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JP 데스크 칼럼] 2025 금융시장 결산: 가격은 요동쳤고, 구조는 흔들리기 시작했다

  • 숫자가 말해주는 2026년의 정책 과제

2025년 한국 금융시장은 한 문장으로 요약된다. 가격은 크게 움직였지만, 시스템은 가까스로 버텼다. 주가·금리·환율이 모두 요동쳤지만 금융위기로 번질 조짐은 없었다. 그러나 한국은행 금융안정보고서가 보여주는 숫자들은, 겉으로 보이는 안정 아래에서 취약성이 다시 쌓이고 있음을 분명히 경고한다. 

금융불안지수(FSI)는 11월 기준 15.0으로, 6월의 18.6에서 낮아졌다. 위기 국면은 아니다. 하지만 금융취약성지수(FVI)는 3분기 45.4로 상승해 장기 평균(45.7)에 바짝 다가섰다. 겉은 안정, 속은 팽창이라는 표현이 어울린다. 

주식: 2,399에서 4,144까지… “정책과 AI가 만든 랠리”

2025년 증시는 숫자만 보면 인상적이다.  6월 초 코스피는 2,399 수준이었지만, 12월 9일 기준 4,144까지 올라섰다. 연말을 사흘 앞둔 금요일 종가도 4,129.7이었다. 반 년 남짓한 기간에 지수가 두 자릿수 상승률을 기록한 셈이다. 

상반기 상승의 동력은 분명했다. 자본시장 활성화 정책, AI 산업 육성 기대, 추가경정예산 논의가 맞물렸다. 한국은행도 6월 금융안정보고서에서 “주가가 큰 폭의 변동 속에서 상승했다”고 평가했으며, 당시 연초 대비 상승률은 21.2%에 달했다. 

하반기 흐름은 달랐다. 7월 이후 관세 이슈와 정책 불확실성, 차익 실현이 겹치며 변동성이 확대됐고, 11월에는 ‘AI 고평가’ 논란이 본격화됐다. 그럼에도 지수는 다시 고점을 경신했다. 실적보다 기대와 서사, 즉 ‘이야기’의 힘이 가격을 끌어올린 전형적인 국면이었다. 

이 구조는 2026년 주식시장의 성격을 규정한다. 상승 여력은 남아 있지만, 방향성보다 변동성 관리가 핵심 변수가 된다. AI 실적이 기대에 못 미치거나 밸류에이션 부담이 부각되는 순간, 조정 폭은 생각보다 커질 수 있다. 

채권: 금리는 올랐지만, 신용은 무너지지 않았다 

2025년 말 국고채 3년물 금리는 3.1% 수준이다. 절대 수준만 보면 높지만, 금융시장의 체력을 가늠하는 기준은 따로 있다. 바로 신용스프레드다. 

회사채 시장은 의외로 안정적이었다. AA- 등급 회사채 스프레드는 장기 평균(약 55bp) 부근에서 움직였고, A- 등급 역시 장기 평균(약 151bp)을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11월 들어 국고채 금리 급등과 은행채 발행 증가로 스프레드가 다소 벌어졌지만, 이를 ‘신용 경색’으로 부르기에는 무리가 있다. 

이는 2025년 금융시장의 중요한 특징이다. 금리와 환율은 흔들렸지만, 신용 시스템은 붕괴되지 않았다. 한국은행이 “금융시스템은 전반적으로 안정적”이라고 평가한 배경이 여기에 있다. 

외국인 vs 거주자: 2025년의 진짜 수급은 ‘한국인의 해외투자’ 

외국인 자금 흐름만 보면 시장을 오해하기 쉽다. 2025년 상반기 외국인은 국내 주식을 106억 달러 순매도했지만, 채권은 250억 달러 순매수했다. 연말 기준 외국인 주식 보유 비중은 32.0%, 채권 보유 비중은 12.1%로 오히려 높아졌다. 연간 외국인 채권 순유입 규모는 473억 달러에 달한다. 

그러나 2025년 금융시장의 진짜 변화는 거주자 해외투자에서 나타났다:  1~4월 해외증권 순투자: 502.2억 달러, 1~10월 누적: 1,171.2억 달러, 10월 한 달: 172.7억 달러(월 기준 사상 최대),  이 가운데 주식 투자: 898.8억 달러.

한국 개인과 기관이 해외 주식으로 달러를 바꾸는 속도가 환율의 바닥을 끌어올렸다. 2025년 환율은 무역수지보다 자본 흐름이 좌우한 해였다. 

