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301조 포비아]상호관세보다 더 센 폭탄 꺼내든 美…韓 경제 '복합 위기' 경고등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11일현지시간 미국 켄터키주 히브런의 물류업체 버스트 로지스틱스에서 연설하고 있다 사진AF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11일(현지시간) 미국 켄터키주 히브런의 물류업체 버스트 로지스틱스에서 연설하고 있다. [사진=AFP연합뉴스]
 

미국이 무역법 301조 조사 카드를 꺼내 들면서 한동안 잠잠했던 한·미 관세 갈등이 다시 불거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미 중동 사태로 국제 유가가 급등한 상황에서 통상 리스크까지 겹치며 한국 경제에 ‘복합 충격’이 가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청와대는 12일 미국이 무역법 301조에 근거해 우리나라를 대상으로 조사 절차를 개시한 것과 관련해 “기존 한·미 관세 합의에서 확보한 이익 균형이 흔들리지 않도록 미국 측과 적극 협의하겠다”고 밝혔다.

무역법 301조는 상대국 무역 관행이 미국 통상에 부담을 준다고 판단될 때 관세 부과 등 보복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한 규정이다. 앞서 트럼프 행정부는 상호관세 조치가 법원에서 위법 판단을 받은 이후 무역법 122조에 따른 한시적 조치와 함께 301조 조사 절차를 병행하며 기존 관세 체계를 다시 짜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상호관세보다 강력한 통상 압박

전문가들은 301조가 상호관세보다 훨씬 강력한 통상 압박 수단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상호관세는 국가별 관세율을 정한 뒤 협상을 통해 조정할 여지가 있었지만 301조는 ‘불공정 무역행위’가 인정되면 관세 부과 등 보복 조치가 장기간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과거 미국은 중국의 지식재산권 침해 등을 문제 삼아 301조 조사를 실시한 뒤 대규모 관세를 부과하며 미·중 무역 갈등을 촉발한 바 있다. 이번 조사 역시 같은 방식으로 진행된다면 한국에 대한 통상 압박 수위가 크게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

최원목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301조는 협상의 여지가 적다는 점에서 우리나라로서는 상당히 부담스러운 카드가 될 수 있다”며 “최종 결과가 담긴 조사보고서가 발표되기 전부터 적극적으로 대응해 우리 입장이 반영될 수 있도록 미국과 협의를 이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이번 조사 결과는 향후 미국에 약속한 대미 투자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핵심 변수로 꼽힌다. 일본이 미국 측 요구를 상당 부분 수용하며 관세 협상을 비교적 빠르게 마무리한 것과 달리 우리 정부는 ‘국익 중심 협상’ 기조를 유지하면서 협상 속도가 상대적으로 늦어졌기 때문이다.

미국은 이미 한국 국회의 ‘대미투자특별법’ 입법 지연 등을 이유로 상호관세 인상 가능성을 언급한 바 있다. 일본이 350억 달러 규모의 구체적인 투자 계획을 먼저 제시한 것과 비교해 한국이 비협조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프레임이 형성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날 국회에서 ‘한미 전략적 투자관리 특별법’이 통과됐지만 미국이 301조 카드를 꺼내 든 상황에서는 대미 투자 계획 자체가 향후 협상 과정에서 한국을 압박하는 수단으로 활용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고유가에 관세 리스크까지…수출·내수 동시 압박

관세 불확실성이 다시 확대되면서 한국 경제의 핵심 축인 수출에도 부담이 커질 전망이다. 현재 수출은 반도체를 중심으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지만 관세 리스크가 현실화하면 기업들의 수출 전략에도 작지 않은 차질이 불가피하다.

특히 중동 사태로 국제 유가가 급등하면서 제조업의 생산비 부담이 이미 커진 상황이라는 점에서 충격은 더 클 수 있다. 에너지 비용 상승으로 기업들의 비용 부담이 확대된 가운데 추가 관세까지 부과된다면 가격 경쟁력 약화는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다.

내수 역시 악영향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관세 불확실성이 커지면 기업들이 수출 비용과 공급망, 가격 경쟁력을 예측하기 어려워지면서 설비투자나 고용 결정을 미룰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는 건설·기계·서비스 등 내수 산업 전반에 걸쳐 수요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

수출 기업의 투자 위축은 협력 중소기업과 관련 산업의 생산 감소로 이어지며 고용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최근 변동성이 커진 환율 역시 관세 불확실성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는 변수로 꼽힌다. 실제로 지난해 미국의 상호관세 도입 가능성이 부각되던 시기 원·달러 환율은 1400원대 후반까지 상승하며 금융시장 변동성을 키운 바 있다.

최 교수는 “일본이 미 대법원 판결 여부와 관계없이 미국 측 요구를 상당 부분 수용한 것은 301조와 같은 후속 조치 가능성을 염두에 둔 대응으로 보인다”며 “향후 미국이 쿠팡 사태와 같은 문제를 빌미로 301조를 압박 카드로 활용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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