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0일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중소기업 수출액은 전년보다 4.9% 증가한 1151억 달러를 기록하며 2년 만에 반등에 성공했다. 동시에 역대 중소기업 수출액 2위라는 기록을 세웠다. 수출 중소기업 수는 9만5905곳으로 1년 전보다 1.5% 늘고 신규 수출기업도 0.7% 증가했다.
중기 수출 美·中 편중 여전···日 대안 부상
다만 수출 대상국은 미국과 중국 편중 현상이 여전하다. 지난해 전체 수출액 중 미국 비중은 16.3%, 중국은 16%로 양국이 3분의 1 수준을 차지했다. 미·중 패권 다툼이나 자국 우선주의 같은 리스크에 취약한 것이다. 여기에 소재나 정밀기계 같은 핵심 분야에서는 선진국 기술 의존도가 높아 규모의 경제를 이어가기 어려운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이런 위기를 극복하려면 일본으로 눈을 돌려야 한다고 조언한다. 일본은 여전히 세계적인 소재·부품·정밀가공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 미국 안보신기술센터(CSET) 자료를 보면 일본의 반도체 소재 시장 점유율은 56%로 세계 1위다. 다국적 제조업체와 오랜 기간 협력하며 쌓은 글로벌 공급망도 갖췄다.
한·일 중소기업 간 협력이 본격화하면 한국은 글로벌 시장 진출을 위한 발판을, 일본은 내수 한계를 넘어서는 기회를 얻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한다. 한층 치열해진 글로벌 통상 경쟁 속에서 새로운 성장 모델을 만들 수 있는 셈이다. 김나율 한국무역협회 연구원은 "중소기업 중심으로 설계·제조 협업 체계를 구축하면 차세대 배터리의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 양국 협력 강화 본격화···중소기업계도 힘 보태
정부 차원에서도 제도적 뒷받침에 나섰다. 정부는 지난해 8월 '한·호쿠리쿠 경제 교류회의'를 6년 만에 재개했다. 산업통상자원부와 일본 경제산업성이 공동 주최하는 양국 간 대표적 지역경제 교류 행사다. 같은 해 5월 중소벤처기업부와 경제산업성은 1억 달러 규모로 공동기금(펀드)을 조성하기로 약속했다. 양국 정부가 공동으로 조성한 첫 벤처기금이다.
이재명 정부도 한·일 관계 강화에 힘을 쏟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6월 캐나다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서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 첫 정상회담을 한 데 이어 8월엔 일본에서 두 번째 정상회담을 하며 공조 관계를 한층 공고히 했다. 당시 두 정상은 "양국 관계를 미래지향적이며 안정적으로 발전시켜 나가자"면서 공동 발표문을 채택했다.
중소기업계도 보조를 맞추고 있다.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은 지난 8월 도쿄를 직접 찾아 일본 전국중소기업단체중앙회와 오는 11월 '한·일 중소기업 경제포럼(백두포럼)'을 공동 개최하는 데 합의하고 일본 정부와 국회의 적극적인 지원도 끌어냈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한국 중소기업은 특정 국가 의존에서 벗어나 다양한 시장과 협력 네트워크를 구축해 장기적인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며 "일본과 협력한다면 기술적 보완과 함께 해외 진출 교두보를 확보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도 중소기업 공동 펀드 조성·판로 개척 지원 등에 나서 기업들이 실질적 성과를 낼 수 있게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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