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취업비자 1억4000만원" 발표에 월가ㆍ실리콘밸리 발칵

  • "재입국 거부 피하려면 미국에 머무는 것 중요" 공지도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 엑스 계정 발표 내용 사진엑스 캡처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 엑스 계정 발표 내용. [사진=엑스 캡처]

고급 프로그램 개발자 등 외국인 고급 인력들이 미국에서 근무할 때 받는 H-1B 비자에 대해 미국 정부가 10만 달러(약 1억4000만원)의 수수료를 부과하기로 결정하면서 실리콘밸리와 뉴욕 월가 등이 충격에 휩싸였다.

20일(현지시간)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미국의 대표 은행인 JP모건을 비롯,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등 몇몇 글로벌 기업들은 미국 밖에서 거주하고 있는 H-1B 비자 소지자에게 이 법이 발효하는 9월 21일 0시 1분 이내에 입국하라는 공지를 보냈다.

미 정부에서는 20일 인상된 수수료는 신규 신청자에게만 적용되고, 유효한 비자 보유자나 갱신 신청자에게는 영향이 없다고 밝혔지만, 혼란은 여전하다.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아예 소셜 미디어 엑스(구 트위터)를 통해 이번 H-1B 비자에 대해 정리해 발표했다. 레빗 대변인은 "이번 수수료 인상은 다음번 H-1B 비자 추첨 때부터 적용되며, 연간 수수료가 아니고 1회에 해당하는 것"이라면서 "기존 H-1B 비자 보유자는 10만 달러 수수료나 재입국 문제에 영향받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이는 연간 10만 달러를 내야 한다는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의 당초 발언보다는 완화된 수준이지만, 여전히 비자 한 번 받는 데 1억원이 넘는 돈을 내야 한다는 점은 논란거리다.

NYT는 "(백악관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이민법 변호사나 회사 중역 등은 이번 주말에 신중한 입장"이라고 전했다. 투자은행 골드만삭스 인사 책임자인 재클린 아서는 최근 사내 임직원에게 보낸 메모에서 "H-1B 비자 소지자와 가족에게 (요즘은) 불확실한 시기"라면서 "자세한 내용이 입수되는 대로 검토해 공유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외국인 직원 5200명을 H-1B 비자로 고용하고 있는 마이크로소프트는 19일 밤 사내 이메일을 통해 "미국 내 있는 (외국인) 직원들은 예측가능한 미래에는 미국 내에 머물러 달라"면서 "재입국이 거부되는 것을 피하려면 미국에 머무르는 것이 중요하다"고 공지했다.

신문은 그동안 H-1B 비자를 둘러싸고 이민정책에 반발하는 강경파와 기업 경영자 사이에 많은 논쟁이 있었다고 전했다. 이민 강경파 입장에서는 고숙련 외국인 노동자의 입국으로 미국인에게 일자리가 없다는 입장이고, 경영자들은 이들 외국인 근로자가 미국 기업 경쟁력에 도움이 된다는 주장을 해왔다. 미국상공회의소 측은 이번 조치가 미국 고용주와 근로자, 그 가족에게 미치는 영향을 우려했다. 다만 아마존, 메타, 구글, 애플, 월마트 등 H-1B 비자 노동자가 많은 기업들은 취재를 거부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중국과 더불어 H-1B 비자 보유자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인도에서는 여론의 관심이 뜨겁다. 인도 정부는 이번 H-1B 비자 수수료 인상에 대해 전체적인 영향을 검토하는 중이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인도 외무부는 "이번 조치가 일부 가족들에게 혼란을 초래해 인도주의적 결과를 가져올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작년 한 해 H-1B 비자 신청건수는 40만건이었으며, 대부분은 갱신을 위한 신청이었다고 한다. 신문은 실리콘밸리 정보통신(IT)기업들이 H-1B 비자 보유 엔지니어와 과학자 등에 크게 의존하고 있으며, 그 외에 영화사나 헬스케어기업 등에서 이 비자로 외국인 인재를 유치한다고 전했다.

한편 미국의 이웃 국가인 캐나다에서는 이 같은 조치를 활용해 자국으로 인재를 데려와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골디 하이더 캐나다기업협의회장은 "우리가 필요로 하는 숙련된 인력을 유지하기 위한 노력을 배로 늘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스타트업 인큐베이터 'Y 컴비네이터'의 개리 탄 최고경영자도 소셜미디어 글에서 "이번 결정은 스타트업의 무릎을 차는 행위로, 밴쿠버와 토론토 등 외국 테크 허브에는 큰 선물"이라고 비판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댓글0
0 / 300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