까’라는 제목의 기고에서 “동맹인 미국이 갑작스럽게 흔들리면서 한국은 김정은을 억지할 다른 방법이 없다고 확신하게 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하우스는 한국이 ‘갈림길’에 서 있으며, 모든 방향이 ‘막다른 골목’처럼 보이는 환경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전 세계가 ‘북한의 비핵화’라는 수십년간의 백일몽에서 깨어나는 와중에 한국의 오랜 안보파트너인 미국을 신뢰할 수 없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우스는 자체 핵무장을 해법으로 보는 한국인이 늘고 있다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노벨평화상에 대한 욕심으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회담을 성사시키기 위해 연례 한미 연합훈련을 취소할 수 있다는 점을 많은 한국인이 우려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한국인 35%가 미국을 믿지 못할 동맹으로 보고 있다는 미 싱크탱크 브루킹스연구소의 조사 결과도 전했다.

최근 서울 안보회의에서는 ‘한국은 한반도 방어, 미국은 아시아 지역(특히 대만) 억지’라는 역할 분담론이 논의됐으나, 그는 이 역시 내재적 딜레마를 안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이 중국의 대만 공격에 대응하면 북한이 한국을 위협할 수 있고, 반대로 대응하지 않으면 북한이 미국의 안보공약을 공허하게 보고 도발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김 위원장이 핵 생산 능력 확대 시설을 건설하는 한편 최근 러시아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 중국 시진핑 국가주석과의 밀착 행보를 강화했다고 평가했다. 김 위원장이 ‘평화적 통일은 죽었다’며 ‘통일’ 용어 사용을 금지하고 한국을 ‘주적이자 변함없는 적’으로 규정했다는 대목도 짚었다.

또한 하우스는 익명을 요구한 한 미국 전문가를 인용해 북한이 향후 10년 내 핵무기를 60기에서 150기로 늘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그는 일부 핵무기가 목표물을 맞히지 못하거나 미국에 요격당하는 상황을 고려해 김 위원장이 2차 보복 능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300기 보유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반면 한국은 핵무기 40기를 만들 수 있는 원료를 갖추고 있지만, 핵확산금지조약(NPT)에 가입돼 있어 실제 제조는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김 위원장이 러시아에 파병한 북한 엘리트 집안 출신 병사들이 전투에서 다수 전사하면서 내부 불만이 쌓일 수 있다는 점도 짚었다. 초기에는 전사자를 무시하던 김 위원장이 최근 들어 훈장 수여와 유가족 예우에 나선 점을 거론하며, 김 위원장이 푸틴 대통령과 협력 과정에서 핵 위협을 지렛대로 삼는 전략적 교훈을 얻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대외 전략과 관련해 하우스는 한국이 유럽 주요국·나토(NATO)와 외교·안보 협력을 강화하고 일본과의 공조도 확대하고 있으나, 나토의 실질적 행동에서는 충분한 안도감을 얻지 못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갈림길은 새로운 길을 열 수 있는 기회를 주지만 동시에 치명적인 사고로 이어질 수도 있다”며 “한국 지도자들은 전자를 이루려 애쓰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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