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교도통신과 NHK 등에 따르면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가 이끄는 자민당은 이번 총선에서 전체 465석 가운데 개헌안 발의선이자 전체 의석의 3분의 2에 해당하는 310석을 웃도는 316석을 차지했다. 종전 의석수 198석과 비교하면 128석이 늘어난 것이다.
이는 자민당이 1955년 창당 이후 처음으로 종전 최다 의석 기록을 갈아치운 것이다. 이전 기록은 나카소네 야스히로 정권 시절인 1986년 총선에서의 304석이었다. 아베 신조 전 총리 역시 2012년 재집권 이후 치러진 총선에서 잇따라 대승을 이끌었지만, 당시에도 자민당 의석은 300석을 넘기지 못했다. 단일 정당이 중의원에서 3분의 2 이상 의석을 차지한 것은 태평양전쟁 종전 이후 처음이다.
중의원에서 3분의 2 이상을 확보할 경우, 현재 여소야대 구조인 참의원에서 부결된 법안도 재의결이 가능해 정부·여당은 입법 과정에서 사실상 제약 없는 국정 운영이 가능해진다.
반면 종전 167석을 보유했던 최대 야당 '중도개혁 연합'은 이번 총선에서 49석 확보에 그치며 참패했다. 총선 직전 입헌민주당과 공명당이 결성한 이 연합은 전체 지역구 289곳 가운데 단 7곳에서만 승리해 여당을 견제할 동력을 잃게 됐다.
입헌민주당 출신 노다 요시히코 공동대표는 사임 의사를 표명했다. 공명당 출신인 사이토 데쓰오 중도개혁 연합 공동대표도 "노다 공동대표와 함께 각각 소속 정당을 떠나 중도의 기치 아래 모이기로 하는 중대한 결단을 내렸다"며 "그에 따른 책임은 분명히 져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2024년 총선에서 돌풍을 일으켰던 국민민주당은 종전과 비슷한 28석을 얻는 데 그쳤다. 우익 성향의 참정당은 15석, 인공지능(AI) 엔지니어 안노 다카히로가 창당한 신생 정당 팀미라이는 11석을 각각 차지했다.
자민당의 대승 배경으로는 젊은 층까지 지지층을 확대한 다카이치 총리의 개인적 인기와 60% 안팎을 유지 중인 높은 내각 지지율이 꼽힌다. 지난달 23일 중의원 해산 당시에는 조기 총선에 대한 부정적 평가가 우세했으나, 다카이치 총리는 전국을 돌며 '강한 일본'을 전면에 내세운 유세를 펼치며 판세를 뒤집었다. 유세 기간 이동한 거리만 1만2000㎞가 넘는 것으로 전해졌다.
조기 총선이라는 승부수가 성공을 거두면서 다카이치 총리는 중의원은 물론 자민당 내부에서도 확고한 주도권을 확보하게 됐다. 향후 '책임 있는 적극재정'을 핵심으로 한 경제 정책과 보수적 안보 노선을 본격 추진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특히 사회적 논쟁을 불러올 수 있는 매파적 외교·안보 정책을 얼마나 속도감 있게 밀어붙일지가 향후 정국의 최대 변수로 꼽힌다. 아사히신문은 "여당이 수의 힘을 갖지 못한 취약 정권에서 '다카이치 1강'으로 변한다"며 "국민의 신임이라는 추진력을 얻었다고 본 다카이치 총리는 향후 '국론을 양분할' 정책 수행을 위한 움직임을 본격화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일본 정부는 이미 방위력 강화를 위해 3대 안보 문서를 연내 개정하고, 무기 수출과 관련한 일부 규제를 올해 안에 폐지할 방침이다. 국가정보국 창설과 국기 훼손죄 제정 등도 다카이치 총리가 강한 의지를 보여온 정책으로 꼽힌다.
더 나아가 전쟁과 무력 행사의 영구 포기, 육·해·공군 전력 보유 및 교전권 부인을 규정한 헌법 9조 개정을 추진해 일본을 사실상의 '전쟁 가능 국가'로 전환하려 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이번 총선 이후 자민당과 유신회, 국민민주당, 참정당 등 개헌에 우호적인 세력의 의석수는 395석으로, 개헌안 발의선을 크게 웃돈다. 이들 정당의 기존 의석수는 261석이었다.
다만 개헌 논의가 곧바로 가시화되기는 쉽지 않다는 관측도 나온다. 개헌안을 발의하려면 중의원뿐 아니라 참의원에서도 3분의 2 이상 찬성이 필요한데, 현재 참의원은 여소야대 구도이기 때문이다. 다음 참의원 선거는 2028년 여름에 예정돼 있다.
자민당은 아베 정권 시절인 2017년 총선에서도 공명당과 함께 3분의 2 이상 의석을 확보했지만, 실제 개헌안 발의로는 이어지지 못한 바 있다.
다카이치 총리는 여당의 개헌 발의선 확보가 확실해진 이후 NHK에 출연했으나 개헌 문제에 대해서는 직접적인 언급을 피했다. 그는 "제가 꼭 심판받고 싶었던 것은 경제·재정 정책을 크게 전환하는 책임 있는 적극 재정"이라며 오는 18일 출범할 것으로 전망되는 새 내각에서 각료들을 대부분 유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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