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환율 쓰나미] 1470원대 고착화…고물가·내수위축 '복합 위기' 경고

원달러

한 달 가까이 원·달러 환율이 1470원대에 고착화되면서 인플레이션 악몽이 재연될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장기간 우리 경제가 고환율·고물가 환경에 노출되면 가까스로 되살아난 내수 경기에 악재로 작용하며 한국 경제 전반에 부담이 커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8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의 주간 거래 종가는 전 거래일보다 1.9원 내린 1466.9원으로 집계됐다. 이날 환율은 1472.8원에서 출발해 장 내내 1470원 선을 중심으로 등락하다 오전 10시 이후 1460원대로 내려왔다.

환율은 5개월째 꾸준히 상승하고 있으며 지난 11월 14일 이후로는 수시로 1470원대를 오르내리고 있다. 한은 경제통계시스템에서 원·달러 평균 환율을 살펴보면 6월 1366.95원, 7월 1375.22원, 8월 1389.66원, 9월 1391.83원, 10월 1423.36원, 11월 1457.77원, 12월 1469.48원으로 여섯 달 만에 102.53원(7.5%) 급등했다.

이미 2.4%까지 오른 소비자물가가 들썩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10월 수입물가지수는 전월 대비 1.9% 상승한 138.17을 기록해 올해 1월 이후 가장 큰 상승률을 보였다. 넉 달째 오름세다. 생산자물가지수와 수입물가지수를 결합해 산출한 10월 국내공급물가지수도 125.18로 전월 대비 0.9% 올랐다.

수입물가 상승은 생산자물가를 밀어 올리고 일정 시차를 두고 소비자물가에도 반영된다. 고환율로 수입 원자재·중간재 가격이 뛰면 기업들은 더 많은 원화를 들여 달러 결제를 해야 하고 그 부담을 제품 가격 인상으로 전가하게 된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지난 4월 “원·달러 환율이 1%포인트 상승하면 같은 분기 소비자물가는 0.04%포인트 오른다”고 분석했다. 가국 한은 물가동향팀장 또한 “환율 1% 상승 시 소비자물가는 약 0.03% 오르는 것으로 본다”고 언급한 바 있다.

실제 주요 글로벌 투자은행(IB) 8곳도 내년 한국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일제히 상향 조정했으며 지난달 말 평균 1.9%로 집계됐다. 소비자물가 상승률 2%를 목표로 통화정책을 운용하는 한국은행은 올해와 내년 상승률 전망치를 각각 2.1%로 제시했다.

더 큰 문제는 ‘고환율 고착화’다. 가격 인상을 미뤄온 기업들도 환율 오름세가 장기화되면 가격 조정을 단행하게 되고, 이 과정에서 환율의 물가 전가 효과는 확대된다. 한국은행 ‘환율의 장단기 물가 전가효과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환율 변동률 10%포인트 상승이 3개월 이상 지속디면 단기 물가 상승 효과는 0.31%포인트, 장기 효과는 1.3%포인트에 달한다. 연간 누적으로는 1.61%포인트나 물가를 끌어올리는 셈이다.

고환율발(發) 인플레이션 재점화는 내수에 치명적이다. 가계의 실질소득 감소, 소비 위축으로 이어지면서다. 식료품과 연료 가격이 오르면 체감 물가는 더욱 높아지고, 기준금리 동결 기조가 이어지면 대출이자 부담 역시 줄지 않는다. 수입 원자재·부품 가격 상승은 기업의 생산비를 밀어올려 수익성 악화로 이어진다. 환율 위험 관리에 취약한 중소기업은 타격이 더 클 가능성이 크다.

류진이 KB증권 이코노미스트는 “한국신용데이터 자료를 보면 3분기 소비쿠폰 지급으로 소상공인의 사업장당 평균 매출은 전년 대비 5.3%, 전기 대비 1.2% 늘었지만 고물가 영향으로 이익은 전년 대비 10.22% 증가했음에도 전 분기 대비 4.63% 감소했다”고 말했다.

그는 “내수 회복세가 나타나고 있지만 인플레이션 압력도 강화돼 소비 회복 탄력이 약해질 수 있다”며 “특히 내년 물가 경로상 3분기 물가 상승률이 고점을 형성할 가능성이 크고 이에 따라 통화당국은 내년 하반기 경기와 인플레이션 사이에서 정책 딜레마가 심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국은행도 경계감을 드러내고 있다. 한은은 “소비자물가가 두 달 연속 2% 중반 상승률을 기록하고 생활물가도 높아진 만큼 향후 물가 상황을 면밀히 점검하겠다”고 밝혔다. 김웅 한은 부총재보는 최근 물가 상황 점검회의에서 “높아진 환율이 앞으로 물가에 미칠 영향을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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