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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원상의 팩트체크] 한국관광공사 수의계약 허위 보고 논란…속사정은 이랬다

강원특별자치도 원주시 한국관광공사 본사 사옥 사진한국관광공사
강원특별자치도 원주시 한국관광공사 본사 사옥. [사진=한국관광공사]

‘현장에 가지 않고 보고서만 냈다.’
 
한국관광공사가 수의계약 관리 부실 의혹으로 또다시 국정감사 도마에 올랐다. 지난해 이미 지적된 사안이지만, 유사한 계약이 반복된 사실이 드러나면서 논란이 됐다.

과연 공사의 속사정은 어떨까. ​​요약하자면 강화된 규정이 오히려 공사의 발목을 잡은 꼴이 됐다. 투명성을 높이려던 조치가 현장을 가지 못하게 만든 역설, 의도적 부정이 아닌 제도와 현실의 충돌이었다.

공사 측은 일부 행정 실수를 인정하면서도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감 몰아주기·쪼개기 계약 의혹...사실은?

논란의 중심에 선 곳은 한 여성 대표가 운영하는 두 개 업체다. 2020년부터 올해까지 두 업체 명의로 공사와 53건, 총 20억원 규모의 수의계약을 체결했다. 공사는 지난해에도 퇴직자 배우자가 운영하는 업체와 약 26억원 상당의 수의계약을 맺어 논란이 된 바 있다.

20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배현진 국민의힘 의원은 "누가 봐도 이상한 여성기업 수의계약이다. 계약이 쭉 이어지면서 규모가 수십억대가 됐다"며 "여성기업 공공구매제는 견적 없이 수의계약을 맺을 수 있다는 규정을 파고든 편법 의혹이 느껴진다"고 말했다.

지난해 1월 시행된 '여성기업 공공구매제'는 '공공기관이 물품 및 용역을 구매할 때 총액의 5% 이상, 공사 발주 때에는 3% 이상에 해당하는 일감을 반드시 여성기업에 할당해야 한다'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추정 가격이 5000만원 이하인 공공기관의 발주에 대해 경쟁 입찰이 아닌 직접 수의계약을 맺을 수 있다. 경영평가를 받는 대부분 공공기관이 이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배 의원은 공사가 여성기업 공공구매제를 앞세워 '일감 몰아주기'와 '쪼개기 계약'을 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공사 계약업무처리 규정 제16조(수의계약 총량제)를 보면 한 부서당 수의계약 용역이 연 다섯 건 또는 2억원을 초과하지 못하도록 명시(2014년 12월 24일 규정 개정 이전)돼 있다. 또 제17조(용역, 공사 및 물품구매의 분할계약 금지)에는 단일 용역 및 물품으로 확정된 용역 및 물품을 시기별, 구조별, 공종별로 분할할 수 없다고 나와 있다.

공사 관계자는 21일 본지에 제기된 의혹에 대해 "6년 동안 20억원이라고 했지만, 이는 두 업체를 합쳐서 계산한 금액이다. 각 업체를 따로 봐야 한다. 규정 기준인 2억원을 초과하지 않기 때문에 총량제 내부 규정을 준수했다"면서 "이를 쪼개기 계약으로도 볼 수 없다. 두 회사가 대표는 같지만, 과업이 다르다. 한 과업을 나눠 계약한 쪼개기 계약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공사는 지난해와 같은 수의계약 논란을 만들지 않기 위해 지난 1월 시스템을 강화했다. 공정계약파트조직을 신설해 계약만 전담하게 하고 2억원 이상 또는 공사 내 연 10건 초과 계약(2014년 12월 24일 규정 개정 이후)을 자동으로 차단하는 시스템을 도입했다.

과거에는 담당자가 수동으로 관리하다 보니 누락 가능성이 있었지만, 지금은 전산 필터링을 거치는 만큼, 수의계약 총량제 위반이 불가능하다는 게 공사 측 설명이다.
 
한국관광공사가 춘천의 한 업체에 대한 현장실사를 진행한 후 제출한 보고서 사진 2023년 8월 2024년 11월 2025년 4월 보고서에 첨부된 사진이 모두 똑같다 사진배현진 의원실
한국관광공사가 춘천의 한 업체에 대한 현장실사를 진행한 후 제출한 보고서 사진. 2023년 8월, 2024년 11월, 2025년 4월 보고서에 첨부된 사진이 모두 똑같다. [사진=배현진 의원실]
현장실사 보고서 문제, 허위·부당이익 의도 없었다

이번 국정감사에서는 공사가 몇 년 전 사진을 돌려막기 하는 식으로 현장실사결과 출장보고서를 허위로 작성해 온 점이 지적됐다.

배 의원은 "수의계약 과정에서 제출된 현장실사 보고서가 동일한 사진으로 반복 사용됐고, 출장비까지 허위로 지급된 정황이 있다"고 꼬집었다.

