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삼성·SK, 美 'AI 수출 프로그램' 참여 의사…한미 AI 협력 강화

  • 삼성 "美에 장기간 투자·제조·고용으로 기여한 기업 우선해야"

  • SK "동맹국 참여 배제하는 배타적 컨소시엄 구성 지양해야"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반도체 그래픽 사진연합뉴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반도체 그래픽 [사진=연합뉴스]
트럼프 행정부가 인공지능(AI) 산업에서 미국의 주도권을 공고히 하기 위해 추진하는 '미국산 AI 수출 프로그램'에 삼성전자와 SK그룹이 참여 의사를 밝혔다. 이에 한미 간 AI 동맹이 한층 강화될 전망이다.

21일(현지시간) 미국 연방관보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SK그룹은 최근 미국 상무부가 추진 중인 '미국산 AI 수출 프로그램'과 관련해 동맹국 기업의 참여가 허용돼야 한다는 공식 의견을 제출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7월 23일 행정명령을 통해 미국의 AI 주도권을 유지·확대하고, 적국이 개발한 AI 기술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풀스택'(full-stack) 미국산 AI 기술 패키지 수출을 장려하라고 지시했다. 해당 프로그램은 미국 주도의 AI 기술 스택을 전 세계에 확산시키는 것을 목표로 하며, 트럼프 행정부의 대중(對中) 기술 경쟁 전략의 핵심 축으로 꼽힌다.

삼성전자는 지난 12일 제출한 의견서에서 "이들 컨소시엄은 미국 기업이 주도하겠지만, 성공적인 프로그램을 위해서는 한국과 같은 오랜 동맹국과 삼성전자와 같은 신뢰받는 기업의 참여가 필수적"이라며 "특히 기술 스택의 하드웨어 계층에서는 그 중요성이 더욱 크다"고 강조했다. 이어 상무부가 외국 기업과 다른 나라의 참여를 가능하게 하기 위해 검토 중인 '신뢰 파트너'(trusted partner) 프로그램을 지지한다는 입장도 밝히면서 외국 기업 선정을 위해서는 미국에서 장기간 투자·제조·고용을 통해 기여해 온 기업을 우선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삼성전자는 "그 어떤 다른 기업도 동맹국(한국)에서 최첨단 로직 및 고성능 메모리 반도체를 제조하지 않는다"면서 "이 이중 역량으로 삼성은 미국산 AI 스택이 경제 및 국가 안보 요구에 효과적으로 부응하도록 그 규모를 키우는 데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SK그룹도 13일 낸 의견서에서 동맹국 기업 참여의 필요성을 전면에 내세웠다. SK그룹은 "가치를 공유하는 동맹국에 본사를 둔 외국 기업을 미국산 AI 수출 프로그램에 포함하는 게 행정부의 정책·기술·수출 성장 목표를 가장 잘 뒷받침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이들 중 다수는 반도체, 첨단 패키징 등 미국 AI 스택에 필수적인 제품과 서비스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전문성을 보유하고 있다"며 "동맹국 기업의 참여는 AI 스택 전반에 걸쳐 동급 최고의 기술 경쟁력을 확보하는 데 필수"라고 설명했다.

특히 SK그룹은 AI 기술 스택 분야에서 이미 여러 기업이 시장 원리에 따라 협력하며 '사실상의 컨소시엄'을 형성·운영하고 있다며, 상무부가 동맹국 참여를 배제할 수 있는 배타적이고 경직된 컨소시엄 구성을 지양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향후 상무부는 AI 수출 프로그램에 참여하려는 컨소시엄들로부터 제안서를 접수할 계획이다. 외국 기업 참여가 허용될 경우 삼성전자와 SK그룹은 미국 기업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참여 신청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가운데 한국과 미국은 정부·민간을 아우르는 AI 협력을 빠르게 심화하고 있다. 미국은 첨단기술 우위를 유지하기 위해 신뢰할 수 있는 동맹국과의 연대를 강화하고 있고, 한국 역시 미중 기술 경쟁 속에서 기술 주도권을 지키기 위해 미국과의 협력이 불가피하다는 인식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양국 정부는 10월 29일 체결한 '한미 기술번영 업무협약'에서 하드웨어, 모델, 소프트웨어, 애플리케이션, 표준 등 풀스택 전반에 걸친 AI 수출 촉진을 위해 협력하기로 했다. 한국은 미국이 AI 공급망 강화를 위해 동맹국을 규합하는 과정에서 개최한 '팍스 실리카' 서밋에도 참여했다.

민간 차원의 협력도 속도를 내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지난 10월 1일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에서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와 만나 글로벌 AI 핵심 인프라 구축을 위한 협력의향서(LOI)를 체결했다. 같은 날 최태원 SK그룹 회장도 올트먼 CEO와 메모리 반도체 공급 등을 포함한 협력 의향서에 서명했다. 삼성과 SK는 향후 오픈AI의 초대형 데이터센터 구축 프로젝트인 '스타게이트(Stargate)'와 관련해 핵심 반도체 공급에 나설 예정이다.

다만 한국 기업의 프로그램 참여가 미중 첨단기술 경쟁 구도 속에서 한중 관계, 그리고 한국 기업의 중국 사업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컨소시엄은 미국의 관련 수출통제 체제, 대외 투자 규정, 최종사용자 정책, 상무부 지침 등을 준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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