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극장가는 모처럼 ‘대작의 힘’을 확인했다. 디즈니 애니메이션 ‘주토피아 2’가 누적 관객 700만명을 넘기며 흥행 1위를 굳혔고, 제임스 캐머런 감독의 ‘아바타: 불과 재’도 400만명 고지를 밟으며 연휴 수요를 끌어올렸다. 다만 이 활기가 곧장 한국 영화의 온도로 이어지진 않았다. 12월 시장이 할리우드 대작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연말 성수기에 한국 영화 신작은 상대적으로 존재감을 드러내기 어려웠다. 새해 극장가는 분위기를 이어갈 ‘국산 라인업’이 출격하며 바통을 넘겨받는다. 현실 공감 멜로 ‘만약에 우리’, 코미디 ‘하트맨’, 범죄 오락 ‘프로젝트 Y’까지 장르도 다양하다.
31일 출격하는 영화 ‘만약에 우리’(감독 김도영)는 10년 만에 우연히 재회한 옛 연인 은호(구교환 분)와 정원(문가영 분)이 각자의 시간 속에 묻어둔 감정과 질문을 다시 마주하는 이야기다. 한때의 사랑이 남긴 ‘만약에’의 잔상을 따라가며 재회 이후의 거리감과 현실의 간극을 담담하게 좁혀간다. 김도영 감독은 배우의 감정선이 자연스럽게 쌓이도록 호흡을 조율했고, 구교환과 문가영은 ‘진심을 듣고 반응하는’ 방식으로 관계의 온도를 세밀하게 만들어낸다. 작품은 2000년대 감성을 전면에 내세운 프로덕션도 관전 포인트다. MP3 플레이어와 폴더폰 등 소품과 Y2K 스타일링을 배치해 ‘그 시절’의 공기를 되살리며 익숙한 정서를 통해 관객의 기억을 건드린다.
코미디 라인에서는 영화 ‘하트맨’이 전면에 선다. ‘히트맨’ 시리즈를 함께 만든 권상우와 최원섭 감독이 다시 손잡은 작품으로 악기 판매점을 운영하는 승민(권상우 분)이 첫사랑 보나(문채원 분)를 다시 만나며 소동이 시작된다. 승민에게 생긴 ‘말할 수 없는 비밀’이 관계에 변수가 되면서 설렘과 난감함이 교차하는 상황들이 리듬감 있게 쌓인다. 권상우의 능청스러운 캐릭터 플레이에 문채원의 안정적인 멜로 감수성이 더해지고 박지환·표지훈이 유쾌한 텐션을 받치며 코믹 밸런스를 완성한다. ‘파일럿’ ‘완벽한 타인’ 등 흥행작 제작진이 참여해 장면 템포와 생활감 있는 웃음을 끌어올린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영화 ‘프로젝트 Y’(감독 이환)는 1월 라인업 가운데 가장 공격적인 속도를 전면에 내세운 범죄 오락물이다. 다른 내일을 꿈꾸던 미선(한소희 분)과 도경(전종서 분)이 검은돈과 금괴를 둘러싸고 ‘단 한 번의 기회’에 뛰어들며 사건이 꼬리를 무는 구조로 쫓고 쫓기는 전개와 하이퍼 텐션을 핵심 동력으로 삼는다. 한소희·전종서의 조합에 김신록, 정영주, 김성철, 이재균, 유아 등이 합류해 인물 구도를 촘촘히 채웠다. 화려한 도시의 밤과 골목, 좁은 공간을 활용한 밀도 높은 화면 구성과 속도감 있는 편집 리듬으로 장르적 쾌감을 끌어올리고 뮤지션 그레이가 참여한 음악은 작품의 톤을 트렌디하게 정돈한다. 토론토국제영화제 초청, 런던아시아영화제 작품상 수상, 부산국제영화제 초청 등 해외 이력은 개봉 전 기대감을 더하는 지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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