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혁 시급한 삼성 노조] 정통성 흔들리는 '최승호 체제'...제2의 파업 사태 재연 우려

  • 설립 후 '민주적 운영', 건강한 노조 정립 제 1조건

  • 수당·회계·대의제 논란…'최승호 위한 노조' 비판 확산

지난달 23일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앞에서 열린 삼성전자 노동조합 공동투쟁본부의 투쟁 결의대회 모습 사진삼성전자
지난달 23일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앞에서 열린 삼성전자 노동조합 공동투쟁본부의 투쟁 결의대회 모습. [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 초기업노조를 둘러싼 논란이 향후 삼성전자의 반도체 경쟁력을 좌우할 핵심 리스크로 부상하고 있다. 7만명 안팎의 조합원을 둔 거대 노조로 성장했지만 의사결정 권한은 여전히 소수 집행부에 집중돼 있어 제2의 파업 사태 발생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초기업노조 내부에서는 조합비 집행과 교섭 방향, 쟁의 전략 등을 둘러싼 문제 제기가 잇따르고 있다. 노조에 관한 단발성 의혹 제기보다 소수 집행부가 조합원 전체의 의사를 충분히 확인하지 않은 채 회사에 압박을 가할 수 있는 구조 자체가 더 큰 문제라는 지적이다.

삼성전자 노조의 파업은 단순한 사내 노사 갈등에 그치지 않고 국가 경제에 치명타를 입힐 악재다. 생산 차질과 협력사 피해, 수출 경쟁력 약화 등이 우려돼서다. 그럼에도 교섭 요구와 쟁의 판단이 소수 지도부 중심으로 이뤄지는 건 회사뿐 아니라 조합원 전체에도 위험한 결과를 낳을 수 있다.

초기업노조는 삼성전자 과반노조 지위를 앞세워 사측과 교섭에 나서고 있다. 그만큼 조합원 의사를 수렴하고 내부 이견을 조정하는 절차가 뒷받침돼야 한다. 대의 구조가 충분히 작동하지 않는다면 노조의 대표성은 언제든 흔들릴 수밖에 없다는 평가가 나온다.

업계에서는 이번 파업 국면을 향후 노사 갈등의 예고편으로 본다. 소수 집행부가 주도하는 깜깜이 운영 체제가 유지될 경우 임금과 성과급 협상 때마다 회사에 극단적 요구를 던지고 파업 카드를 꺼내는 일이 반복될 수 있다는 것이다. 노조가 직원 권익 증진의 통로가 아니라 내부 분열의 씨앗이 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권한 집중의 부작용은 이미 직책수당 논란으로 표면화됐다. 초기업노조는 올해 3월 조합비 일부를 집행부 직책수당으로 편성할 수 있도록 규약을 개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최승호 위원장 등 일부 집행부가 근로시간면제 제도에 따른 회사 급여를 받으면서 조합비 기반 수당까지 수령하는 건 부당하다고 지적한다.

수당 액수보다 더 큰 쟁점은 절차다. 내부에서는 직책수당 관련 규약 개정안이 쟁의 찬반투표와 사실상 함께 처리됐고 설명도 충분하지 않았다는 비판이 쏟아지는 중이다. 강경 투쟁의 동력을 활용해 집행부 이해관계가 걸린 안건을 묶어 처리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이유다.

회계공시 지연과 조합비 집행 내역 공개 요구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일부 조합원들은 직책수당 수령 내역과 증빙 자료 공개를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합비와 쟁의권, 교섭권이 모두 소수 지도부에 집중된 상황에서 돈의 흐름까지 불투명하다면 신뢰가 흔들릴 수밖에 없다.

법조계에서는 노조가 커질수록 총회와 대의원회, 예산·결산 승인 등 내부 민주주의 절차가 더 중요해진다고 본다. 특히 대기업 최대 노조급 조직이라면 교섭 요구와 쟁의 전략이 소수 간부의 판단이 아니라 조합원 다수의 명확한 의사에 기반해야 한다고 설명한다.

재계 한 관계자는 "회사를 상대로 강한 교섭력을 행사하려면 먼저 내부 대표성부터 확보해야 한다"며 "조합원 의사를 확인하는 절차가 취약한 상태에서 강경 투쟁만 반복하면 노조 내부 이탈과 노노 갈등이 더 커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초기업노조 측은 대의원회 미구성 논란에 대해 조직 운영상 불가피한 측면이 있었다는 입장이다. 초기업노조 한 관계자는 노조 공식 입장은 아니라는 전제 하에 "대의원회는 의무 사항이 아니라 '둘 수 있다'는 것 아니냐"며 "더 급한 일이 계속 발생했고, 근로시간면제를 받아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한 게 지난해 4월이라 채 1년 밖에 안 됐다. 미흡한 점이 있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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