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도 칼럼) (김학도 칼럼) 중소기업, 구조혁신을 통한 신시장 진출로 경영파고 넘자

  • 85.4% "필요성 공감"에도 "실제 추진" 26.9% 불과

김학도
김학도
최근 한국 경제는 미·중 관세 분쟁, 글로벌 공급망 재편과 같은 외부 충격뿐만 아니라, 디지털 전환과 탄소중립이라는 거대한 산업 대전환의 파고에 직면해 있다. 이러한 환경 변화는 중소기업에 매출 감소와 생산비용 증가라는 이중고를 안겨주며 생존의 기로에 서게 하고 있다. 특히, 석유화학 및 철강 등 주력산업의 위기는 산업계 전반의 구조적 전환을 요구하는 심각한 수준이다. 중국발 공급 과잉에 따른 석유화학 업계의 매출원가 상승과 중국산 증가 및 보호무역 강화에 따른 철강산업의 침체는 해당 지역의 ‘산업위기 지정’으로 이어지고 있다. 다행히 최근 국회에서 「철강특별법」과 「석유화학특별법」이 연이어 통과되면서 고부가 친환경 구조전환을 위한 제도적 기반이 마련되고, ‘석유화학산업 구조개편 1호 프로젝트’ 사업승인계획이 산업부에 접수되는 등 산업 생존을 위한 구조적 움직임이 구체화되고 있다. 이제 사업전환을 통한 신시장 진출은 기업의 생존을 넘어 국가 경제의 체질 개선을 위한 필수 전략이 되었다. 최근 중소기업의 경영환경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영업이익률은 ‘21년 3.54%에서 ’24년 3.03%로 하락했으며, 인건비 비중은 16.82%에 서 18.09%로 상승하는 등 비용 압박이 가중되고 있다. 기업이 체감하는 가장 큰 애로는 ‘매출 부진’이며, 여기에 인건비 상승, 경쟁 심화, 원자재 가격상승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문제는 기업이 구조전환의 필요성은 알아도 실행에 옮기지 못한다는 점이다. 중소기업의 절반 이상(52.6%)이 현재 주력사업의 미래를 부정적으로 전망하며, 그중 47.7%는 “뚜렷한 대책이 없다”고 응답했다. 구조전환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85.4%)에도 불구하고, ‘자금·인력 부족’과 ‘실패 후 회복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실제 추진 의향 기업은 26.9%에 불과한 현실이다. 즉, ‘의지는 있으나 실행이 약한’ 중소기업에 대한 정부의 전략적인 지원이 절실한 대목이다. 기업정책 중에서도 구조개선 및 사업전환 정책은 가장 전략적이고 근본적인 중요성을 갖는다. 단기 유동성 지원이나 이자보전 대책은 일시적 경기침체에는 유효하나, 구조적 위협에 대응하는 데 한계가 있다. 반면, 사업전환은 미래가 불투명한 사업에서 벗어나 신사업 분야로 체질을 개선하고 지속가능한 성장 동력을 확보하도록 돕는다. 이는 기업의 도산을 막고 고용을 유지하는 근본 해결책이며, 미래차, AI 등 국가 전략기술 기반의 신산업 생태계를 재편하는 핵심 수단이 된다. 산업통상부는 「기업활력제고를 위한 특별법」을 통해 기업의 선제적인 사업재편을 지원하고 있다. 승인 기업에는 상법상 절차 간소화, 공정거래법 상 규제 유예를 비롯하여, 세제 지원과 산업구조고도화 자금지원 등의 혜택을 부여한다. 이는 석유화학, 철강 등 위기 산업의 혁신을 촉진하고, 탄소 중립이나 첨단 전략산업 분야로의 전환을 가속화하는 핵심적인 정부 지원책이다. 중소벤처기업부도 ‘구조혁신지원사업’을 통해 사업전환 승인 기업에 전략 수립 컨설팅을 제공하고 있으며, 정책자금 융자(최대 100억원), 세제감면, R&D 연계 등 실질적인 지원을 한다. 특히 ‘공동사업전환 모델’은 독자 전환이 어려운 중소기업이 대기업, 중견기업 등 공급망 내 협력 파트너와 공동으로 신사업 전환을 추진하는 혁신적인 상생 방식이다. 