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승준 논설주간]
“중·한 양국은 장기적으로 ‘이화위귀(以和爲貴)’와 ‘화이부동(和而不同)’을 견지해 나갑시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1월 5일 오후 베이징(北京) 시내 한복판에 있는 인민대회당 동대청(東大廳)에서 열린 이재명 대통령과 정상회담에서 인사말을 마치고 본론에 들어가면서 이렇게 말했다. 벽에는 커다란 송학도(松鶴圖)가 그려져 있었고, 그 앞에 태극기와 오성홍기(五星紅旗)가 나란히 세워져 있었다. 중국 외교부가 소나무와 학 그림을 배경으로 선택한 이유는 늘 푸른 소나무와 장수(長壽)의 상징인 학 그림의 의미를 한국 사람들도 잘 이해하고 있을 것이라는 점을 계산한 의도였을 것이다. '중국은 한국과 관계를 건강하게 지속하고 싶다'는 의미를 전달하고 싶었던 모양이다.
그런 배경에서 시진핑 주석이 한 말 가운데 ‘화이부동’은 우리에게도 낯익은 말이다. 논어(論語) 자로(子路)편에 나오는 말로, '군자는 화이부동하고, 소인은 동이불화(同而不和) 한다'는 말에서 따온 구절이다. 군자들은 함께 지내면서 잘 어울리면서도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고, 소인들은 함께 지내면서도 잘 어울리지 못한다는 점을 공자(孔子)가 제자들에게 경계하라고 한 말이었다. 중국 고전에 밝아 글귀를 인용하기를 좋아하는 시진핑은 화이부동이란 말에 이어서 “두 나라는 사회제도와 의식 형태의 차이를 초월해서 공동 발전해나가자”고 했다. 이어서 “쌍방은 이 우량한 전통을 잘 살려서 상호 간 이해를 부단히 증진하고, 각자가 선택한 발전의 길을 존중하면서 피차의 핵심 이익과 중요 관심사를 대화와 협상으로 견해 차이를 해결해 나가자”고 했다. 그러나 중국 외교는 사회주의와 자본주의로 정치·경제 체제가 다른 홍콩과 대만에 대해서도 이 ‘화이부동’이란 용어를 자주 구사한다는 점에서 우리 외교의 대중 외교 전략을 신중하게 선택해야 한다는 점을 잊지는 말아야 할 것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시진핑에게 제시한 ‘구동존이’란 말은 중국 고전에 나오는 말이 아니라 1955년 4월 인도네시아 반둥에서 열린 아시아·아프리카 비동맹 회의 때 저우언라이(周恩來) 당시 총리가 처음으로 사용한 말이다. 당시 미국과 소련의 양극(兩極) 체제에 맞서기 위해 중국이 아시아·아프리카 비동맹 국가들 사이에서 맹주가 되기 위해 노력하던 때였다. 당시 저우언라이 총리는 비동맹 국가들 간 이견을 해소하기 위해 “우리의 공동 기초는 식민주의를 해체하는 것이며, 사상과 사회제도의 차이는 아시아·아프리카 비동맹 국가들의 단결에 방해가 되지 않는다”면서 제시한 말이 구동존이였다. 이후 중국 외교부가 영어로 “Seek common ground while reserving differences(서로의 차이를 인정하면서도 공동 목표를 추구해 나가자)”고 번역하면서 중요한 외교 원칙의 하나로 내세워왔던 말이다.
그러니까 “서로의 차이점을 인정하면서도 공동 발전을 추구하자”는 말을 시진핑은 2500년 중국 역사에서 전해 내려오는 논어의 ‘화이부동’을 제시한 반면 이 대통령은 중화인민공화국 외교부 70년 역사에서 중요한 원칙으로 내세워오던 ‘구동존이’를 제시하는 외교적 farce(笑劇)를 빚어낸 것이다. 그러나 한·중 양국 정상이 서로에게 “차이점을 극복하고 양국 관계를 발전시켜 나가자”는 공통의 메시지를 전달하려 했다는 점은 두 정상이 서로 이해했을 것으로 보인다. 참고로 중화인민공화국 역사에서 유교와 유교문화를 파괴하려고 했던 것은 제1세대 지도자 마오쩌둥(毛澤東) 시대(1949~1976)였고, 1978년에 시작된 덩샤오핑(鄧小平) 시대 이후 현 시진핑 체제에서는 유교가 인정됐을 뿐만 아니라 2012년 말부터 시작된 시진핑 시대에는 ‘평어근인(平語近人)’이라는 용어와 함께 시진핑이 즐겨 인용하는 유교 용어가 미디어를 통해 널리 사용되고, 교육에도 활용되고 있다는 점을 우리 사회는 이해해야 할 것이다.
