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동맹은 오랫동안 한반도 안보의 핵심 축으로 기능해왔다. 미국의 확장억지와 한국의 자주적 방위력이 결합해 북한의 위협을 억제하고 동북아 안보질서 유지에 기여해 왔다. 그러나 최근 인도·태평양 지역을 둘러싼 안보환경은 급격히 변화하고 있다. 미·중 전략경쟁의 심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장기화, 북한의 핵·미사일 고도화, 그리고 북·중·러 연대로 인한 진영 간 대립 구도 심화는 동맹의 지속 가능성을 시험하는 새로운 도전 과제들을 파생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미 해군은 여전히 세계 최강의 전력을 보유하고 있지만 중장기적으로 해군 전력 운용의 연속성 유지에 결정적 기여를 하는 조선산업에서 구조적 어려움을 겪고 있다. 미국은 최소 350척 이상의 해군 함정 확보를 목표로 하고 있으나 현재 실제 보유 규모는 약 290척 수준에 머물러 있다. 반면 인도-태평양 해양에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는 중국은 함정 척수에서는 이미 미국을 앞선 것으로 평가된다. 질적·양적 우위가 억지력의 신뢰성을 결정한다는 점에서 미국 조선산업의 구조적 한계는 그 자체로 안보상 취약점이 되고 있다.
이러한 배경에서 제기된 MASGA(Make America Shipbuilding Great Again) 구상은 쇠퇴한 미국 조선산업의 한계를 동맹국의 역량을 활용한 협력을 통해 보완하려는 전략적 시도라 할 수 있다. 특히 한국은 세계 최고 수준의 상선과 군함 건조 능력, 그리고 정비·유지·보수(MRO) 체계를 갖추고 있다. 구축함, 잠수함, 대형 수송함 등을 신속하게 건조할 수 있는 역량은 현재 미국이 가장 필요로 하는 분야다. 미국이 MASGA를 통해 한국 조선소를 동맹 공급망에 편입한다면 함정 건조의 병목현상을 해소하고 전력 확보의 속도와 안정성을 높일 수 있다.
물론 법적·제도적 장치 마련, 기술 이전 문제, 중국의 견제 등 현실적 도전 요인도 존재한다. 그러나 이러한 제한 요소들은 정치적 리더십과 제도적 조율을 통해 극복할 수 있는 과제다. 중요한 것은 MASGA를 단순한 산업 프로젝트가 아니라 동맹 역량을 재편하는 전략적 협력 플랫폼으로 인식하는 것이다.
불안정성이 고조되는 인도·태평양 안보환경 속에서 한·미가 MASGA를 통해 산업과 안보를 연결한다면 동맹은 새로운 차원으로 진화할 수 있다. 이는 단순히 함정을 더 건조하는 문제가 아니라 한·미 동맹이 미래 전략환경에서 어떻게 역할을 분담하고 공동 책임을 수행할 것인지를 보여주는 상징적 사례가 될 것이다. MASGA는 한·미 동맹을 군사억제 중심의 관계에서 산업과 안보를 포괄하는 포괄적 전략동맹으로 발전시키는 시험대이자 기회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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