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기장군이 조선 세종 때 처음 쌓은 기장읍성의 원형에 해당하는 성곽 유적을 찾아냈다.
수차례 발굴에도 남아 있던 ‘마지막 퍼즐’이 드러나면서, 한동안 보류됐던 기장읍성의 국가사적 승격 절차에도 다시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기장군은 최근 기장읍 서부리 일원에서 진행 중인 기장읍성 정밀 발굴조사 과정에서 최초 축성 당시 조성된 성벽(체성)과 해자를 확인함에 따라, 지난 14일 현장에서 ‘기장읍성 학술발굴조사 현장공개 및 자문회의’를 열었다고 밝혔다.
다만 축성 초기의 실체와 구조를 보여주는 직접 증거는 충분히 확보되지 못해, 국가사적 승격 심의 과정에서도 ‘역사 자료 보완’이 조건으로 제시돼 왔다.
군은 지난 6월부터 (재)울산문화유산연구원에 의뢰해 기장읍성 서벽 일대 정비사업 부지에 대한 정밀 발굴을 진행하고 있다. 이번 조사에서 현재 지표 위에 남아 있던 성벽 아래에서 보다 이른 시기의 초축 성곽 유적이 새로 확인되면서, 기장읍성 연구는 전환점을 맞게 됐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번에 드러난 유적은 세종 7년인 1425년 전후에 처음 축성된 기장읍성의 체성 해자다.
이 해자 상부에는 성종 21년(1490년)에서 중종 25년(1530년) 사이에 개축된 성벽이 상·하로 포개진 형태로 자리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한 자리에서 초축 해자와 이후 개축 성벽이 ‘겹친 구조’로 드러난 것.
발굴팀은 해자에서 15세기 인화분청사기와 연질백자 등 당시 생활상을 짐작하게 하는 유물을 다수 수습했다. 이들 유물은 해자 조성 시기와 사용, 폐기 시점을 추정할 수 있는 핵심 단서로, 문헌 기록에 나오는 축성·보수 연대와 유적의 실제 층위를 연결하는 증거로 평가된다.
군은 “초축 체성의 범위와 축성 시기를 문헌 기록과 고고학 자료가 동시에 뒷받침하는 사례”라며 “그동안 텍스트 중심으로 남아 있던 읍성 축성 역사를 실제 유구(遺構)로 확인한 것에 의미가 크다”고 설명했다.
이번에 밝혀진 초축 해자는 지형이 높은 북서쪽에서 낮은 남동쪽 방향으로 약 32m 이어지는 구조다. 잔존 길이는 32m, 깊이는 0.7~1.5m, 너비는 6.4m로 확인됐다. 해자 안쪽 호안석축 사이의 너비는 4.6m로 나타났다.
현재 지표면에 노출돼 있는 개축 체성은 북쪽 일부 구간과 남쪽 경계에 걸쳐 남아 있다. 잔존 길이는 17m이며, 북–남 방향으로 곧게 이어진다. 지대석에서 체성 상부까지의 높이는 1.0~1.3m, 내·외벽 굴광선 범위로 본 폭은 9.0~9.5m 정도다. 외벽 기단 면석에서 내벽 채움석 범위까지 실측한 폭은 6.0~6.5m로 조사됐다.
축성 기법도 비교적 선명하게 드러났다. 체성 내·외벽은 기저부를 고르게 다진 뒤, 내벽 쪽은 뒤채움석을 촘촘히 채워 넣어 보강한 모습이다. 바닥에서는 목재로 보강한 지정목이 확인됐고, 내벽 채움석 뒤편은 흙을 덮어 내탁부를 형성한 것으로 추정됐다.
외벽은 기저부 위에 지대석을 놓고 그 위에 면석을 안쪽으로 들여쌓는 방식으로 축조됐다. 지대석 아래에서는 성벽 하부를 지탱하기 위한 기단보축이 확인됐다. 군은 “기장읍성 내·외벽 축조수법을 구체적으로 복원할 수 있는 자료가 새로 확보된 셈”이라며 “향후 성벽 복원·정비 사업에도 직접적인 기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장군은 이번 조사 성과를 기장읍성 국가사적 승격 추진과 직결되는 중요한 계기로 보고 있다. 현재 기장읍성은 국가사적 승격이 ‘역사자료 보완’을 조건으로 보류된 상태다. 축성 시기와 범위를 유적 차원에서 입증하는 뚜렷한 증거가 부족하다는 점이 한계로 지적돼 왔다.
군 관계자는 “초축 해자와 개축 체성이 상·하 중복 구조로 확인되고, 여기에 15세기 유물이 결합되면서 기장읍성의 형성과 변천 과정을 보다 구체적으로 제시할 수 있게 됐다”며 “국가사적 지정 심사에서 요구해 온 핵심 보완 과제를 채워 줄 수 있는 결과”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기장군은 향후 추가 발굴과 정밀 분석을 통해 축성 과정과 방어 체계, 읍성 내 공간 구성 등을 단계적으로 복원해 나갈 계획이다. 더불어 발굴 성과를 학계와 공유하고 대중에게 알리는 작업도 병행해, 기장읍성의 위상을 ‘부산시 문화유산’을 넘어 국가 차원의 역사유산으로 끌어올린다는 구상이다.
기장군은 올해 2월 기장읍성 축성 600주년을 기념해 한국·중국·일본 3국의 성곽 연구자들이 참여한 국제학술대회를 개최하며, 기장읍성의 역사·학술적 가치 확산에도 힘을 실어왔다. 이번 발굴 성과는 당시 제기된 연구 과제를 실제 현장에서 확인한 결과라는 점에서도 의미가 크다.
군은 앞으로 기장읍성 일원을 역사사적공원으로 조성하는 사업도 본격화할 계획이다. 단순히 성곽 일부를 복원하는 수준을 넘어, 읍성·전통시장·원도심을 하나의 역사·문화권으로 묶는 ‘도시 재생형 프로젝트’로 키우겠다는 구상이다. 관광 동선과 지역 상권을 연계해 주민과 방문객이 함께 누리는 공간으로 만들겠다는 목표다.
정종복 기장군수는 “이번 조사 성과를 반영해 기장군의 대표적인 문화유산인 기장읍성의 국가사적 승격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겠다”며 “기장읍성 일원 역사사적공원 조성을 본격화하고, 기장시장 등과 연계한 기장읍 경제 활성화에도 박차를 가하겠다”고 말했다.
군은 이번 현장공개와 자문회의에서 제기된 학계 의견을 반영해 정밀 발굴을 이어가는 한편, 추가 조사 결과를 단계적으로 공개해 지역 주민과 공유한다는 방침이다.
600년 전 세종 대에 처음 성벽이 쌓인 이후 수차례의 보수와 변화를 거쳐온 기장읍성의 진짜 얼굴이 어떤 모습으로 복원될지 관심이 모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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