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건설현장 추락사고 등 중대 사고가 줄지 않자 정부가 이를 해결하기 위해 팔을 걷어붙였다. 하지만 정부가 내놓은 대책이 '처벌 강화' 중심으로 진행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최저가 입찰 해소' '유연한 공사기간' 등 구조적 문제 해결은 시간이 걸리는 반면 과징금 부과 등은 시장에서 즉시 시행될 수밖에 없어서다. 산재 해법이 '경제적 제재 부과'에 초점이 맞춰있다는 지적이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 15일 노동안전 종합대책을 통해 산업재해 예방을 위한 대책을 내놨다. 이날 고용노동부는 법적·제재적 수단을 강화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은 "그간 안전·보건조치 위반에 대한 처벌은 주로 소액의 벌금, 집행유예에 그쳤다"며 "충분히 예방 가능한 사고가 반복되는 것을 절대로 용인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올해 2분기 기준으로 산업재해 사망자는 287명으로 이 중 건설업에서 발생한 사망자가 138명을 차지했다. 특히 재해 총 사망자가 지난해 동기 대비 9명 줄어든 반면 건설업은 8명 증가하며 여전히 산재 사망자가 줄어들지 않는 모습이다.
이에 정부는 △3명 이상 사망사고 발생한 법인에 과징금 신설 △건설사 영업정지 요청 요건을 현행 동시 2명 이상 사망에서 연간 다수 사망도 추가 △사망자 수에 따라 영업정지 기간 강화 등을 시행하기로 했다. 또 중대재해 반복 발생 사업장은 공공입찰 제한 등도 강화할 방침이다. 급박한 위험에 대한 고용노동부 장관의 긴급 작업중지 명령제도도 신설하기로 했다.
정부는 과징금 기준을 영업이익의 5% 이내를 제시했는데, 사망자 수 발생 횟수에 따라 차등 부과할 방침이고, 과징금 하한액은 30억원으로 설정됐다. 영업이익의 5%가 30억원 미만인 법인의 경우도 근로자가 연간 3명 이상 숨지면 30억원이 과징금으로 부과된다는 의미다. 또 다음달 1일부터 감독시 안전·보건조치 의무 위반이 적발되면 현행법에 따라 즉시 사법처리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건설업계는 이번 조치가 처벌 강화에 초점을 맞췄다고 보고 있다. 적정 비용과 충분한 공사기간 부여로 산재 예방에 나선다고 밝혔어도 최저가 입찰 구조와 촉박한 공사기간이 현실적으로 바뀌지 않는 한 현장에서는 체감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또 적정 공사비 기준이 모호하고, 공기 연장 사유 역시 제한적이라 당장 실행되기 쉽지 않다고 보고 있다. 여기에다 정부가 말하는 적정 비용과 적정 공사비 내용도 명확하지 않아 논의가 필요한 만큼 당장 시장에 반영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발주 구조가 당장 변하지 않는 상태에서 사고 위험은 여전한데 제재만 즉시 시행되면서 경영 부담이 배가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적정 공기와 적정 공사비가 실무적으로 반영되기까지는 시간이 소요된다는 점에서는 조금의 우려가 있다"며 "처벌보다 중요한 건 안전을 확보하기 위한 비용이 공사비에 반영되느냐고 이것이 선행되지 않는다면 아무리 규정을 강화해도 현장에선 지키기 어렵다"라고 말했다. 이어 "이번에 제시된 적정 공사비·적정 공기에 대한 사안이 사회적 비용으로 자리잡기까지는 시간이 걸린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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