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MZ 일상에 안착'…넷플릭스가 본 K-콘텐츠의 다음 단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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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넷플릭스]
넷플릭스가 12월 23일 서울 성수 앤더슨씨에서 '넷플릭스 인사이트' 행사를 열고 글로벌 K-콘텐츠의 현재와 향후 전략을 공유했다. 강연과 패널 토론, 미디어 Q&A를 통해 K-컬처가 한때의 유행을 넘어 어떤 구조 위에서 지속 가능한 문화 현상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 그 조건을 짚어본 시간이었다.

첫 연사로 나선 김숙영 UCLA 교수는 미국 내 K-드라마 소비 양상을 구체적인 데이터로 설명했다. 

시장조사업체 유고브(YouGov)에 따르면 미국에서 가장 많이 스트리밍된 한국 드라마 상위 20편은 모두 넷플릭스를 통해 볼 수 있는 '오징어 게임', '더 글로리', '킹덤' 등 작품들이다. 또 다른 조사기관 2CV 결과에서는 K-콘텐츠를 본 뒤 한국에 대한 인식이 긍정적으로 변했다고 응답한 비율이 미국에서 조사 대상 8개국 중 3위를 기록했다. 

김 교수는 "미국 내 K-드라마 소비를 견인하고 있는 넷플릭스가 한국에 대한 긍정적 인식 형성을 이끌어 내고 있다"고 짚었다.

그는 한류 확산의 배경으로 미국 MZ세대의 세대 경험을 들었다. 2000년대 이후 경기 침체, 코로나19, 국제 갈등 등 불확실성이 상수가 된 환경에서 성장한 이들은 합리적인 소비를 중시하면서도 새로운 문화에는 개방적이고, 온라인 공간을 통해 갈증을 해소해 왔다는 설명이다. 

김 교수는 "한류의 지속 가능성에 대한 질문을 많이 받는데 개인적인 소감으로는 미래가 밝다고 느낀다"며 "젊은 층이 좋아하고 공유하고 열광한 경험은 시간이 흘러 중장년층이 되었을 때까지 계속 가는 하나의 향수가 된다. 그때 과거를 떠올리게 하는 문화적 종착점이 한국 콘텐츠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 할로윈데이의 K-콘텐츠 코스튬, 일반 학원에서도 접할 수 있는 K-팝 댄스 클래스 등 "보는 것에서 참여하는 문화로 확장되는 한류"가 지속 가능성을 뒷받침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행사 후반 패널 토론에서는 한류를 둘러싼 질문이 '얼마나 인기 있는가'에서 '어떻게 쓰이고 소비되는가'로 옮겨가고 있다는 점이 부각됐다. 

국립박물관문화재단 상품유통전략팀 해외사업 차장 이승은은 박물관 굿즈를 예로 들어 "스토리텔링과 위트의 힘"을 강조했다. 과거에는 유물 이미지를 그대로 인쇄한 상품이 많았다면, 이제는 유물 속에 담긴 이야기를 다시 풀어내는 방식으로 접근하고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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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숙영 UCLA 교수 [사진=넷플릭스]

이 차장은 스토리텔링, 위트로 탄생한 소주잔 굿즈 사례를 언급하며 "국립중앙박물관은 명실상부 1등 박물관이었지만, 그동안은 미술 애호가나 중장년층이 찾는 공간이라는 이미지가 강했다. 이처럼 스토리와 유머를 더한 굿즈가 인기를 얻으면서 MZ세대 유입이 눈에 띄게 늘었고, 박물관이 젊어졌다는 평가를 듣고 있다"고 말했다. 

한류를 산업과 수출의 관점에서 바라본 이상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코트라) 한류 PM은 "한류 콘텐츠를 봤다, 좋았다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쓰는 문화로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콘텐츠를 통해 노출되는 소비재와 서비스가 실제 수출과 현지 판매로 이어지려면, 단순히 콘텐츠만 잘 만든다고 해결되지는 않는다"며 "각 국가별 시장 조사를 바탕으로 해당 제품을 오프라인 매장과 온라인 플랫폼에서 쉽게 구매할 수 있도록 유통망과 인프라를 함께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콘텐츠, 소비재, 유통 구조가 하나의 바퀴처럼 맞물릴 때 더 큰 경제적 가치와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플랫폼으로서 넷플릭스의 역할은 장기 투자와 창작 생태계 강화에 맞춰졌다. 넷플릭스는 2016년 한국 진출 이후 K-콘텐츠 투자를 이어왔고, 2023년에는 향후 4년간 약 3조 원(25억 달러) 이상을 한국 콘텐츠에 투자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100% 사전 제작과 제작비 전액 선지급 구조를 도입해 "흥행 여부와 관계없이 창작자가 안정적으로 작업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한편, 4K·돌비 비전·돌비 애트모스 등 고사양 영상·음향 기술과 체계적인 후반 작업 프로세스를 통해 한국 제작 현장의 작업 환경 개선에도 기여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현지화 전략 역시 한류 확산의 기반으로 제시됐다. 넷플릭스는 최대 36개 언어 더빙과 30여 개 언어 자막, 시각·청각장애인을 위한 보조 기능을 제공하며 한국에서 제작된 한 편의 콘텐츠가 언어·장애 여부와 관계없이 전 세계 190여 개국 시청자에게 전달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넷플릭스 내부 집계에 따르면 2024년 기준 전 세계 넷플릭스 회원의 80% 이상이 K-콘텐츠를 한 편 이상 시청했으며 2025년 8개국 1만1511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는 넷플릭스 이용자가 비이용자보다 한국 문화에 대해 약 1.8배 더 긍정적인 인식을 가진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 방문 의향과 한국 제품 구매 관심도 또한 이용자 집단에서 더 높게 집계됐다.

넷플릭스는 "한국 창작자·제작사와의 장기적인 파트너십을 기반으로, K-콘텐츠가 전 세계 시청자들의 일상적인 선택지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지원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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