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랍에미리트(UAE)가 이란이 장악한 호르무즈 해협을 무력으로 개방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아랍 관리들을 인용해 3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에 UAE가 미국 등 동맹국과의 군사 협력에 나설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보도에 따르면 UAE는 호르무즈 해협을 무력으로 개방하기 위한 국제 공조를 추진하고 있으며, 이를 위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채택을 시도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UAE 외교 당국은 미국을 비롯해 유럽·아시아 주요 국가들에 군사 연합 구성을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UAE는 이란 전쟁 발발 후 한국으로부터 천궁-II를 긴급 요청하는 등 우리와도 군사적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다만 이번 군사 연합 요청 대상에 한국도 포함됐는지 여부는 알려지지 않았다.
아울러 UAE는 해협 내 기뢰 제거와 군수 지원 등 군사적 역할 수행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아울러 전략적 요충지인 아부무사 섬 등 이란이 점유 중인 도서 지역에 대한 군사적 조치 필요성도 제기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이란은 지난 2월 28일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으로 전쟁이 발발한 이후 호르무즈 해협을 사실상 봉쇄한 가운데 국제 유가가 100달러 이상 치솟기도 했다. 아울러 전날에는 이란 의회 국가안보위원회가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선박에 대해 통행료를 부과하는 방안을 승인하며 호르무즈 해협의 무기화 행보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하지만 이는 UAE 등 걸프 지역의 다른 산유국들의 원유 수출에 위협 요인으로 작용하면서 비난을 사고 있다. UAE 외교부는 성명을 통해 이란의 자국 도시 공격을 규탄한 유엔 결의와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비판한 국제해사기구(IMO)의 입장을 언급하며, 해협의 항행 자유를 보장해야 한다는 데 국제사회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고 강조했다.
걸프 지역 내 기류도 강경하게 바뀌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 등 일부 국가들은 이란 정권이 무력화되거나 붕괴될 때까지 전쟁이 이어져야 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다만 이들 국가는 아직 군사 개입을 공식화하지는 않았다. 바레인은 관련 안보리 결의안을 주도하고 있으며, 표결은 이르면 이번 주 이뤄질 전망이다.
UAE의 이 같은 행보는 기존 중재 기조에서 벗어난 전략적 전환으로 평가된다. 그동안 두바이를 중심으로 이란과 경제적으로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온 UAE는 전쟁 이전까지 미국과 이란 간 중재를 시도해왔다.
그러나 최근 이란의 공격이 이어지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이란은 UAE를 겨냥한 탄도미사일과 드론 공격을 대폭 확대했으며, 핵심 민간 인프라를 타격하겠다고 경고했다. 실제 공격 여파로 항공·관광 산업이 위축되고 부동산 시장에도 타격이 발생하는 등 UAE 경제 전반에 영향이 나타나고 있다. UAE는 이에 대응해 이란 국적자의 입국 및 환승을 제한하고 관련 시설을 폐쇄하는 등 강경 조치를 취하고 있다.
실제로 이날 UAE와 카타르 정상은 아부다비에서 만나 이란의 계속되는 공격에 대해 논의한 가운데 이란의 공격을 '테러'로 규정했다.
다만 UAE의 군사 개입에는 상당한 위험이 따른다는 지적이 나온다. 워싱턴 근동정책연구소의 엘리자베스 덴트 연구원은 걸프 국가들이 전쟁에 개입할 경우 더 공격적인 이란과 맞서야 하고 핵심 인프라 피해와 투자 심리 위축, 이후 관계 회복의 어려움 등 복합적인 위험에 직면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군사 작전만으로 해협을 완전히 개방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해협뿐 아니라 주변 지역까지 통제해야 하며, 소규모 무기만으로도 해상 교통을 위협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나아가 UAE와 이란 진영 국가들 간 무력 충돌이 확산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미 하원 군사위원회 민주당 간사인 애덤 스미스 의원은 "이란이 드론 하나, 기뢰 하나, 소형 자폭 보트 하나만으로도 해협을 위협할 수 있다"며 군사적 해결의 한계를 지적했다.
WSJ는 그럼에도 일부 걸프 국가들은 이란이 세계 핵심 에너지 수송로를 통제하도록 두는 것보다 군사적 위험을 감수하는 것이 낫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전했다.
영국 싱크탱크 채텀하우스의 빌랄 사브 연구원은 UAE가 군사 작전에 참여할 경우 아랍권의 공개적인 전쟁 지지 신호가 될 것이며, 이란을 겨냥한 추가 작전과 해협 개방 시도에도 새로운 선택지를 제공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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