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씨네 리뷰] 속을수록 짜릿한 '나우 유 씨 미3'

"낭만적이네요. 이 조명, 온도, 습도···." 한 예능 프로그램의 출연자가 남긴 말이다. 장소, 날씨, 몸 상태 등 하나하나가 모여 '분위기'를 만든다는 의미다. 영화도 마찬가지. 그날의 기분, 나의 경험이 영화의 '평가 기준'이 되기도 한다. 이처럼 '최씨네 리뷰'는 필자의 경험과 시각을 녹여 관객들에게 영화를 소개하는 코너다. 조금 더 편안하고 일상적으로 담아내고자 한다. <편집자 주>
영화 나우 유 씨 미3 스틸컷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영화 '나우 유 씨 미3' 스틸컷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연말이 다가오면 극장에 가고 싶어지는 이유가 있다. 복잡한 현실에서 잠시 벗어나 '아무 생각 없이 몰입할 수 있는 무언가'를 찾게 되는 순간이 늘 찾아오기 때문이다. 머릿속 계산을 내려놓고 순수하게 즐길 수 있는 영화, 예상하지 못한 반전을 따라가며 웃고 놀라는 경험. '나우 유 씨 미 3'는 바로 그 욕구를 정확히 겨냥한다.

한때 더러운 방식으로 돈을 모으는 재벌들을 시원하게 농락했던 마술사기단 ‘포 호스맨’. 은퇴 후 평범한 일상을 살고 있던 어느 날, 이들에게 정체를 알 수 없는 카드 한 장이 도착한다. 리더 아틀라스(제시 아이젠버그)를 중심으로 최면 마술사 맥키니(우디 해럴슨), 카드 트릭의 귀재 잭(데이브 프랭코), 탈출 마술사 헨리(아일라 피셔)가 다시 모인다. 그들이 받은 미션은 단 하나. 무기 밀매와 자금 세탁으로 더러운 부를 쌓아온 재벌 가문의 ‘하트 다이아몬드’를 훔치는 것.

포 호스맨은 자신들을 동경하며 마술을 카피해 오던 신예 마술사 3인방을 팀에 합류시키고, 전 세계를 무대로 본격적인 작전에 돌입한다. 트릭을 설계하고 무대를 완성하는 과정에서 이들의 움직임은 점점 더 과감해지고, 그들이 설계한 쇼는 한 치 앞조차 예측할 수 없게 흘러간다.
 
영화 나우 유 씨 미3 스틸컷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영화 '나우 유 씨 미3' 스틸컷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이 작품의 가장 큰 강점은 '트릭의 설계'와 '현장감의 질감'에 있다. 관객은 스크린 속에서 '마술을 보는 것'이 아니라 '마술 속으로 들어가는 경험'을 하게 된다. 부다페스트의 150년 된 저택, 앤트워프의 실제 다이아몬드 공장, 아부다비 F1 트랙이 보이는 호텔까지, 영화는 실제 공간의 힘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공간 자체가 트릭이 되고, 인물이 움직이는 동선이 무대가 된다. 

시리즈 최대 규모의 '트릭 하우스' 시퀀스는 영화적 쾌감이 응축된 순간이다. 화면이 뒤집히고, 거울이 길을 가리고, 관객의 방향 감각이 헷갈리는 그 순간, 영화는 관객을 '쇼의 안'으로 끌어들인다. 어떻게 속았는지 생각하기 전에 이미 속아버린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빠른 편집과 리듬감 있는 연출이 긴장감을 유지하면서도 유쾌함을 놓치지 않는다.

이번 편을 견인하는 또 하나의 축은 '재결합의 에너지'다. 제시 아이젠버그, 우디 해럴슨, 데이브 프랭코, 아일라 피셔. 오리지널 멤버 네 명이 다시 한 프레임 안에 서 있다는 사실만으로 영화는 이미 감정의 절반을 회수한다. 이들은 여전히 팀의 중심을 잡고 있고 트릭을 짜는 방식과 서로를 바라보는 호흡에서 1~2편의 시간이 고스란히 살아난다. 

여기에 저스티스 스미스, 도미닉 세사, 아리아나 그랜블랫이라는 신예 마술사들이 합류하면서 새로운 활력이 더해진다. 기존 멤버들의 묵직한 설계와 신예들의 빠른 감각이 어우러지며 마술 팀이 '세대와 리듬'을 교환하는 변화가 생긴다. 충돌하다가 이해하고 결국 하나의 쇼를 완성하는 순간, 관객은 자연스럽게 팀의 일원이 된다. 

로자먼드 파이크의 악역 연기는 오래도록 회자할 만하다. 독특한 악역 캐릭터의 리듬을 구성하며 이야기의 긴장 축을 형성해냈다. 
 
영화 나우 유 씨 미3 스틸컷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영화 '나우 유 씨 미3' 스틸컷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마술의 리듬을 이해하는 루벤 플레셔 감독의 연출은 장면의 흐름을 '쇼'처럼 느끼게 만든다. 카메라는 트릭이 가장 빛나는 순간을 향해 관객의 시선을 세밀하게 이끌고, 편집은 타이밍을 정확하게 조절하며 '속는 즐거움'을 유지한다. 다만 장면의 쾌감을 우선하다 보니 몇몇 캐릭터의 서사는 깊게 파고들지 않는다. 감정의 축적보다는 순간의 전율을 선택한 영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가 관객에게 주는 가치는 명확하다. 장르의 문법을 이해하는 관객이라면 익숙함 속에서 오는 묘한 쾌감을 느낄 것이다. 트릭이 밝혀지는 순간의 환희, 쇼가 완성되는 순간의 집단적 탄성은 오직 극장에서만 얻을 수 있는 경험이다. 특히 연말이라는 계절성과 맞물리며, '함께 웃고 함께 속는 즐거움'을 선사한다. 부담 없이 즐기고 싶은 순간, 이 영화는 자신의 역할을 확실히 해낸다.

결국 '나우 유 씨 미 3'는 오락영화로서의 정체성을 분명하게 유지한 작품이다. 깊은 성찰이나 무거운 메시지를 요구하지 않는다. 대신 정교하게 설계된 트릭과 속도감 있는 전개, 그리고 속아 넘어가는 순간의 쾌감으로 관객을 붙잡는다. 서사가 완벽하게 견고하다고 말하긴 어렵지만 영화가 끝난 뒤 머릿속에 남는 것은 허점보다는 '보는 재미가 있었다'는 단순하고 명확한 만족감이다. 연말, 복잡한 생각을 잠시 내려놓고 오락영화의 본질적인 즐거움을 느끼고 싶다면 이 쇼에 앉을 이유는 충분하다. 12일 개봉이며 러닝타임은 112분 관람등급은 12세 이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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