공사는 지난 2022년 11월부터 유령회사와 계약 등을 막기 위해 2200만원을 초과를 수의계약 체결 시 해당 업체를 현장 실사하고 보고서를 제출하도록 내부 규정을 다듬었다.

그런데 배 의원이 제시한 증거에 따르면 2023년 2월 작성된 보고서의 사진 촬영일이 2020년 6월로 확인되거나, 2023년 수의계약을 맺을 때 사용된 사진이 이후 보고서에 반복 첨부돼 있었다.

배 의원은 "출장 갔다 왔다며 16만원의 출장비를 받았지만, 사진은 3년 전 촬영된 것이었다. 이런 식의 허위 보고가 10차례 넘게 반복됐다"면서 "또 현장실사 보고서 제출 대상 계약 979건 가운데 실제로 제출된 보고서는 957건인 것으로 집계됐다. 여기서 95%에 달하는 906건은 출장 기록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주장했다.

이해 대해 공사는 "이는 행정적 미흡이지, 금전적 이득을 노린 고의적 허위는 아니었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현장실사만을 위해 출장을 가는 경우는 거의 없다. 다른 출장 일정이 잡혔을 때 현장실사 일정을 함께 잡는다"며 "출장을 가지 않고 출장비를 받거나, 출장비를 이중 수령한 사례는 없었다. 현장 방문 증빙이 미비했고, 현장실사 보고서를 소홀히 한 것은 분명 문제지만, 부당 이익 목적은 아니었다"고 강조했다.
 
서영충 한국관광공사 사장직무대행이 5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2025년도 사업설명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서영충 한국관광공사 사장직무대행이 5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2025년도 사업설명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부당이익 얻은 직원은 없다… 지난해 사무감사 결과

문체부는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공사의 수의계약 의혹이 나오자 자체 감사를 약속했다. 하지만 배 의원은 1년이 지나도 감사는 완료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사실은 어떨까.

공사는 지난해 12월에 '사무감사'를 진행했다고 밝혔다. 이어 "당시 문체부 감사관실 업무가 너무 많아서 대신 문체부 정책과에서 감사를 진행했다. 문체부 직원이 공사 관련 문서 등을 다 확인했다"고 말했다.

당시 사무감사를 진행하면서 한 업체와 수의계약을 수차례 진행한 공사 직원은 면담을 진행하고 확인서, 경위를 다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공사 측은 "조사 결과 수의계약을 통해 부당이익을 취한 직원은 없었다"고 반박했다.

문체부 감사관실은 지난달부터 공사 정식 감사에 착수했다.

김정훈 문체부 관광정책국장은 국정감사에서 "내부 감사 인력 사정으로 착수가 늦어진 것은 사실이지만, 현재는 감사가 진행 중이며 사실관계를 명확히 규명하겠다"고 밝혔다.

서영충 공사 사장 직무대행 역시 "보고서 허위 작성 및 규정 위반 여부를 다시 확인하고 내부 관리 체계를 전면 재점검하겠다"고 했다.
 
강원특별자치도 원주시 한국관광공사 본사 사옥 사진한국관광공사
강원특별자치도 원주시 한국관광공사 본사 사옥. [사진=한국관광공사]
공사 업무, 신규 제도에 발목

공사 내부에서는 '공정계약 강화를 위해 도입한 제도들이 오히려 현장 업무의 발목을 잡고 있다'고 토로했다. 공사 한 관계자는 "2022년 11월부터 현장실사 보고서 규정이 생겼다. 하지만 공사 인력이 부족해서 현장실사를 모두 갈 수 없는 게 실상이다. 모든 직원이 현장실사 보고서에만 매달릴 수는 없다. 그러면 다른 업무가 마비된다"고 토로했다.

서 대행 역시 국정감사에서 "현장실사 보고서 첨부가 법령상 강제사항은 아니며, 타 기관에서도 의무화된 사례는 없다"면서 "(현장실사 보고서 규정이) 결국 직원들에게 허위 보고 작성을 강요한 것으로 느껴지기도 한다"고 했다.

공사 본사가 강원 원주에 있다 보니 수도권 업체와 협업이 제한되고, 결국 지역 업체 중심의 반복 계약이 불가피한 구조라는 지적도 나온다. 여기에 기존에는 한 업체당 부서당 5회의 수의계약을 맺을 수 있었으나, 관련 내부 규정이 바뀐 뒤에는 회사당 연 10회 이상 계약이 불가능해지면서 사업 추진까지 경직됐다.

또 다른 관계자는 "국정감사를 통해서 지적받은 뒤 공사 측에서는 더 잘해보기 위해 관련 제도를 강화했다. 그런데 결국 자승자박이 된 것 같다"면서 "사업이 제대로 작동하기 어려운 부분도 있고, 모든 부담이 다 직원들에게 돌아가고 있다. 관련 제도들을 전체적으로 손보는 게 필요한 시점인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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