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원전인력] 원자력 전공 8년만에 700명 증발…업황 회복에도 일할 사람이 없다

  • 지난해 원자력 전공자 2071명…전년대비 3.9%↓

  • 졸업생 3명 중 2명은 원자력 산업 현장 미진입

  • 원자력 산업 활황에도 인력 수요·공급 미스매치

부산 기장군 장안읍 월내 쪽에서 바라본 고리2호기오른쪽 두 번째 사진연합뉴스
부산 기장군 장안읍 월내 쪽에서 바라본 고리2호기(오른쪽 둘째). [사진=연합뉴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원전을 둘러싼 찬반 논쟁이 반복되면서 원자력 산업 인력 생태계는 수년간 방치돼 왔다. 탈원전과 원전 확대가 정치적 구호에 따라 오락가락하는 사이 전문 인력 양성은 뒷전으로 밀렸고 그 공백이 이제 산업 전반의 구조적 취약성으로 드러나고 있다.

최근 정부가 신규 대형 원자력발전소 2기·소형모듈원전(SMR) 1기 건설을 재개하며 '탈 탈원전'을 공식화했지만 업계에서는 인력 수급에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원자력 생태계가 회복세를 나타내고 있지만 인력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5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원자력산업 실태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16개 대학(원)에서 원자력 관련 학과에 재학 중이거나 관련 전공을 이수 중인 대학(원)생은 2071명으로 집계됐다. 전년 대비 3.9%(85명) 감소한 수치다.

원자력 전공 재학생 수는 2017년 2777명으로 정점을 기록한 이후 감소세가 이어지고 있다. 8년 만에 재학생 수가 700명 이상 줄어든 것이다.

이는 과거 탈원전 기조에 따라 원자력 관련 학과 통폐합이 진행되면서 신입생 유입이 감소한 영향이 크다. 실제로 단국대 원자력융합공학과는 2020년 에너지공학과로 통합된 뒤 2024년 원자력공학 전공이 폐지됐다. 세종대 역시 통합계열 신입생 모집이 확대되면서 원자력 전공 입학생이 줄어들었다.

졸업생 감소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들 중 상당수가 원자력 생태계를 벗어나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해 원자력 전공 졸업생은 568명으로 전년(576명) 대비 1.4%(8명) 감소했다. 이 가운데 원자력 관련 기업이나 정부 출연 연구소, 협회·단체 등에 취업한 인력은 110명에 그쳤다. 80명은 원자력 관련 대학원에 진학하거나 해외 유학을 택했다. 졸업생 중 66.5%가 산업계나 학계로 유입되지 않은 셈이다.

원자력 산업이 회복 국면에 접어들었지만 현장에서는 일할 사람이 부족하다는 불만이 나온다. 실제로 2024년 기준 원자력 산업 분야 매출액은 총 35조9160억원으로 전년(32조1560억원) 대비 11.7%(3조7600억원) 증가했다. 탈원전 기조로 산업 규모가 축소됐던 2018년(20조5610억원)과 비교하면 74.7%(15조3550억원) 급증한 수준이다.

글로벌 원전 수요 역시 확대되고 있다. 인공지능(AI)과 데이터센터 확산으로 전력 수요가 늘어나는 가운데 원전은 고품질 전력을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수단으로 주목받고 있다. 미국은 원전 확대를 핵심 축으로 한 에너지 전략을 재편하고 있으며 이를 위해 2030년까지 대형 원전 10기를 착공할 계획이다. 우리 기업들에는 기회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평가다.

그러나 인력 수요와 공급 간 엇박자로 인해 이러한 기회를 놓칠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업계는 2025~2029년 원자력 인력 수요가 3556명 발생할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재학생 전원이 학업을 마치고 산업 현장에 진입하더라도 충당하기 어려운 규모다.

인력 부족이 이미 현실화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원자력 관련 업무를 수행하는 공급 산업체 524곳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기술인력 확보(34.4%)가 경쟁력 확보에 가장 큰 제약 요인으로 꼽혔다. 원자력 사업 추진 과정에서 가장 큰 애로사항으로 인력 수급(41.6%)을 지목한 사업체도 다수를 차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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