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새 국방전략(NDS)에서 동맹국의 방위 책임 분담 강화를 전면에 내세운데 이어 엘브리지 콜비 미국 국방부(전쟁부) 정책담당 차관이 한국과 일본을 차례로 방문한다. 이에 미국이 아시아의 동맹국인 한·일 양국을 상대로 본격적으로 방위비 증액과 역할 확대를 압박할지 주목된다.
미 국방부는 24일(현지시간) 보도자료를 통해 "콜비 차관은 (양국) 국방부 및 정부 당국자들과 만나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힘을 통한 평화' 의제를 증진하기 위해 이번 주말 한국과 일본을 방문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번 방문은 인도·태평양 지역이 대단히 중요하다는 점과 한국과 일본과의 동맹 관계를 강조한다"고 덧붙였다. 콜비 차관은 이날부터 27일까지 2박 3일 일정으로 한국을 방문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콜비 차관은 이번 방문에서 지난달 발표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새로운 국가안보전략(NSS)과, 전날 NSS의 하위 문서로 공개된 국방전략(NDS)에 대해 설명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한국의 주요 외교·안보 당국자들과의 회동에서는 양국 정상 간 합의된 한국의 핵추진 잠수함 건조 문제와, 트럼프 대통령의 동맹국 자체 방위 책임 분담 기조에 따른 한국의 국방비 증액 문제 등도 논의할 전망이다.
앞서 미 국방부는 지난 23일 발표된 NDS에서 "한국은 매우 중요하면서도 더 제한적인 미국의 지원을 받으며 대북 억제에서 주된 책임을 질 능력이 있다"며 한국의 대북 재래식 억지력 강화를 요구했다. 또한 NDS에서 "유럽, 중동, 그리고 한반도에서 동맹과 파트너들이 자국 방어의 일차적 책임을 맡도록 하는 유인을 강화하는 것을 우선시"하되 "미군은 핵심적이지만 제한적인 자원을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 억제와 관련해서도 "이 지역 동맹국 및 파트너들과 긴밀히 협력"함으로써 "우리의 공동 방어를 위해 그들(동맹국)이 더 많은 역할을 하도록 유인"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같은 기조는 주한미군의 역할 재정립 필요성을 강조한 미군 발언에서도 확인된다. 23일 주한미군에 따르면 제이비어 브런슨 주한미군사령관은 지난 13일 하와이 호놀룰루에서 열린 디펜스포럼에서 "우리가 한반도에만 스스로를 묶어두고 그런 인식이 계속 유지되도록 허용한다면, 우리는 역내 적대 세력에게 더 적은 딜레마만을 제공하게 된다"며 "이는 우리가 한반도에서 전력을 투사할 수 있는 능력과 역량이 더 제한적임을 보여주는 결과가 된다"고 밝혔다.
이는 주한미군의 역할을 한반도 방어에만 국한하지 않고, 중국의 대만 침공 가능성 등 인도·태평양 지역 전반의 위기 대응까지 염두에 둔 보다 확장된 억지·대응 역할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같은 미국의 입장에 따라 주한미군의 규모와 구성 등 군사 태세에도 변화가 있을 가능성이 제기되며, 한국 정부가 추진해온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논의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아울러 미국의 이같은 방위 기조는 일본에서도 민감하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교도통신과 요미우리신문 등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가 새 NDS에서 '동맹의 분담'을 강조한 것과 관련해 일본에서도 방위비 증액 압박에 대한 경계감이 확산하고 있다.
요미우리는 미국이 지난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들의 국방비 목표를 국내총생산(GDP) 대비 5%로 상향한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며, 다른 동맹국에도 같은 수준을 요구할 의사를 나타냈다고 전했다.
다만 미국은 NDS에서 일본의 방위비를 직접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았다. 일본의 방위비는 최근 증액에도 불구하고 GDP 대비 약 2% 수준에 그치고 있어, 5%까지 끌어올리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와 관련해 방위성 간부는 교도통신에 "5%는 힘들다"며 "미국에서 요구가 있다면 재정 악화에 대한 불안이 확산돼 국민 생활에도 영향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일본에 방위비를 GDP 대비 3.5% 수준으로 올릴 것을 비공식적으로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 역시 사실상 달성하기 어렵다는 견해가 일본 정부 내에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는 전날 진행된 인터넷 토론회에서 "미국으로부터 5%라는 숫자를 직접 듣지는 않았다"며 자율적인 방위비 증액 필요성을 시사했다. 그는 2025회계연도(2025년 4월∼2026년 3월)에 일본 방위비가 GDP 대비 2%로 늘어난 것과 관련해 "이것만으로 충분한 금액"이라며 "아직 부족한 위성·해저 케이블 방어, 방위산업 기반 등에 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일본이 독자적이고 자율적으로 방위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다만 이날부터 한국과 일본을 차례로 방문하는 엘브리지 콜비 미국 국방부 정책담당 차관이 일본에 방위비 증액을 직접 요구할 가능성도 있다고 교도통신은 전망했다. 교도통신은 콜비 차관에 대해 "동맹국 국방비 인상을 주도하는 중심인물로 알려졌다"며 "미국이 NDS를 막 발표한 상황에서 일본과 한국에 미국 방침을 설명하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해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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