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링크플레이션 후폭풍] 양은 줄이고 가격은 그대로…확산하는 '숨은 인상' 논란

  • 소비자원 모니터링서 지난해 57건 적발

  • 숨기면 더 큰 타격 정직한 고지가 경쟁력

한 대형마트에서 소비자가 제품을 고르고 있는 모습사진연합뉴스
한 대형마트에서 소비자가 제품을 고르고 있는 모습[사진=연합뉴스]

"가격은 그대로인데 양이 줄었다는 얘기를 자주 듣다 보니 자주 사먹던 제품들도 포장 뒷면부터 확인하게 돼요."

대학생 A씨(23)는 최근 장을 볼 때마다 제품 용량과 구성표부터 살핀다. 예전엔 브랜드를 믿고 골랐지만 최근에는 같은 제품도 다시 비교하게 됐다. 고물가 상황 속에서 가격은 유지한 채 용량을 줄이는 '슈링크플레이션' 우려가 커지면서다.

불신의 방아쇠를 당긴 건 치킨업계였다. 3일 업계에 따르면 교촌치킨은 올해 일부 순살 제품의 중량과 원육 구성을 바꿨다가 소비자 반발에 직면했다. 간장·레드 등 순살치킨 중량이 700g에서 500g으로 감소했고, 원육 구성도 닭다리살만 사용하던 것을 식감이 퍽퍽한 닭가슴살을 혼용하는 식으로 재료 구성을 변경했다. 

가격은 그대로인데 제품 구성이 달라지고 중량이 줄면서 '꼼수 가격인상'이라는 비난이 들끓었고, 논란은 다른 브랜드와 품목으로 번졌다. 교촌치킨 사건을 기점으로 슈링크플레이션에 대한 경계가 시장 전반에 확산됐다. 국감에 이어 대통령실까지 나서 슈링크플레이션에 대해 경고하고 대책 마련을 지시하자, 결국 교촌치킨은 중량과 원육 구성을 종전대로 되돌리는 원상복구에 나섰지만, 소비자 신뢰에 금이 갔다는 지적이다. 

'양은 줄고 가격은 그대로'라는 소비자 인식은 물가 상승이 이어지던 수년 전부터 누적돼 왔다. 제품 리뉴얼을 명분으로 한 용량 조정이 반복되면서 "속았다"라는 인식이 확산된 것이다.
 
그래픽아주경제
[그래픽=아주경제]


이에 한국소비자원은 지난해부터 슈링크플레이션 실태를 정기적으로 점검하고 있다. 분기별로 모니터링을 실시한 결과, 지난해에만 총 57건의 용량 감소 및 단위가격 인상 사례가 적발된 것으로 확인됐다. 일부 품목은 물량이 20% 이상 줄었고, 이 같은 변화가 포장이나 안내에 제대로 표시되지 않은 경우도 적지 않았다. 특히 제과·캔디류에서 이러한 경향이 두드러졌다.

정부도 이 같은 문제를 막기 위해 제도 개선에 나선 상황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최근 ‘용량·규격을 소비자에게 알리지 않고 축소하는 행위’를 부당한 소비자거래행위로 지정하고 관련 표시·고지 의무를 강화했다. 이를 지키지 않으면 최대 100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이와 함께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올해 1월부터 제품 리뉴얼 과정에서 내용량이 줄어든 경우 이를 일정 기간 명확하게 표시하도록 의무화했다. 제품 리뉴얼 또는 리패키징 과정에서 중량·부피·매수 등 구성에 변화가 생긴 경우, 일정 기간 동안 기존 용량과의 차이를 비교 표시하도록 한 것이다. 이를 이행하지 않으면 행정처분이나 과태료 부과가 가능하다.

그러나 제도만으로는 소비자 불신을 해소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관계자는 "중량을 줄이면서 가격을 그대로 유지한 조정은 소비자 입장에서는 사실상 가격 인상"이라며 "변경 사항을 소비자가 쉽게 알아볼 수 있도록 보다 적극적인 고지 기준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결국 핵심은 소비자와의 신뢰라고 입을 모은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내용량 조정 자체보다 말하지 않고 바꿨다는 인식이 더 큰 리스크가 된다"며 "소비자에게 정확히 알리고 설득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브랜드 신뢰를 지키는 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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