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주말, 서울 이태원에 이색적인 간판이 걸렸다. 모텔을 연상케 하는 네온사인 아래, ‘2025 현대카드 다빈치모텔’이 현대카드 구역 일대에서 열렸다. 올해로 5회를 맞은 다빈치모텔은 현대카드가 매년 이태원에서 개최하는 문화 융복합 축제다.
다빈치모텔은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이 오래전부터 강조해 온 “금융회사를 넘어 디지털 회사로 체질을 바꿔야 한다”는 지향점을 가장 집약적으로 보여준다. 카드업만으로 승부하기 어려운 시대, 현대카드는 음악·예술·기술·디자인 영역을 브랜드와 결합하려고 하고 있다. 올해 행사에도 총 39개 팀이 참여했는데, K팝 공연은 물론 물리학·천문학 강연, 인공지능(AI)·테크 세션까지 이어졌다. 음악과 과학, 기술이 무대 구성에 나란히 놓인 점은 이러한 방향성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현대카드는 다빈치모텔에서 직접 큐레이션한 10개의 팝업 스토어를 공개했다. 뷰티 플랫폼 ‘올리브영’의 레시피 체험존, 미국 위스키 브랜드 ‘메이커스 마크’의 칵테일 바, 섹슈얼 웰니스 브랜드 ‘바른생각’의 도넛 숍 등이다. [사진=정윤영 기자]](https://image.ajunews.com/content/image/2025/09/22/20250922150614446434.jpg)
다빈치모텔은 단순한 문화 이벤트가 아니라 현대카드의 사업 전략을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공간이다. 행사장에는 이마트, 올리브영 등 PLCC(상업자표시 신용카드) 제휴 브랜드 부스가 마련돼 주요 사업인 카드업의 협력 관계를 드러나게 했다. 행사 둘째 날에는 정 부회장이 직접 토크 세션에 나와 3년 만에 ‘현대카드 슈퍼콘서트’를 다시 개최하겠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금융과 문화, 브랜드 경험을 한 곳에서 연결하려는 전략적 의도가 읽히는 대목이다.
이 때문에 다빈치모텔은 브랜드 확장의 출발점으로도 기능하고 있다. 현대카드와 20년 넘게 협력해 온 뉴욕현대미술관(MoMA)의 신임 관장은 올해 초 취임 직후 첫 해외 일정으로 다빈치모텔을 찾았다. 이는 관장이 교체된 이후에도 현대카드와의 협력이 지속적으로 이뤄질 것이라는 점을 시사한다. 마지막 날 강연자로 나선 레바논 출신 건축가 리나 고트메도 현재 현대카드와 함께 서울에 문화예술 공간을 조성하는 방안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퍼지펭귄(Pudgy Penguins) 프로젝트를 이끄는 루카 넷츠(Luca Netz) 최고경영자(CEO)가 강연자로 나선 점도 눈에 띄었다. 퍼지펭귄은 강력한 IP를 기반으로 장난감과 게임 사업까지 확장해 온 대표 주류 대체불가능토큰(NFT) 브랜드다. 루카 넷츠 CEO의 참여는 현대카드가 NFT 사업에 꾸준히 관심을 두고 있음을 보여준다. 앞서 현대카드는 2023년 다빈치모텔에서 국내 최초로 NFT 티켓을 도입해 주목을 받은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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