외환: 1,350원에서 1,472원까지… ‘높은 환율’의 일상화 

2025년 원·달러 환율의 특징은 방향보다 수준이다.
6월 평균 1,350원대였던 환율은 10~11월을 거치며 1,470원대로 올라섰고, 12월 9일에는 1,472원을 기록했다. 연말 들어 구두 개입과 헤지 물량 유입으로 26일에는 1,442.6원까지 다소 안정됐다. 지난 26일까지 주간거래 종가 기준 올해 평균 환율은 1,421.9원이다.
이는 외환위기였던 1998년(1,394.9원)보다도 높아 역대 최고 수준이다. 

한국은행은 이를 “큰 폭의 변동성”으로 표현하면서도 외화 조달 여건은 대체로 양호하다고 평가한다. 다시 말해 위기적 급등은 아니지만, 높은 환율이 구조적으로 굳어지는 과정에 가깝다. 그 배경에는 무역수지보다 더 강한 힘이 있다. 바로 자본수지, 특히 거주자의 해외투자다. 이는 단기 환차익 거래가 아니라, 자산 배분 구조 자체가 바뀌고 있음을 의미한다. 

PER 격차: 성장 프리미엄은 국경을 넘는다 

이 흐름의 핵심 배경 중 하나는 미국과 한국 증시의 밸류에이션 격차다.
2025년 기준 미국 증시는 고평가 논란 속에서도 높은 PER을 유지하고 있다. S&P500은 20배 안팎, 기술주 비중이 높은 나스닥은 그보다 높은 수준에서 거래된다. 반면 코스피의 장기 평균 PER은 한 자릿수 후반~10배 초반에 머무는 경우가 많다. 

이 격차는 단순히 “비싸다, 싸다”의 문제가 아니다. 투자자들이 평가하는 것은 수익의 지속 가능성이다. 미국 시장은 AI·플랫폼·반도체 설계 등 고부가가치 산업 구조, 안정적인 주주환원, 글로벌 자본 흡수 능력을 바탕으로 높은 멀티플을 정당화해 왔다. 반면 한국 시장은 이익 변동성, 지배구조 할인, 정책 불확실성이라는 구조적 약점을 안고 있다. 

그 결과 2025년에는 “한국 주식을 팔아서 미국 주식을 산다”기보다, 신규 투자 자금이 국내를 거치지 않고 해외로 직행하는 흐름이 뚜렷해졌다. 한은 보고서가 지적하듯, 거주자 해외 증권 투자는 단기 환차익이 아니라 장기 자산 배분 성격이 강해지고 있다. 

가계대출: 주담대는 둔화, ‘기타대출’이 다시 꿈틀

2025년 하반기 가계부채의 모습은 미묘하다.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3분기 말 1,159.6조원으로 전년 대비 4.3% 증가에 그치며 증가 속도가 둔화됐다. 

문제는 다른 쪽이다. 기타대출은 3분기 말 685.4조원으로 전년 대비 0.1% 증가하며 다시 플러스로 돌아섰다. 월별로 보면 10월 4.9조원, 11월 4.1조원이 늘었다. 한국은행은 그 배경으로 주식 투자 수요를 명시적으로 언급한다 

이는 중요한 신호다. 주택이 아니라 금융시장 기대가 대출을 자극하기 시작했다는 뜻이다. 정책이 주담대를 누르는 사이, 레버리지는 다른 통로로 이동하고 있다. 이 자금이 해외 투자로 연결되면서 환율에도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2026년 전망: “금리보다 구조가 중요하다” 

2026년 거시정책의 핵심은 금리 인하 여부가 아니다. 숫자들이 말하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첫째, 금융시스템은 당장 위기가 아니다.
FSI는 15 수준이고, 신용스프레드는 장기 평균 부근에 있다. 

둘째, 그러나 취약성은 다시 쌓이고 있다. 
FVI 45.4, 서울 집값의 가속, 기타대출 재확대, 해외투자 급증이 동시에 나타난다. 

셋째, 2026년의 정책 성패는 “완화하느냐 마느냐”가 아니라, 완화하더라도 불균형을 키우지 않느냐에 달려 있다.

금리를 내리든 유지하든,  서울 중심의 주택 과열을 제어할 수 있는지, 주식·파생상품으로 흐르는 레버리지를 관리할 수 있는지,

해외투자 급증이 환율 불안으로 전이되지 않도록 완충 장치를 마련할 수 있는지가 관건이다. 

2025년은 가격의 해였다.
2026년은 구조의 해가 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숫자들이 이미 경고하고 있듯 안정은 다시 쉽게 흔들릴 수 있다.
NotebookLM생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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