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빠른 대응보다 중요한 건 정확한 대응입니다. KB증권은 인공지능(AI)을 활용한 글로벌 유동성 공급(LP) 하우스로 도약할 겁니다."
김병구 KB증권 패시브영업본부장은 최근 본지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단순한 트레이딩 속도 경쟁보다 리스크 관리와 신뢰 구축을 우선해 장기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을 내세웠다. 동시에 국내를 넘어 홍콩, 싱가포르, 동남아 등 신흥시장까지 진출해 글로벌 LP로 도약하겠다는 목표도 강조했다.
KB증권 패시브영업본부는 국내 최대 규모 ETF·파생상품 유동성 공급자(LP)다. 이와 관련, 국내 상장지수펀드(ETF) 종목 수가 1024개, 시가총액은 248조원을 넘어선 가운데, 이를 뒷받침하는 유동성 공급자(LP) 생태계는 여전히 협소하다. LP 기능을 전담하는 증권사는 10곳 안팎에 불과해, 급성장한 ETF 시장의 안정적 운용을 위해선 시장조성 역량 강화가 필수 과제로 꼽힌다.
KB증권 패시브영업본부가 더욱 주목받는 이유다. 김 본부장은 "KB증권의 파생영업본부는 세일즈와 시장조성 두 축을 핵심으로 운영되고 있다"며 "타 증권사 대비 모든 LP 기능을 패시브영업본부 안에 한데 모아 업무 효율성을 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KB증권 패시브영업본부는 증권사 최초로 파생상품 부서와 유동성 공급 부서를 통합한 구조를 갖췄다. 국내 패시브·ETF 기관투자자를 대상으로 주식과 파생상품 세일즈를 수행하는 동시에, ETF·ETN·워런트 등 장내 상품의 시장조성과 유동성 공급까지 담당한다. 이를 통해 '세일즈-시장조성-차익거래'가 유기적으로 연결된 통합 구조를 갖췄다.
실제 성과도 눈에 띈다. KB증권은 지난해 패시브 기관위탁영업 시장점유율 주요 증권사 중 1위, 국민연금 인덱스거래증권사 1등급을 기록했다.
김 본부장은 KB증권 패시브영업본부의 경쟁력을 '좋은 인력이 만들어내는 훌륭한 시스템'이라고 정의했다. 실제로 패시브영업본부에는 수학·공학 등 IT 계열 전공자가 다수 포진해 있다. 그는 "젊은 직원들이 IT 백그라운드를 기반으로 시장 연구와 전략 개발에 치열하게 힘쓰고 있다"며 "자유로운 토론과 협업 문화가 강점"이라고 말했다. 조직 평균 연령은 38세로 업계에서 손꼽히게 낮다. 총 34명의 직원이 1·2부로 나뉘어 근무하며 1부는 국내 관련 상품을, 2부는 해외 상품을 주로 맡고 있다고 전했다.
김 본부장은 패시브영업본부의 핵심 전략에 리스크 관리를 꼽았다. 그는 "순간적인 성과보다 지속 가능한 수익 구조가 중요하다"며 "위험을 통제하는 것이 곧 개인과 회사를 살리고 보호하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KB증권은 금융지주 산하인 만큼 타사 대비 엄격한 리스크 관리 체계를 갖추고 있다. 개인 트레이더 재량권은 작지만, 그만큼 보수적이고 안정적인 운용이 가능하다. 패시브영업본부는 '신속보다는 정확이 우선'이라는 원칙을 팀원들과 공유하면서 부서 내 화이트보드에 각자 적어두고 상시 상기한다고 전했다.
그는 "시장 중립 포지션을 근간으로 델타 한도를 항상 체크하고, 헤지가 제대로 이뤄지는지 실시간 모니터링한다"며 "본부장과 부서장이 직접 시스템을 통해 확인하고 리스크 관리부도 별도로 점검한다"고 설명했다.
김 본부장은 패시브영업부만의 특별한 점심 문화도 소개했다. 그는 "팀원들이 정규장 내내 시장 움직임을 확인해야 해 거의 점심 약속을 잡지 않는다"며 "오전 10시 쯤 팀 직원들의 점심 메뉴를 받아 일괄적으로 배달해 자리에서 식사를 해결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김 본부장은 향후 과제로 AI 활용 고도화와 해외 시장 확대를 꼽았다. "AI를 활용하면 단순 반복적인 시장조성 업무뿐 아니라 변동성 예측, 최적 호가 산출 등에서 경쟁 우위를 확보할 수 있다"며 "트레이더는 전략 개발과 모니터링에 집중하고, 매매는 시스템이 자동으로 수행하는 구조를 지향할 것"이라고 했다.
해외 진출도 본격화한다. KB증권은 홍콩·싱가포르·베트남 등 아시아 주요 거래소 LP 업무를 준비 중이다. 이미 싱가포르 통화선물 LP 계약을 마쳤고, 베트남 워런트 시장 진출도 검토하고 있다. 김 본부장은 "국내 최대 규모 LP 수행 역량을 글로벌로 확장해 외국인과 진검승부를 벌이겠다"며 "궁극적으로 글로벌 LP 하우스로 인정받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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