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 22일 경기 용인시 삼성전자 기흥캠퍼스 내 첨단 복합 반도체 연구개발(R&D) 센터인 NRD-K 클린룸 시설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글로벌 반도체 기업 생산시설(팹)이 밀집한 대만에 강진이 발생하면서 국내 반도체 업계에 미칠 영향에 관심이 쏠린다. 천재지변에 취약하다는 점이 드러나면서 상대적으로 지리적 리스크에서 자유로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반사이익을 누릴 수 있다는 전망이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전날 대만을 강타한 규모 7.0 강진 여파로 대만 내 팹 가동이 일부 중단됐다. TSMC는 비상 대응 절차에 따라 신주과학단지 내 생산 공장 직원들을 실외로 대피시키고 설비 점검에 나섰다.
지난 10월 이후 대만·일본 등이 속한 환태평양 조산대에서는 규모 7.0 이상 지진이 잇따르고 있는 상황이다.
대만에는 세계 1위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TSMC를 비롯해 UMC, 파워칩 등 글로벌 파운드리 생산 중 약 70%가 쏠려 있다. 특히 글로벌 D램 16%를 생산하는 미국 마이크론의 D램 생산 공장 역시 대만에 자리 잡고 있다.
현지 업계들은 지진 피해를 아직 지켜보는 분위기지만 TSMC 생산 차질이 현실화하면 파운드리 최대 경쟁자인 삼성전자에 미치는 영향도 클 것으로 보인다. 반도체 공정은 단 1분만 정지되더라도 핵심 소재인 웨이퍼를 전량 폐기해야 하는 등 막대한 비용이 발생한다. 특히 3나노 공정은 TSMC와 삼성전자가 선두 분야인 만큼 파운드리 수주전에서 경쟁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
실제 TSMC는 지난해 4월 규모 대만 내 7.2 강진이 발생 3일 만에 6000만 달러(약 800억원) 손실을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2021년 대형 화재로 인한 정전, 2022년 발생했던 지진 때에도 TSMC는 만들던 웨이퍼를 전량 폐기하고 수백억 원데 손실을 감수해야 했다.
D램 공급가를 둘러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협상력도 커질 수 있다. D램 70% 이상을 대만에서 만드는 마이크론이 강진 영향으로 일부 생산이 타격을 입게 된다면 글로벌 메모리 가격은 오를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국내 기업의 D램 가격도 크게 뛸 가능성이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내년 영업이익과 직결되는 호재다.
앞서 2011년 동일본 대지진 직후에도 D램·낸드플래시 등 메모리 가격이 단기적으로 20% 이상 치솟은 바 있다. 생산 차질로 공급량이 줄어들 것이란 우려가 가격에 즉각 반영되면서다.
장기적으로는 대만 위주 단일 공급망에서 벗어나 빅테크 기업들이 공급처 다변화 시도에 나설 수 있다. 엔비디아, 애플 등 인공지능(AI) 칩 고객사들은 '대만 쏠림'에 대한 지진·지정학적 리스크를 연거푸 경험하면서다. 미 현지 매체 포린폴리시는 "이번 지진은 첨단 반도체 제조가 지리적으로 불안한 대만에 얼마나 집중돼 있는지를 상기시켰다"고 평가했다.
내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엔비디아의 차세대 AI 가속기에 탑재될 6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4)를 나란히 양산에 돌입하는 것 역시 빅테크 기업들 이목을 끈다. 일본 노무라증권은 최근 삼성전자 내년 영업이익 전망치를 133조4000억원으로 상향 조정하며 "AI 투자 확대와 서버 증설이 지속되면서 메모리 가격 협상력이 고객사에서 공급사 중심으로 이동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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