문제는 이번 이재명·시진핑 회담이 왜 새해 벽두에 이루어졌는가 하는 점이다. 이와 함께 지난해 11월 1일 경주 APEC에서 두 정상 간 회담이 이루어진 뒤 불과 두 달 만에 다시 열린 것이 과연 어느 쪽의 필요에 의해 이루어졌는가 하는 점을 따져보자. 이 점을 따져보는 데는 두 가지 관점이 존재한다. 첫째는 이번 새해 벽두 한·중 정상회담과 지난해 경주 APEC 직후인 11월 7일 불거진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의 ‘대만 발언’이후 일파만파로 확대되고 있는 중·일 갈등과 관련이 있는가 하는 점이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요미우리(讀賣)신문은 5일 이 대통령의 중국 국빈 방문 소식을 전하면서 “중국은 다카이치 총리의 '대만 유사시' 발언 이후 대일 압력을 높이고 있으며 한국을 후대해 한·일 간 이간을 노린다"고 보도했다. NHK도 "중국이 일본에 대한 비판을 계속하는 가운데 한국과 관계를 강화해 대만과 역사 인식 문제를 놓고 보조를 맞추게 하려는 생각을 가진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교도(共同)통신은 "중·일 갈등 속에서 이재명 대통령을 국빈으로 후대해 한국을 자기편으로 끌어당기려는 시진핑 지도부에 대해 이 대통령은 중·일 어느 쪽에 대해 편들기는 피하고 등거리를 유지하려는 생각이며 방중 전부터 신경전이 계속됐다"고 보도했다.
그런 가운데 이뤄진 이재명·시진핑 회담에서 시진핑은 “80여 년 전 중·한 양국은 민족적 희생을 해가며 일본 군국주의와 싸워 승리를 거두었고, 오늘 우리는 다시 손을 맞잡고 2차 대전 승리의 성과를 지켜내고, 동북아의 평화안정을 지켜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호응해서 이 대통령은 “한·중 양국은 공동으로 일본 군국주의 침략에 항거해왔고, 한국은 중국 측이 한국의 독립운동 근거지를 보호해준 데 감사한다”고 말했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이뤄진 이 대통령과 시진핑의 언급을 일본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로서는 불편하게 받아들일 가능성이 크며 이 점에서 앞으로 한·일 관계에서 이 대통령은 일본 지도층의 불만을 무마해야 할 외교적 부담을 안게 됐다고 할 수 있다.
이재명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이간 회담을 한 지난 5일 오후 5시(한국 시간)보다 이틀 전인 3일 오후 6시 20분에 발표된 트럼프 대통령의 베네수엘라 마두로 대통령 체포 작전 전격 발표는 한·중 정상회담에 어떤 영향을 끼쳤을까. 이 문제와 관련해 시진핑 주석이 이 대통령과 회담하면서 “중·한 양국은 이 지역 평화를 수호해야 할 뿐만 아니라 전 세계의 발전에도 중요한 책임을 지고 있으며, 마땅히 역사의 정확한 한쪽에 견고하게 서야 하며, 정확한 전략적 선택을 해야 한다”고 말한 것은 아무래도 트럼프의 베네수엘라 대통령 체포 작전에 대한 중국의 부정적 태도를 한국도 함께 공유해야 한다는 표현이라고 해석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트럼프의 마두로 체포 작전이 진행되고 마두로 재판이 진행되는 동안 한국 대통령이 중국 국가주석과 셀카를 찍으면서 웃고 즐거워하는 표정을 보는 트럼프의 심정은 편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다. 그런 점에서 이번 이 대통령의 신년 벽두 베이징 방문과 시진핑과의 우호 분위기 넘치는 회담 일정은 앞으로 한·미 관계에서 이 대통령에게 부담을 남겼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그러나 우리 재계에서는 중국이 우리에 대한 자원외교를 카드로 언제든지 쓸 수 있는 상황에서 이 대통령이 삼성, SK, 현대자동차 회장 등 재계 인사들 200명과 함께 중국을 방문한 것은 우리로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필진 주요 약력
▷서울대 중문과 졸 ▷고려대 국제정치학 박사 ▷조선일보 초대 베이징 특파원 ▷인천대 중어중국학과 초빙교수 ▷최종현학술원 자문위원 ▷아주경제신문 논설주간
▷서울대 중문과 졸 ▷고려대 국제정치학 박사 ▷조선일보 초대 베이징 특파원 ▷인천대 중어중국학과 초빙교수 ▷최종현학술원 자문위원 ▷아주경제신문 논설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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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c**** 2026-01-09 04:52:23수천년 유교라, 세계사는 그대로 유지되어, 현재도 수천년 세게종교 유교. 프롤레타리아 인민 위한다고, 봉건잔재 타파한다고 그랬는데, 문화대혁명 때문에, 모택동 주석도 사후 비판 받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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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c**** 2026-01-09 04:51:50문화대혁명 이전에는 유교 전통 그대로 이어졌습니다. 춘절,청명절,단오절, 중추절, 중양절등. 문화대혁명때 10년동안 명절들이 공휴일 폐지, 제한되었습니다. 시중의 풍속은 유지되어, 오늘에 이르고 있습니다. 공자님 숭배 사당등이 파괴되어, 가장 피해가 컸지요. 다시 인류의 스승으로 소환중. 태학.국자감.경사대학당 후신인 베이징대는 그대로 두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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