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AI와 도플갱어

오픈AI 영상 앱 소라 출시 5일 만에 다운로드 100만 돌파 사진게티이미지
오픈AI 영상 앱 '소라', 출시 5일 만에 다운로드 100만 돌파 [사진=게티이미지]


오픈AI가 ‘지브리풍 프사(프로필 사진)’에 이어 ‘카메오(Cameo)’ 기능을 탑재한 ‘소라 2(Sora 2)’로 인공지능(AI) 시장을 뒤흔들고 있다.

재미삼아 끄적거려보던 인공지능(AI) 창작물은 이제 죽은 이를 살려내 무대 위에 올려 놓는다. 개와 고양이가 이종격투기를 벌인다. 숏폼 드라마 플랫폼 ‘비글루(VIGLOO)’는 AI만으로 만든 숏폼 드라마 ‘서울:2053’을 선보였다. 비현실적인 몸매의 여주인공, 파리 시내 폭발장면, 얼어붙은 남극 기지 모두 키보드 앞에서 프롬프트를 통해 만들어졌다. 

오픈AI가 지브리, 디즈니, 심슨, 스폰지밥 등 다양한 작화들을 학습한 뒤 만들어 낸 프로필 사진들이 신기함과 유쾌함을 줬다면 ‘카메오’ 기능은 다르다. 스마트폰 카메라로 내 얼굴 사진을 몇 장 찍는 것만으로 가상의 세계에서 아이돌과 함께 춤을 추고, 아인슈타인과 논쟁을 벌인다.

영화 ‘로마의 휴일’의 한 장면처럼 20대의 오드리 헵번을 베스파 오토바이 뒤에 태우고 로마 시내를 종횡무진할 수도 있다. 단 5일 만에 100만명이 넘게 다운로드 하고, 각종 커뮤니티에 소라2 초대코드를 요청하는 글이 쇄도한 이유다. 

소라2를 100만명이 다운로드 받았다는 얘기는 자신의 가장 중요하고 민감한 생체정보인 ‘얼굴’ 데이터를 오픈AI에 넘긴 사람이 100만명에 달한다는 얘기와도 같다. 얼굴 데이터는 지문보다 강력하다. 골격, 이목구비의 위치 등을 정밀하게 판별하고 이를 토대로 생체정보를 만들어 저장한다. 겉보기에 비슷하게 생겼다 해도 카메라에 얼굴만 가져다대면 되기 때문에 사용법도 편리하다. 

스마트폰의 잠금 해제 장치로 사용하는 것은 물론, 결제 시에 유용한 생체정보로 활용되기도 한다. 지갑 없이 스마트폰만 들고 다니라더니, 이제는 스마트폰 없어도 돈 쓰는 데 아무 문제가 없는 세상이 됐다. 

편리함 뒤에는 그에 수반하는 부작용이 있을 수밖에 없다. 페이스북, 인스타그램에 개인 신상을 올리지 않은 지 오래됐다. 그런데도 가끔 어제 저녁에 누구와 어디서 무엇을 먹었는지 아는 체를 하는 이들이 있다. 내가 아닌 함께 있던 누군가가 올린 일상에 내 얼굴이 들어 있었다.

내가 원해서 내 얼굴을 입력할 때는 편의를 위해서지만 내가 원하지 않았을 때, 모르는 채로 내 얼굴이 공유되는 일은 유쾌하지 않다. 얼굴 정보가 해킹되는 최악의 상황도 가정할 수 있다. 악의 없는 장난이라지만 개인에게는 치명적인 딥페이크 영상이 만들어지고 공유된다면 불쾌함만으로 끝나지는 않을 것이다.

지브리풍 프로필 사진을 만들겠다며 사적인 사진들을 챗GPT에 업로드 하던 것과 얼굴 데이터를 소라2에 업로드 하는 것은 다르다. 이미 고인이 된 배우나 유명인들의 영상을 재미삼아 만들고 있다면 거기 자신의 얼굴이 사용될 수도 있다는 점을 생각해야 한다. 

어린 시절 믿어왔던 괴담 중 ‘도플갱어’가 있었다. 나와 똑같이 생긴 사람이 어딘가에 있고 그는 악운을 몰고 온다. 독일의 도시 전설인 ‘도펠겡거’가 소설, 영화로 미디어화 하며 널리 퍼진 괴담이다. 에드거 앨런 포는 도플갱어를 소재로 한 소설 <윌리엄 윌슨>을 썼다.

소설 속 윌리엄 윌슨은 도플갱어를 총으로 쏘며 “잘 보아라, 윌리엄 윌슨, 나를 보라” 말하고 함께 죽는다. 소설의 마지막 문장은 다음과 같다. 

“그리고 나는 그의 ‘윌리엄 윌슨’의 이름 아래서 내 자신을 죽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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