대기업의 기술력과 구매 연계 지원을 통해 중소기업의 신사업 조기 사업화는 물론, 대기업 공급망의 안정성을 확보하고 ESG 경영 및 동반성장을 실현하는 상생적 가치를 창출한다. ‘23년 모델이 시작된 이후 세아베스틸 협력사의 미래차 전환용 특수강 공급, HD현대건설기계 협력사의 친환경 굴착기 개발 등 핵심 산업 분야에서 성공적 사례를 보여주고 있으며, 철강과 석유화학 등 위기산업의 전환에 이 모델을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 그럼에도 현장의 간극은 여전하다. 통계가 말하는 현실은 “의지는 있으 나 실행이 약하다”는 것이다. 구조개선 정책의 성공을 위해서는 컨설팅 중심에서 실행 중심의 통합지원 체계로 전환하고, 현재의 정책을 더욱 고도화하고 보완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첫째, 사후적이 아닌, 선제적 진단 및 실행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 기업이 경영 악화에 직면하기 전에 빅데이터 기반 진단을 통해 위기 우려 기업을 선제적으로 발굴해야 한다.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과 협력은행이 공동 운영하는 ‘선제적 구조개선 프로그램’을 확대하여 파산·회생 전에 신규 대출, 만기연장 등 양 기관의 통합 지원을 선제적으로 제공해야 한다. 둘째, 실행가능한 자금-판로 통합 지원체계를 수립해야 한다. 컨설팅 이후 시제품-양산-초기매출로 이어지는 브리지 자금과 초기 수요처 확보 지원을 연계해야 한다. 병역지정업체 선정 가점, 공공조달 참여 가점 등 후속 지원을 연계하여 사업전환을 성공으로 이끌어야 한다. 셋째, 위기산업 대상의 신사업 및 상생 전환을 확대해야 한다. 철강, 석유화학 등 위기산업을 영위하는 대·중소기업의 공동 사업전환을 최대한 유도하고 지원해야 한다. 산업위기지역 소재 중소기업에는 정책자금 우대, 경상사업 가점 등 우대 프로그램을 도입하여 신속한 사업화를 지원해야 한다. 넷째, 구조혁신 지원기관의 실행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 ‘구조혁신센터’ 를 전국에 확대하고 경영·기술 전문가를 집중 배치하여 단순 컨설팅이 아닌 실질적인 사업재편, 인력전환이 되도록 지원해야 한다. 특히 디지털 혁신형 전환 기업의 데이터 활용, 공정 디지털화, 시스템 통합 등 실행 과정의 병목을 해소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 결론은 명확하다. 철강과 석유화학의 전환은 개별 기업의 역량을 넘어 공급망 전체의 혁신을 요구한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게 하는 안전망,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원스톱 통합 지원, 그리고 위기 산업 생태계 전환이 맞물릴 때 중소기업의 구조혁신은 산업 체질을 바꾸는 실제 변화로 이어질 것이다. 위기는 깊지만, “연결과 실행”으로 돌파할 수 있다. 중소기업의 구조혁신은 대한민국 산업 생태계의 미래 경쟁력을 결정짓는 핵심 과제이다. 정부와 기업, 그리고 대기업의 상생 협력을 통해 혁신의 속도와 방향을 재정립하여, 위기를 성장의 기회로 만들어야 한다.

김학도 필자 주요 이력
△미국 서던캘리포니아대학 정치경제학 박사 △전 산업통상자원부 에너지자원실장 통상교섭실장 △전 중소벤처기업부 차관 △전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이사장 △현 한국협업진흥협회 회장 △현 충북대 특임교수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댓글0
0 / 300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