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 9개월 만에 구제역이 다시 발생했다. 인천 강화군의 한 소 사육 농장에서 확인된 이번 사례는 단일 농장의 문제가 아니다. 전염성이 극도로 강한 제1종 가축전염병이라는 점에서, 국가 방역 시스템 전반에 대한 경고이자 시험대에 가깝다. 정부는 인천과 경기 김포의 위기 경보를 ‘심각’ 단계로 상향하고, 해당 농장에서 사육 중인 소 246마리에 대해 살처분을 결정했다. 48시간 일시이동중지 명령과 광역 소독, 긴급 예방접종 등 초동 대응도 매뉴얼에 따라 진행되고 있다. 형식적으로는 원칙에 충실한 대응이다.
문제는 늘 그 이후다. 구제역은 초동 방역에 성공하면 차단할 수 있지만, 단 한 번의 느슨함이 전국 확산으로 이어진 전례를 우리는 이미 여러 차례 겪었다. 지난해에도 3월 첫 발생 이후 한 달 만에 19건으로 번졌고, 그 대가는 축산 농가의 생계 위기와 소비자 물가 불안으로 돌아왔다. 방역에서 가장 중요한 원칙은 분명하다. 과잉 대응이 늦은 대응보다 낫다는 것이다. 살처분은 언제나 고통스러운 선택이지만, 미온적인 판단은 더 큰 피해를 부른다. 일부 농가의 불편이나 단기적 비용을 우려해 대응 속도를 늦춘다면, 그 부담은 결국 사회 전체가 떠안게 된다.
지방자치단체와 현장 방역 인력의 책임도 막중하다. 중앙의 지침이 현장에서 느슨해지는 순간 방역은 무력화된다. 차량 소독, 출입 통제, 장화 교체 같은 기본 수칙은 번거로운 절차가 아니라 최후의 방어선이다. 기본을 지키지 못해 반복되는 확산을 설명할 명분은 없다. 정부 역시 반복되는 구제역 발생을 ‘계절적 변수’나 ‘불가항력’으로 치부해서는 안 된다. 예방접종 관리, 농가 교육, 상시 점검 체계가 실제로 작동하고 있었는지에 대한 냉정한 점검이 뒤따라야 한다. 사후 수습이 아니라 구조적 허점을 메우는 것이 진짜 대응이다.
구제역은 단순한 가축 질병이 아니다. 축산업 경쟁력과 먹거리 물가, 농촌 경제가 직결된 국가적 리스크다. 지금 필요한 것은 과장된 불안도, 안일한 낙관도 아니다. 원칙에 따른 신속한 실행, 기본에 충실한 현장 통제, 그리고 반복을 허용하지 않는 점검 체계다. 방역은 늘 같은 교훈을 남긴다. 빠를수록 피해는 작고, 원칙을 지킬수록 사회적 비용은 줄어든다. 이번만큼은 그 상식이 다시 증명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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