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은 오전부터 시민들로 가득 찼다. ‘포항, 다시 묻다: 지진 책임과 재발 방지’라는 주제로 열린 이번 세미나에는 포항시민과 피해자 단체, 법조·지질 전문가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대법원의 심리 단계 진입으로 포항 지진 손해배상 소송이 새 국면을 맞은 가운데, 현장 분위기는 “이제야 진짜 시작”이라는 말로 요약됐다.
세미나는 임미애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포항시, 아주뉴스코퍼레이션이 공동 주최하고 경상북도와 도의회가 후원했다.
행사장에는 공봉학 포항지진피해 공동소송 대표 변호사, 김광희 부산대 지질환경과학과 교수 등 전문가들이 참석해 법적·과학적 쟁점을 짚었다. 시민들은 발표를 경청하며 “지진의 원인과 국가 책임이 명확히 드러나야 한다”는 입장을 거듭 강조했다.
포항시 북구 흥해읍에 거주 중인 이강복 씨는 “우리 집은 아직도 금이 간 벽을 그대로 두고 산다”며 “판결이 늦어지더라도 이번엔 제대로 된 결론이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포항시 학산동에 거주 중인 장두대씨 역시 “지진이 단순한 자연현상이 아니라 인재라면, 국가가 책임지는 게 맞다”며 “더 이상 행정기관이 서로 책임을 미루지 않길 바란다”고 했다.
세미나 후반 패널토론에서는 ‘재발 방지를 위한 제도 정비’에 무게가 실렸다. 전문가들은 지열발전 등 신재생 에너지 사업에 대한 사전 지질조사 의무화, 중앙정부 차원의 위험평가 시스템 도입 등을 제안했다.
김광희 부산대 지질환경과학과 교수는 “지진 위험 지역에 대한 사전 조사 없이 시추를 진행하는 일은 다시는 없어야 한다”며 “기술 실증 단계에서도 국가의 관리 책임이 강화돼야 한다”고 말했다.
공봉학 변호사는 “피해자들이 원하는 건 거액의 배상이 아니라, 국가가 ‘사실을 인정하고 책임을 다하는 것’”이라며 “그것이 정의의 회복”이라고 강조했다.
세미나를 마친 시민들은 “오랜만에 국회가 피해자들의 목소리를 직접 들은 자리였다”고 입을 모았다.
그러면서 “오늘 논의가 단순한 토론에 그치지 않고, 대법원 판결과 정책으로 이어지길 바란다”며 “정부가 포항을 실험의 대상이 아니라 회복의 상징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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