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용 메모리 수요 폭증으로 공급이 크게 달리면서 또 다른 용처인 모바일·PC용 메모리 가격이 덩달아 오르는 상황이다. 메모리 원가 상승은 스마트폰과 PC, 노트북 등 가격 인상으로 이어져 애꿎은 소비자 부담이 커지는 양상이다.
17일 전자기기 가격 비교 플랫폼 '다나와'에 따르면 소비자용 D램,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등 핵심 PC 부품 가격이 최근 5개월 사이 평균 2~3배 껑충 뛰었다. 삼성전자 DDR5-5600 32GB은 현재 최저가 46만5000원이다. 지난 6월 기준 평균 가격이 13만2780원 수준이었는데 오름세가 가팔라지더니 지난달 31만9000원으로 오른 후 이달 들어 40만원대를 돌파했다. 5개월 사이 제품 가격이 250% 폭등한 것이다.
국내 시판된 해외 그래픽카드의 경우 고환율 영향까지 더해져 가격이 더 올랐다. 올해 초 출시된 엔비디아의 그래픽카드 RTX 5080 16GB 최초 출고가는 999달러(약 144만원대)다. 하지만 국내 수요 확대와 원·달러 환율 상승 탓에 현재 174만4190원으로 가격이 뛰었다.
낸드 플래시 기반의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상황도 별반 다르지 않다. SK하이닉스의 플래티넘 P41 M.2 NVMe 2TB는 지난 6월 24만4620원이었지만, 현재 30% 올라 31만000원에 거래되고 있다. 제품 가격이 천정부지로 뛰다 보니 다이소는 최근 샌디스크의 USB 메모리와 마이크로 SD카드 판매를 중단하기도 했다.
PC 조립 업체들은 부품 가격 상승으로 손님 발길이 끊길까 전전긍긍하는 모습이다. 서울 용산 전자상가에서 17년째 컴퓨터 부품 매장을 운영하고 있는 최영민씨(47)는 "지난 일요일만 해도 매장을 찾은 고객이 40만~50만원대로 치솟은 D램 가격을 듣고 깜짝 놀라 빈손으로 돌아간 것만 두 번"이라며 "특히 DDR5는 가장 범용 제품인데도 불구하고 가격이 너무 올라 대체 상품을 문의하는 고객이 많지만, 선택지가 마땅치 않은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메모리 가격 급등에 스마트폰과 노트북 등 완제품 가격 상승 압박도 가시화하고 있다. 실제 삼성전자는 지난 14일 발표한 3분기 보고서를 통해 "스마트폰 원재료인 모바일AP 솔루션 가격이 전년 연간 평균 대비 약 9% 상승했다"며 "스마트폰의 3분기 평균 판매가는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약 2% 올랐다"고 밝혔다.
애플 역시 지난 9월 '아이폰 17' 시리즈를 출시하며 전작 대비 약 10만원씩 가격 인상을 단행한 바 있다. PC 제조 기업인 에이수스의 샘슨 후 공동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대만 매체와 인터뷰에서 "제품 생산 비용과 소비자 수요를 고려해 노트북, PC 등 다양한 기기 가격을 조정할 수밖에 없다"며 제품가 인상을 예고하기도 했다.
이종환 상명대 시스템반도체공학과 교수는 "현재 유통 중인 제품의 경우 메모리 단가가 비교적 저렴했던 시기에 제조됐지만, 내년부터 출시될 신상품의 경우 가격 인상이 불가피할 것"이라며 "고물가 시대에 스마트 기기마저 가격이 오르면 자칫 소비자의 제품 구매력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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